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9월에 들어서면서 아침 저녁으로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더니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 버린 느낌이다. 어김없는 계절의 변화가 고맙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빠른 시간의 흐름이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아직 늦여름이 한낮을 지배하던 지난 8월 마지막 주말, 나는 외손녀 덕분에 무주로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이 즈음이면 무주에서는 반딧불이 축제가 진행된다. 외손녀에게 반딧불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아이의 엄마인 둘째딸이 주말 밤에 반딧불이를 구경하는 프로그램을 예약하였기 때문이었다. 외손녀를 키우느라 힘든 엄마에게 여름 휴가도 못 보내드렸으니 1박 2일이라도 쉬고 오자고 하여 아내와 나도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급작스러운 계획인데다 축제가 시작되는 주말이라 전에 가끔 가곤 했던 리조트내의 숙소는 구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딸은 조금 과용을 하여 침실이 두 개 있는 호텔의 비싼 방을 예약하였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호사를 하게 되었고 특히 나는 이른 아침 무주의 늦 여름 풀밭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가족들 모두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시간에 방을 나섰다. 제법 서늘하게 옷 속으로 스며드는 새벽 공기가 계절이 벌써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 있음을 알게하였다. 막 떠오른 아침 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은 풀밭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름다움과 감동으로 물들여 놓았다. 풀밭과 숲에는 처음 만나는 야생화들도 있었다.

아침 운동을 하러 골프채를 둘러메고 필드에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의 바디나물, 꽃 속에 밥풀 두 개를 물고 있는 형상을 하였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알며느리밥풀은 나를 이른 아침 이슬로 젖어 있는 풀밭에 기꺼이 엎드리게 하였다.

알며느리밥풀_꽃 속에 밥풀 두 개를 물고 있는 형상을 하였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알며느리밥풀은 나를 이른 아침 이슬로 젖어 있는 풀밭에 기꺼이 엎드리게 하였다. 이 꽃은 반 기생의 일년생 꽃으로 슬픈 이야기를 가진 꽃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30 s, ISO200)
알며느리밥풀_꽃 속에 밥풀 두 개를 물고 있는 형상을 하였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알며느리밥풀은 나를 이른 아침 이슬로 젖어 있는 풀밭에 기꺼이 엎드리게 하였다. 이 꽃은 반 기생의 일년생 꽃으로 슬픈 이야기를 가진 꽃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30 s, ISO200)

알며느리밥풀, 꽃며느리밥풀 등 다양한 며느리밥풀 꽃들은 뿌리를 통해 다른 식물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는 반 기생의 일년생 꽃으로 슬픈 이야기를 가진 꽃이라고 한다.

옛날에 며느리가 저녁밥을 짓다가 뜸이 들었나 보기 위해 밥알 두어 개를 입에 넣다 그만 호랑이 시어머니에게 들키고 말았다. 어른이 맛도 보기 전에 버릇없이 먼저 밥을 먹었다고 화가난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때려 내 쫓고 말았다. 불쌍하게 쫓겨난 며느리는 산길을 헤매다 기진 맥진하여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런데 며느리가 묻힌 자리에서 붉은 색 꽃이 피어났는데 입 모양의 꽃 속에는 밥알 두 개를 물고 있어 그 꽃을 '며느리밥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벌개미취_제법 서늘하게 옷 속으로 스며드는 새벽 공기가 계절이 벌써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 있음을 알게하였다. 막 떠오른 아침 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은 풀밭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름다움과 감동으로 물들여 놓았다.(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800 s, ISO100)
벌개미취_제법 서늘하게 옷 속으로 스며드는 새벽 공기가 계절이 벌써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 있음을 알게하였다. 막 떠오른 아침 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은 풀밭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름다움과 감동으로 물들여 놓았다.(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800 s, ISO100)

바디나물_풀밭과 숲에는 처음 만나는 야생화들도 있었다. 아침 운동을 하러 골프채를 둘러메고 필드에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의 바디나물.(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30 s, ISO200)
바디나물_풀밭과 숲에는 처음 만나는 야생화들도 있었다. 아침 운동을 하러 골프채를 둘러메고 필드에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의 바디나물.(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30 s, ISO200)

수풀 속에는 나무들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아침 햇빛을 받고 서있는 아직 아침 잠에서 덜 깬 물봉선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고, 풀밭 한쪽 가장자리로 흐르는 물가에는 고마리가 유난히도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박하향 나는 이른 아침의 공기를 마시면서 풀꽃들과 만날 수 있었던 이날 아침은 나에게 있어서는 지난 여름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가을을 맞이하는 의식과도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봉선_수풀 속에는 나무들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아침 햇빛을 받고 서있는 아직 아침 잠에서 덜 깬 물봉선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1/50 s, F/3.5, ISO2100)
물봉선_수풀 속에는 나무들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아침 햇빛을 받고 서있는 아직 아침 잠에서 덜 깬 물봉선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1/50 s, F/3.5, ISO2100)

고마리_풀밭 한쪽 가장자리로 흐르는 물가에는 고마리가 유난히도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박하향 나는 이른 아침의 공기를 마시면서 풀꽃들과 만날 수 있었던 이날 아침은 나에게 있어서는 지난 여름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가을을 맞이하는 의식과도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다.(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1/640 s, F/3.5, ISO100)
고마리_풀밭 한쪽 가장자리로 흐르는 물가에는 고마리가 유난히도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박하향 나는 이른 아침의 공기를 마시면서 풀꽃들과 만날 수 있었던 이날 아침은 나에게 있어서는 지난 여름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가을을 맞이하는 의식과도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다.(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1/640 s, F/3.5, ISO100)

산사나무 열매_붉게 물든 산사나무 열매에는 벌써 가을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 같았다.(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1/80 s, F/4.5, ISO100)
산사나무 열매_붉게 물든 산사나무 열매에는 벌써 가을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 같았다.(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1/80 s, F/4.5, ISO100)

반딧불이를 기다리는 낮 시간 동안에는 외손녀에게 붉게 익은 사과를 보여주고, 가능하다면 따보게 하겠다는 외할머니의 소원에 따라 장수에 갔다. 아직은 조금 철이 일러 붉게 익은 사과나무 과수원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길 가에서 익은 사과를 판매하는 과수원을 발견하였다.

따놓고 판매하는 사과를 산 후 조심스럽게 "아이가 사과나무에서 직접 사과를 하나만 따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신이 난 외손녀는 붉게 익은 큼직한 사과 하나를 따고는 무척 좋아하였다. 뒤에 씻어서 먹어보니 벌써 맛이 들어 정말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밤이 되자 반딧불이를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버스를 타고 조금 떨어진 한적한 시골까지 가도록 되어 있었다. 나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름이면 반딧불이를 흔하게 보아 신기해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반딧불이의 비행_기대한 만큼 반딧불이의 개체수가 많지 않은데다 사람들은 많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두운 곳에 설치되어 있던 삼각대의 다리를 계속 치고 가는 바람에 그만 사진 촬영은 실패하고 말았다. 비록 사진 촬영에는 실패했지만 외손녀는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였고 나 역시 오랜만에 보는 반딧불이가 잊고 살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여주어 좋았다.(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2 s, F/3.2, ISO400)
반딧불이의 비행_기대한 만큼 반딧불이의 개체수가 많지 않은데다 사람들은 많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두운 곳에 설치되어 있던 삼각대의 다리를 계속 치고 가는 바람에 그만 사진 촬영은 실패하고 말았다. 비록 사진 촬영에는 실패했지만 외손녀는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였고 나 역시 오랜만에 보는 반딧불이가 잊고 살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여주어 좋았다.(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2 s, F/3.2, ISO400)

내가 대덕 연구단지에 처음 오게된 1980년대 중반만 해도 공동관리아파트 주변의 매봉산 기슭에서는 밤이면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반딧불이는 이렇게 특별한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반딧불이는 다른 말로 개똥벌레라고도 불렀는데, 시골에서는 개똥처럼 흔한 벌레라는 의미라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시골길을 조금 걸어가니 산 기슭쪽으로 반딧불이들이 나는 것이 보였다. 버스 속에서 들은 해설자의 설명에 의하면, 요즈음 나오는 것은 늦반딧불이 종류로 봄에 나오는 애반딧불이보다 크다고 한다.

반딧불이의 발광은 짝짓기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하는데, 암컷은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고 풀섶에 붙어 있고, 날아다니는 것은 숫컷들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이 반딧불이를 사진에 담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으로 삼각대와 무거운 망원렌즈를 들고 갔었다. 어둡고 불빛이 작아 노출을 길게 해야만 사진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곳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올려놓은 후 소위 벌브 모드로 카메라의 셔터를 열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반딧불이의 개체수가 많지 않은데다 사람들은 많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두운 곳에 설치되어 있던 삼각대의 다리를 계속 치고 가는 바람에 그만 사진 촬영은 실패하고 말았다. 비록 사진 촬영에는 실패했지만 외손녀는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였고 나 역시 오랜만에 보는 반딧불이가 잊고 살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여주어 좋았다.

더욱이 그날은 양력으로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이라는 불루문에, 보름달 중 가장 크다는 슈퍼문이기도 한 날이었다. 반딧불이 구경을 마치고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어두운 시골길을 걸으며 막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는 낭만도 좋았다. 풀벌레 소리 들리는 그곳에는 벌써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들판을 차지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침의 축복/김혜련

더운 가슴 뒤척이다 잠든 영혼
눈부신 햇살이 아침을 깨우고
바람이 부서지는 들길을 나서면
풀꽃 향기가 말을 거는 아침

초록빛으로 출렁거리는
논두렁의 벼들도
바람 부는 방향으로
푸른 기도를 드리는 아침

여름향기가 짙은
바람이 불면
맑은 이슬방울도
시가 되는 아침

어제의 기억들은 다 지워버리고
초록빛 시어를 골라서
새 날의 희망으로
오늘의 시를 쓰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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