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출신 안타까움 전해지며 과학자들 공감
"기타 공공기관에서 출연연 제외에 사력 다할 것"

민병주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모습.<사진=의원실 제공>
민병주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모습.<사진=의원실 제공>
진정성이 갖는 힘은 세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는 행동으로 이어져 변화를 가져오는 방아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노벨상 잔치를 벌이는데 한국은 연구에 몰입해야할 과학자들이 임금 피크제 반대로 생존 투쟁을 벌이는 상반된 상황이 오늘 한국의, 한국 과학계의 서글픈 단면이다. 이런 와중에 벌어진 국정감사에서 연구원 출신 국회의원의 눈물어린 호소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소식이 sns로 퍼지며 과학계의 공감을 샀다. ([국감현장]과학자 출신 국회의원의 눈물 http://news1.kr/articles/?2453457 )

다른 국회의원들이 노벨상이란 과실을 갖고 정부를 질타(?)하는 가운데 이 국회의원은 그 노벨상을 타야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를 이야기하며 울컥했다. 뿌리가 깊고 튼실해야 좋은 과실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데 다들 당장의 결과에만 관심 갖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란다. 연구원으로 현장에서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의 심정과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나오지 않았을 감정일 것이다. 그 주인공은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일요일인 11일 오후 지역구인 유성의 한 커피숍에서 민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한글날 3일 연휴 내내 지역구민들 행사에 참석하느라 시간 내기 힘들다가 오후에 비가 오며 겨우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국정감사 때의 감성적 분위기도 엿보이기는 했으나 단호한 모습이 주조를 이뤘다. 연구원들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목숨도 바칠 수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2시간 넘는 인터뷰 내내 연구원 출신 정치인으로서의 역할과 사명감을 잔잔하면서도 우직하게(?) 이야기했다.

Q. 무엇이 그날 감정을 복받치게 했는가?

"연구는 노동이 아니다. 오랜 시간 지리한 실패를 견디며 그 가운데서 세심한 하나를 찾아내어 파고 또 파고 들어가야 하는 시간과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 싸움에만 몰입하게 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의 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과학자들을 흔든다. 노벨상을 못받은 과학자들을 질타하는 것은 이해된다. 그런데 그 전에 연구원들이 연구현장에서 쏟는 피와 땀을 이해해야 한다. 또 그들이 더 연구에 파고 들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연구 현장은 그렇지 않다. 거꾸로 가고 있다. 다른 데는 정년 연장이라도 하면서 임금 피크제를 하자고 하나 여기는 그것도 없으면서 임금을 깍자고 한다. 이래서는 안정적 연구환경이 마련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벨상 절대 안나온다. 연구원 출신으로 누구보다 연구 현장의 어려움을 알고 연구원들의 속타는 심정을 알기에 나도 모르게 울컥한듯 하다."

Q. 임금 피크제는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는가?

"당연히 연구원들에 대한 적용은 안돼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에 대한 미래부 신년 업무 보고에서 공약사항이기도 한 안정적인 연구 환경 조성에 대해 대통령께 말씀드렸고, 대통령께서도 미래부 장관에게 내년에는 이런 말 안나오게 해달라고 분명 지시를 하셨다. 그럼에도 현실은 개선이 안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된 상황 인식과 방향 설정이 안돼있다. 미래부 장관에게 과학계만은 임금 피크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대통령께 직보하도록 당부했고, 주관 부서인 기재부에도 재고를 요청했다. 다른 의원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임금 피크제의 과학자 적용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금 피크제의 과학계 적용은 안된다."

Q. 연구는 노동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과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말이라고도 여겨진다. 과학자가 속한 연구기관은 특수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로도 여겨진다. 그럼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연구원으로서의 특수성을 인정받기 보다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며 수자원 공사 등과 같은 공공기관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연구는 일반 사무직과는 다르다. 샐러리맨이 아니고 고도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요구된다. 이번에 노벨상 수상을 한 사람들을 보자. 수십년 동안 극히 제한된 분야를 수십년 동안 연구해왔다. 게다가 스승과 제자란 학맥으로 이어지면 팀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그 결과가 축적되며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과학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그 특수성을 인정해주어야 결과가 나온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계를 일반 공기업과 같이 규정한다. 다른 곳이 임금 피크제를 하니 청년 실업 구제 차원에서 과학계도 임금 피크제를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우리의 미래를 망쳐놓는 일이다."

Q.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구환경이란 무엇인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안정성이 중요하다. 연구는 사람이 한다. 필요한 경우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연구비는 느는데 인원 채용은 못한다. 자연 연구 건물 신축이나 장비 도입 등 하드 웨어에만 돈을 써야 한다. 이래서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되지 않는다. 기재부에도 이야기한다. 연구비 늘려 달라는 이야기 안하겠다. 자율성을 높여달라고. 연구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우선 기타 공공기관에서 정부 출연연을 제외시켜야 한다. 연구현장에서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Q. 과학자는 요구만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학자의 자성과 변화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과학계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그런데 우선 순위를 따지면 우선 정부에서 자세 변화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해주고, 연구자들의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마련해 준 다음에 책임을 물어달라는 것이다. 연구개발 예산이 늘었다고 하는데 현재 상태처럼 과학자들에 자율성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세상을 바꿀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지금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정부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면 이제는 과학계에 요구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결과를 보여줄 때라고. 제도를 바꿔주고 그에 대해 과학계에 책임을 물어달라.목숨을 걸고 과학계가 바뀌고 업그레이드되도록 만들겠다."

Q. 비례 대표로 정치에 입문해 이제 3년여가 지났다. 지역구 출마를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과학자 출신 정치인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정치는 국가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국민은 행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국가는 과학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행복한 국민도 국가 발전 없이는 안된다. 과학이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과학계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없다. 유성은 특히 한국 과학의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과학자 출신 정치인이 한 번도 안나왔다. 과학자는 난제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이곳 어렵다. 어려운 곳에서 과학자 출신의 첫 국회의원이 되어 과학계를 대변하고, 과학을 바탕으로 지역도 발전시키겠다. 과학은 연구에 진지함을 요구한다. 기성 정치인처럼 화려하지는 않다.하지만 과학자 출신인만큼 이상과 행동이 일치할 것이다. 세상 변화에는 진지함과 일관된 행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점에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

Q. 과학계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밥상을 차리는 것은 과학자 스스로여야 한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이 안정적 연구환경이란 밥상 차려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 스스로 변해야 할 것이 많다. 지금 해야할 것은 과학자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라고 본다.연구에 몰입하면서, 그 환경을 저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고, 다른 우수한 연구자는 인정해주고, 팀으로 함께 나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 환경은 우리가 만든다는 생각을 갖고 협력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재능도 있고, 열심히 한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멀리 보며 나가자."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 거침없이 나올 정도로 사회에 대한 원망도 강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성이 현실을 부정하게 만드는 듯 하다. 2시간 넘게 인터뷰를 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정상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진정성이 전해졌다. 정치적 수사나 제스처가 아니라 진심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하나 둘 늘면 우리 사회가 혼돈에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사회는 우리가 만든다. 진지함에는 박수를 보내고,술수에는 지적을 할 때 사회는 올바로 나아간다. 힘 가진 몇사람에게 주어진 권한이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이다. 사회를 제대로 만들려면 정치인 그들도 중요하지만, 선택권이 있는 유권자 한 명 한 명의 판단도 중요함 새삼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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