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가을을 대표하는 야생화는 무엇일까? 아주 어릴 적 시골에 살았던 나는 이맘때쯤이면 주변에서 피어나던 국화과의 많은 야생화를 보며 자랐는데,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는 이들을 모두 싸잡아 들국화로 부르시며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자연스레 나도 그런 꽃들은 모두 들국화로 알고 가을을 대표하는 야생화로 기억하게 되었다.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는 집 앞 작은 화단에 가을에 피는 국화와 맨드라미를 늘 심고 가꾸어 놓으셨는데 특히 자주빛이 도는 국화를 좋아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꽃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나 하나의 이름을 찾다 보니 정작 들국화라는 꽃은 없었다.

안도현 시인은 이전의 나 같은 사람을 가리켜 "무식한 놈"이라고 불렀다.

무식한 놈/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안도현 시인으로부터 절교 당하지 않을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자못 궁금하다. 사실 어머니가 들국화라고 부르시던 야생화는 특정 식물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닌 가을에 들에 피어나는 국화과의 야생화를 총칭하는 일반명사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는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거기에 개미취, 노란색의 작은 꽃이 다닥다닥 피는 산국, 그리고 흰 작은 꽃이 피는 참취꽃 같은 것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도현 시인으로부터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쑥부쟁이와 구절초만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두 종류의 꽃은 우선 꽃 색이 다르다. 구절초는 흰색 혹은 연분홍색의 꽃이 피고 쑥부쟁이는 구절초보다는 꽃이 작으며 보라색 계열의 꽃이 핀다. 잎 모양도 구절초는 화초로 키우는 국화와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쑥부쟁이는 길쭉하고 잎의 가장자리에 톱니가 조금 있으면서 잎이 국화처럼 갈라지지 않는다. 꽃잎 하나 하나도 구절초가 넓고 도톰한 편이며 쑥부쟁이는 가늘고 얇은 편이다. 또한 구절초는 국화와 같은 향기가 나지만 쑥부쟁이는 향기가 없다. 쑥부쟁이가 시골 처녀의 수수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면 구절초는 조금은 귀티가 나는 세련된 도시 여인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쑥부쟁이_안도현 시인으로부터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쑥부쟁이와 구절초만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Pentax K-5,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5.6, 1/80 s, ISO160
쑥부쟁이_안도현 시인으로부터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쑥부쟁이와 구절초만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Pentax K-5,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5.6, 1/80 s, ISO160

구절초_아주 어릴 적 시골에 살았던 나는 이맘때쯤이면 주변에서 피어나던 국화과의 많은 야생화를 보며 자랐는데,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는 이들을 모두 싸잡아 들국화로 부르시며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250 s, ISO100
구절초_아주 어릴 적 시골에 살았던 나는 이맘때쯤이면 주변에서 피어나던 국화과의 많은 야생화를 보며 자랐는데,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는 이들을 모두 싸잡아 들국화로 부르시며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250 s, ISO100

사실 구절초 안에서도 구절초, 산구절초, 한라구절초, 바위구절초, 포천구절초 등 종류가 많고,  쑥부쟁이 안에도 쑥부쟁이, 가는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등 여러 종류의 쑥부쟁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세한 종류를 다 구별하는 일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일단 무식함을 면하기 위해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크게 구별하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한다.

구절초_구절초는 흰색 혹은 연분홍색의 꽃이 핀다. 잎 모양도 구절초는 화초로 키우는 국화와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꽃잎 하나 하나도 구절초가 넓고 도톰한 편이다. 또한 구절초는 국화와 같은 향기가 나지만 쑥부쟁이는 향기가 없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00 s, ISO100
구절초_구절초는 흰색 혹은 연분홍색의 꽃이 핀다. 잎 모양도 구절초는 화초로 키우는 국화와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꽃잎 하나 하나도 구절초가 넓고 도톰한 편이다. 또한 구절초는 국화와 같은 향기가 나지만 쑥부쟁이는 향기가 없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00 s, ISO100

쑥부쟁이_쑥부쟁이는 구절초보다는 꽃이 작으며 보라색 계열의 꽃이 핀다. 잎 모양도 쑥부쟁이는 길쭉하고 잎의 가장자리에 톱니가 조금 있으면서 잎이 국화처럼 갈라지지 않는다. 꽃잎 하나 하나도 구절초가 넓고 도톰한 편이며 쑥부쟁이는 가늘고 얇은 편이다. Pentax K-5,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4.0, 1/100 s, ISO160
쑥부쟁이_쑥부쟁이는 구절초보다는 꽃이 작으며 보라색 계열의 꽃이 핀다. 잎 모양도 쑥부쟁이는 길쭉하고 잎의 가장자리에 톱니가 조금 있으면서 잎이 국화처럼 갈라지지 않는다. 꽃잎 하나 하나도 구절초가 넓고 도톰한 편이며 쑥부쟁이는 가늘고 얇은 편이다. Pentax K-5,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4.0, 1/100 s, ISO160

쑥부쟁이와 개미취의 구별은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별하기보다 조금 더 어렵다. 왜냐하면 보라색 계열의 두 꽃 모양이 참 비슷하기 때문이다. 만개한 상태에서 꽃잎수가 많고 측면에서 보아 꽃잎이 완전히 젖혀지도록 피는 것이 쑥부쟁이고, 꽃잎수가 적고 만개한 꽃을 측면에서 볼 때 앞쪽으로 몰린 듯이 보이는 꽃이 개미취다. 이파리를 보면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는 것이 쑥부쟁이고,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으나 쑥부쟁이처럼 굵은 톱니 모양이 아닌 것이 개미취다. 또 쑥부쟁이는 옆으로 퍼지며 많은 꽃을 피우는 반면 개미취는 키가 크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게 특징이다.

산국_가을이 되면 산기슭이나 들에 노랗게 피어 국화향기를 짙게 내뿜는 꽃이 바로 산국이다. 국화주를 담그는 데 향료로 쓰이기도 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250 s, ISO100
산국_가을이 되면 산기슭이나 들에 노랗게 피어 국화향기를 짙게 내뿜는 꽃이 바로 산국이다. 국화주를 담그는 데 향료로 쓰이기도 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250 s, ISO100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시스템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검색해 볼 수 있는 곳인데, 여기에 들어가 '들국화'를 검색해 보면 산국, 쑥부쟁이, 구절초의 세 가지가 나온다. 이 중 구절초에 대한 설명을 옮겨보기로 한다.

개미취_쑥부쟁이와 개미취의 구별은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별하기보다 조금 더 어렵다. 만개한 상태에서 꽃잎수가 많고 측면에서 보아 꽃잎이 완전히 젖혀지도록 피는 것이 쑥부쟁이고, 꽃잎수가 적고 만개한 꽃을 측면에서 볼 때 앞쪽으로 몰린 듯이 보이는 꽃이 개미취다. 쑥부쟁이는 옆으로 퍼지며 많은 꽃을 피우는 반면 개미취는 키가 크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게 특징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00 s, ISO100
개미취_쑥부쟁이와 개미취의 구별은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별하기보다 조금 더 어렵다. 만개한 상태에서 꽃잎수가 많고 측면에서 보아 꽃잎이 완전히 젖혀지도록 피는 것이 쑥부쟁이고, 꽃잎수가 적고 만개한 꽃을 측면에서 볼 때 앞쪽으로 몰린 듯이 보이는 꽃이 개미취다. 쑥부쟁이는 옆으로 퍼지며 많은 꽃을 피우는 반면 개미취는 키가 크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게 특징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00 s, ISO100

'구절초: 달여서 복용한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들국화라고 하는 자생식물에는 구절초를 일컫는 것이 보통이나 감국, 산국, 쑥부쟁이, 개미취 등의 국화과 식물들을 총칭한다. 흔히 일반인이 들국화라고 부르지만 들국화라는 식물은 없다. 번식력이 대단히 강한 식물이다. 예로부터 음력 9월 9일, 꽃과 줄기를 잘라 부인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약재로 썼다고 하여 구절초(九折草)라 부른다.'

미국쑥부쟁이_네 살배기 외손녀가 요즈음은 가끔 작고 하얀 별들이 가득 달려있는 것 같은 예쁜 들꽃 작은 가지를 꺾어 와 화병에 꽂아놓곤 한다. 나는 그 아이에게 "이 꽃 이름은 미국쑥부쟁이야"라고 이름을 알려준다. 그러나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산국 등이 가득 피어나는 계절이 되면, 나는 가끔 무식한 놈이 되어 어머니처럼 이 모두를 그냥 들국화라고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50 s, ISO100
미국쑥부쟁이_네 살배기 외손녀가 요즈음은 가끔 작고 하얀 별들이 가득 달려있는 것 같은 예쁜 들꽃 작은 가지를 꺾어 와 화병에 꽂아놓곤 한다. 나는 그 아이에게 "이 꽃 이름은 미국쑥부쟁이야"라고 이름을 알려준다. 그러나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산국 등이 가득 피어나는 계절이 되면, 나는 가끔 무식한 놈이 되어 어머니처럼 이 모두를 그냥 들국화라고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50 s, ISO100

여름 동안 외할머니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면서 민들레, 강아지풀을 꺾어오던 네 살배기 외손녀가 요즈음은 가끔 작고 하얀 별들이 가득 달려있는 것 같은 예쁜 들꽃 작은 가지를 꺾어 와 화병에 꽂아놓곤 한다. 나는 그 아이에게 "이 꽃 이름은 미국쑥부쟁이야"라고 이름을 알려준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 속 어디선가는 '들국화'라는 생각이 피어 오른다.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산국 등이 가득 피어나는 계절이 되면, 나는 가끔 무식한 놈이 되어 어머니처럼 이 모두를 그냥 들국화라고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구절초 꽃 / 김용택]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 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몰려오는 강 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 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너머
서늘한 저녁 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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