정상전 동국대 교수팀,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지원 ‘질병원인 다방면 치료’연구
세계 최대 탈인산화효소 라이브러리 및 세포이미징 구현 장비 구축
“천연물 복합체의 당뇨·비만 질병 억제효과 과학적 입증할 것”

동국대 생체분자화학연구소 모습. 정상전 교수팀은 전통천연물을 활용한 질병억제가능성 규명 연구를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동국대 생체분자화학연구소 모습. 정상전 교수팀은 전통천연물을 활용한 질병억제가능성 규명 연구를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동국대학교 생체분자화학연구소.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각자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 지도교수는 한 명이지만 신약개발, 화장품, 천연물 연구 등 다양한 연구주제를 연구한다. 연구주제는 학생들이 평소 흥미를 가졌던 부분에서 도출한다. 연구계획서를 작성해 담당교수에게 보여주면 교수는 코멘트를 하며 연구를 이끌어나간다. 지겨운 연구는 끝까지 하기 어렵다는 지론을 가진 정상전 동국대 교수의 교육방식이다.

정상전 교수는 "연구는 지겨우면 오래하기 어렵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직접 학생들에게 계획서를 가져오게 한다"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낸 아이디어를 실현한다는 생각은 연구에 몰입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주제는 다르지만 공통된 본연의 분야가 있다. 전통천연물이다. 정상전 교수팀은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단장 이도헌) 지원을 받아 각자 연구주제 속에서 공통으로 전통천연물을 활용해 질병억제 가능성을 규명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전통천연물을 가지고 대사성질환인 당뇨, 비만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다. 전통천연물의 질병 억제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면 신약이나 건강보조식품 등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전통 천연물로 질병 원인 전부 콘트롤한다

질병의 원인은 한 가지로 단정 짓기 어려워 병을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양의학에서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먹고, 땀을 내고, 근육을 풀어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교수는 동양의학의 전통을 살려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대부분을 전통천연물로 제어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급정거 시 바퀴 1개를 제어하는 것 보다 4개를 한꺼번에 제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처럼 질병치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이 세포 안에서 질병을 완화시키는데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연구하고, 이를 표적으로 천연물을 스크리닝해 질병치료효과를 가진 전통천연물을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단백질의 인산화·탈인산화를 조절해 질병과 관련된 세포신호를 제어함으로써 암이나 당뇨, 뇌질환, 비만 등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상전 교수팀.<사진=김지영 기자>
정상전 교수팀.<사진=김지영 기자>

우리 몸속에는 수많은 단백질이 존재해 전통천연물이 몸속에 들어가 어떤 단백질과 결합하는지 다 살펴보기는 힘들다.

이에 정 교수는 '단백질탈인산화효소 80여종을 발현·정제해 단백질 라이브러리'를 구축했으며, 라이브러리에 대하여 천연물에서 분리·정제한 658종의 단일 화합물에 대한 활성검사를 완료했다.

정 교수팀이 구축한 단백질탈인산화효소 라이브러리는 세계최대 규모이며, 이 라이브러리에 대하여 전통천연물을 다량으로 스크리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스크리닝 결과를 활용하면 다양한 천연물이 세포 안에서 여러 개의 질병관련 단백질을 동시에 제어함으로써 나타나는 질병치료효과를 설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는 "서구적 의미에서 신약개발이 단일 화합물과 단일표적을 찾아 접근하는 방식이었다면 우리는 결합력이 강하지 않아도 여러 화합물을 조합해 질병과 관련된 다양한 단백질을 동시에 제어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해온 전통의학의 작용원리를 규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연구에 필요한 장비 10년 투자해 직접 개발

정 교수팀이 개발한 iFRET 이미징용 자외선 생물형광현미경. <사진=김지영 기자>
정 교수팀이 개발한 iFRET 이미징용 자외선 생물형광현미경. <사진=김지영 기자>
정 교수팀은 장비를 직접 개발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세포 안에서 약물이 표적단백질에 결합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영상화할 수 있는 세포이미징 기술 구현을 위해 iFRET이라는 새로운 탐침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iFRET 이미징용 자외선 생물형광현미경을 제작한 것.

정 교수에 따르면 많은 단백질이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가지고 있어 280nm의 파장을 가진 UV를 쬐어주면 형광을 발생시킨다. iFRET 탐침은 280nm근처에서는 빛을 잘 흡수하지 않으나 단백질에서 방출되는 350nm의 빛을 선택적으로 강하게 흡수해 500nm 근처에서 빛을 내는 독특한 특성을 내는 형광물질을 포함한다.

또 탐침의 일부가 표적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탐침이 세포 안에 들어간 후 선택적으로 표적단백질에 결합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세포에 280nm의 빛을 쪼여주면 모든 단백질들이 빛을 흡수해 350nm의 파장을 가진 형광을 발생시키게 된다. 그러나 오직 표적 단백질만이 자신에게 결합한 iFRET 탐침에 에너지를 제공하고 이로 인하여 탐침이 약 500nm의 파장을 가진 형광을 방출하게 된다. 정 교수팀은 이 기술을  iFRET(intrinsic Fluor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 이미징이라고 명명하고, 이 특성을 이용해 특정단백질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신약을 검색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수준의 형광분석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표적단백질에 형광표지를 하지 않고 단백질을 관찰할 수 있어 모든 세포에 적용가능하다. 또 에너지전달효율이 높아 검출되는 신호의 강도가 매우 강하다. 세계최초로 개발한 이 현미경은 국내외 특허를 받기도 했다.

그는 "iFRET 탐침은 질병의심 세포와 섞어주면 세포 안으로 뚫고 들어가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에 결합할 때 형광 빛이 나게 함으로써 질병여부도 판별할 수 있다"면서 "약물후보물질을 섞었을 때 형광이 사라지느냐에 따라 약물의 효능을 분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그는 기존 암 치료 항체보다 결합력이 높으면서, 축구공처럼 속이 비어 약물을 넣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재조합 항체기술을 개발하여 기업체와 공동 사업화를 협의 중에 있으며, 전통천연물을 활용한 미백연구도 기업과 공동 연구로 상용화를 준비 중에 있다.

◆ 연구단의 다양한 전문가와 융합연구 "연구결과, 여러 방식으로 예측·검토"

정 교수는 전통천연물에서 도출한 화합물의 약효 를 규명하기 위해 다른 연구팀과 융합연구할 계획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정 교수는 전통천연물에서 도출한 화합물의 약효 를 규명하기 위해 다른 연구팀과 융합연구할 계획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지원으로 올해 2단계 연구에 진입하는 그는 전통천연물에서 도출한 화합물이 어떻게 약효를 발휘하는지 동물실험을 통해 전임상까지 수행할 계획이다.

그 가운데 정 교수는 화합물 약효를 규명하기 위해 사업단 내 타 연구팀과도 힘을 합칠 계획이다. 그는 최근 권오란 이화여대 교수를 만나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연구팀 내 과제별로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 있는 만큼 우리 연구 성과를 여러 방식으로 예측해보고 확인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과 같이 큰 사업을 통해 젊은 과학자가 많이 발굴되길 바랐다. 단기간 연구로 원천기술이 나오기 어려운 만큼 후배들이 선배 과학자들의 연구를 물려받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길 바란다는 것.

일본의 경우 교수의 제자나 조교수가 가업을 잇듯 연구를 물려받아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많이 배출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정 교수는 "iFRET 이미징용 자외선 생물형광현미경을 만드는데도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막막했던 것이 장기적인 투자와 관심으로 윤곽을 드러낸 것"이라며 "원천분야에서 초기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 세대를 이어 연구할 수 있는 젊은 과학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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