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저자 : 이상희·윤신영, 출판 : 사이언스북스

저자 : 이상희·윤신영, 출판 : 사이언스북스.<사진=YES24 제공>
저자 : 이상희·윤신영, 출판 : 사이언스북스.<사진=YES24 제공>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인류 교과서

2008년, 러시아와 몽골의 접경지대인 알타이 산맥 근처의 한 동굴에서 콩알만큼 작은 뼈가 발견되었다. 사람의 새끼손가락뼈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 일대에서는 인류 화석이 발굴된 적이 없었기에 곰이나 다른 동물의 뼈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던 2010년, 한 연구팀에서 고(古)유전자 기술을 이용해 이 뼈에서 DNA를 추출하여 분석을 시도했고 화석 뼈의 주인공은 성장판이 아직 닫히지 않은 6~7살의 어린 여자아이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어린아이의 DNA가 현생 인류의 DNA와 조금 달랐던 것이다. 그렇다고 비슷한 시기 인근에서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인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이 동굴에서 발견된 어른 어금니에서 추출한 유전자 분석 결과가 추가되면서 결국 이들은 현생 인류도 네안데르탈인도 아닌 제3의 인류로 결론 내려졌고, 발견 장소인 데니소바 동굴의 이름을 딴 데니소바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아프리카 대륙과 유럽에서 시작된 인류 화석 발굴의 열기는 지난 세기 말에 이르러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이전에 발견되었던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자바인, 중국의 베이징인에 더해 2000년대에 이르자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인류의 기원을 새롭게 밝힐 흥미로운 화석들이 대거 등장했다.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굴된 전설 속의 난쟁이 호빗을 닮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나 알타이 지역의 데니소바인 등은 언론 매체들에도 신속히 보도되어 학계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을 널리 자아내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20세기 후반 급격히 발달한 유전학과 생명 공학 기술이 대거 유입되면서 인류의 탄생과 진화를 밝히는 연구들은 신기원을 맞게 되었다.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기가 힘든 인류 화석의 특성상 그전까지는 자그마한 뼛조각 하나, 때로는 그것마저도 없이 사냥도구나 장신구 등을 바탕으로 인류의 과거를 되짚어야 했고 그렇게 복원된 우리의 역사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다. 고DNA 분석 기법은 극히 일부만이 남아 있는 화석에서도 DNA를 추출하여 현생 인류와의 비교 연구, 혹은 현생 인류의 게놈에서 거꾸로 최초의 인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구 등을 통해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논쟁적이고 혁명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류의 기원』은 직접 발굴 현장을 누비며 인류의 화석을 연구하는 고인류학자와 과학 전문 기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최신 고인류학이 이루어낸 성과들 중 매우 중요한 동시에 일반인들이 흥미로워 할 주제 22가지를 뽑아 친절하게 풀어 쓴 교양서이다. 고인류학을 정통으로 전공한 우리 학자가 손꼽히는 데다 현장과 이론 연구를 병행하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학자는 더더욱 드문 탓에 인류 기원을 둘러싼 최근의 쟁점을 담은 이 책은 시대에 발맞춘 인류학 안내서이자 가장 새로운 교과서이다.

◆ 인류의 탄생과 진화를 둘러싼 22가지 최신 고인류 이야기

『인류의 기원』의 저자인 이상희 박사는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 몽골 등지에서 인류 화석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동시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류학을 강의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발견과 유전학 기법의 도입으로 그 어느 때보다 인류의 기원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는 최신 고인류학의 추세에 발맞춘 이상희 교수의 수업은 수강 대기자가 늘어선 인기 과목으로 자리 잡았다. 고인류학은 인체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와 장대한 지구 환경의 역사까지 보는 눈을 필요로 하기에 21세기에 요구되는 통합 학문으로서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다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언론 매체나 SNS를 통해 일반인들과도 인류에 관한 주제로 열정적으로 소통하던 이상희 박사는 새로이 쓰여지고 있는 인류의 역사를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생생하게 전달해 주자는 윤신영 기자의 요청에 흔쾌히 답했다. 그리고 현대 인류학의 쟁점들을 잘 드러내면서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이정표가 된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독자들이 보다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도록 탄생 시점부터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는 기존의 연대기식 구성을 탈피, 22가지 주요 이야기를 꼽아 함께 저술하게 되었다.
 
22가지 이야기에는 '원시 인류는 동종을 잡아먹는 식인 풍습을 가지고 있었을까', '언제 온몸을 뒤덮고 있던 털이 사라지고 뽀얀 피부를 갖게 되었을까',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에서 유독 노년기가 연장된 까닭은 무엇일까', '농경과 문명으로 인류의 삶은 풍요로워졌다는 게 맞을까', '큰 두뇌와 직립 보행으로 인류가 얻게 된 장단점은 무엇일까' 등등 평소 우리가 스스로에게 궁금해 하던 질문들에 대한 해답들에서 탄생 시점부터 오늘날까지를 아우르는 인류의 역사들로 가득하다. 특히 난쟁이 인류 호빗이나 데니소바인 등 아시아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는 화석 인류들과 킹콩에 버금가는 '괴물' 유인원 기간토피테쿠스는 발굴 당시부터 현대 과학을 총 동원하여 실제 모습을 복원해 내기까지가 한 편의 탐정물을 연상시킬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인류 진화 역사상의 이정표들을 짚어보는 이 여행을 관통하는 가장 큰 줄기는 오늘날의 우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특징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 결국 인류의 기원에 대한 물음이다. 아프리카 안팎에서 계속해서 발굴되고 있는 고인류들과 현생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을 대상으로 한 최신 연구들은 아프리카에서 첫 인류가 탄생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는 기존의 인류 기원론(아프리카 기원론, 완전 대체론)을 벗어나, 다양한 지역에서 현생 인류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다는 다지역 기원론(다지역 연계론)으로 무게의 추를 옮기고 있다. 여전히 뜨거운 논쟁 중인 이 문제에서 만일 다지역 기원론이 승리한다고 한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로 단계별로 그려지던 인류의 진화 역사는 재구성되어야 하며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교과서들 또한 완전히 다시 쓰여져야 한다.

◆ 21세기 통합 학문인 고인류학 세계로의 초대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지구상에서 인간이라는 종이 탄생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되기까지 인류는 안팎으로 수많은 사건을 겪으며 진화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많은 친척 인류들과 때로는 맞부딪고 교류하기도 했으며 그중 일부는 우리 몸속에 DNA라는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두꺼운 지층 아래에서 발굴한 뼛조각에서, 혹은 현재 인간의 두뇌나 골반 같은 신체 특징에서 고인류학은 우리의 첫 조상이 언제 어디에서 등장했는지 유추하고 그 후손들이 걸어온 길을 재구성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인간의 게놈이 판독되고 유전자를 서로 비교해 볼 수 있을 만큼 유전 정보가 축적되면서 우리 인류의 기원에 대한 색다르고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명을 맞이하고 문화적인 존재가 된 이후로 생물학적인 몸을 초월했다고 여겨지던 인간이 지금도 여전히 진화하고 있으며 문명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진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놀라운 소식도 들려온다. 어쩌면 조만간 인류가 속한 호모속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내려져야 할지도 모른다. 현대 유전학과 의학, 생물학, 그리고 인문학이 만나고 어우러지는 21세기 융합 학문, 최신 고인류학이 밝혀낸 우리 자신의 새로운 이야기, 인류의 길고도 흥미로운 역사를 『인류의 기원』에서 만나 보자.

<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글 출처 : yes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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