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중국은 매년 초에 중국공산당과 중앙정부 국무원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1호 문건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2004년 이래 12년째 농업을 다루고 있다. 중국은 국가발전에 농업과 식량을 매우 중시하면서 3농 (농촌, 농민, 농업)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모든 국민이 골고루 조화롭게 잘 사는 소강사회(小康社會, 샤오캉스회이)를 2020년까지 이루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강사회는 1979년 등소평이 제창한 것이다. 시진평 주석은 2개의 100년을 중국의 국가발전 목표 즉 중국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 (中國夢)이라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회의에서 천명하였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20년은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수립 100년이 되는 2050년까지는 모두가 잘 사는 대동사회(大同社會) 건설이다. 소강사회와 대동사회는 예기(禮記) 예운(禮運) 편에 나오는 중국의 전통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필자는 한국식물생명공학회장으로서 '한중일 식물생명공학 연구협의회' 결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중국 협력학회인 중국식물생리·분자생물학회(Chinese Society for Plant Biology, CSPB)가 10월 9일(토)부터 12일(월)까지 길림성 장춘(長春)에서 개최한 2015년 식물생물학대회에 초청을 받아 참석하였다.

본 학술대회는 CSPB, 중국유전학회, 중국세포생물학회, 중국작물학회, 중국식물학회의 5개학회가 연합하여 2년마다 공동으로 개최되는 학술대회이다. CSPB가 주관한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는 '식물과학과 식량안보 (Plant Science and Food Security)'였다.

중국전역에서 약 60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하여 일사분란하고 진지하게 개최되는 학술대회 전반에서 감동을 받았다. 우리가 타산지적으로 삼았으면 하여 간락하게 첫날 기조강연과 특별강연 내용을 소개하고 학술대회 특징과 최근 중국의 사회분위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발표회장에서 연구 발표하는 장면.
발표회장에서 연구 발표하는 장면.

중국 전역에서 참석하는 사람들을 배려하여 접수시간이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였다. 학술대회 개회식은 아침 8시부터였지만 시간에 맞추어 넓은 회의장은 참석자로 만원이었으며 정시에 시작되었다. 학회장, 지방정부 관계자의 개회사, 축사에 이어 바로 시작한 기조강연은 前 북경대학 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북경대학 생명과학원 교수이면서 중국과학원(CAS) 원사인 Xu Zhihong박사가 '중국 농업이 당면한 도전과 식물과학자의 책임'의 내용으로 1시간 동안 박식하면서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기조강연에 이어 오전 셰션에는 5명의 (초청)구두발표가 있었다. CAS 식물연구소 Kwang Ting-Yun박사가 광합성 효율증진을 위한 엽록체 막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우한대학 Zhu Yu-Xian박사가 목화유전체와 유전자 기능분석, CAS 식물생리생태연구소 Lin Hong-Xuan박사가 벼 고온저항성 분자기구, CAS 식물연구소 Chong Kang박사가 벼 저온 신호전달 분자기구, CAS 유전발육생물학연구소 Yang Wei-Cai박사가 애기장대 생식발육의 유전분석을 소개하였다.

발표자는 생명과학 분야 최고 학술지 Nature, Science, Cell 등에 최근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연구내용의 깊이 뿐만아니라 농업적인 응용면에도 훌륭한 발표였다. 국내학술행사이지만 우리와 달리 외국인 초청연사는 찾아 볼 수 없어 중국은 이미 외국인 연사를 초청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연구자가 많이 있음이라 생각된다.

작물과 농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도 연구비의 대부분은 중국과학기술부(MOST), 중국과학원(CAS), 국가자연과학기금(NSFC)에서 지원하고 있었다. 중국 MOST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작물유전체 및 생명공학 품종개발에 약 3.9 billion US 투입하고 있어 우리와 사뭇 다른 정도가 아니라 부러운 수준이다.            

학술대회의 특징으로 1) 참석자는 모두 진지하고 행복한 얼굴로 학술대회에 임하고 있었으며 발표시간에 이동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핸드폰의 소리도 듣지 못하였다. 2) 참석자 가운데 젊은 사람들이 많았으며 거침없는 질문이 많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밝은 미래를 짐작할 수 있었다. 3) 학술대회 기간이 주말을 포함하여 아침 일찍 8시부터 시작하여 저녁 9시까지 개최되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저녁시간에는 총회를 비롯하여 NSCF 연구비신청, 논문작성, 과학기술대중화 등에 관한 세션이 개최되었다. 4)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후 호화로운 음식과 음주를 자제하면서 점심과 저녁은 소박한 뷔페식 음식이 제공되었다. 원로회원이나 일반회원 학생회원 모두 차별 없이 음식을 남김없이 즐기고 있었다. 학술대회 기간은 저녁이라도 술을 볼 수가 없었다. 5) 포스터발표에 대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우수포스터상을 시상하였는데 1등상 2명에 각 2,000元 (우리 돈으로 약 38만원), 2등상 5명에 각 1,000元, 3등상 10명에 각 500元으로 상당한 액수의 상금을 수여하였다. 학술대회에서는 기조강연 1건, 일반회원 구두발표 85건, 포스터발표 269건의 연구내용이 소개되었다.  또한 연구기관, 기업체 등이 준비한 홍보부스가 42개가 설치, 운용되었다.

이번 학술대회의 내용과 운영은 인민의 생활수준을 중류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소강사회를 지향하는 중국의 정책에 잘 맞는다고 평가된다. 농업과 식량정책을 중요시하는 중국정부와 연구자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이번 학회에서 엿볼 수 있었다. 중국은 2007년 국가 식량안보 주요 목표를 설정하면서 2020년 식량자급률 목표를 95%로 설정하고 노력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곡물자급률 24%는 미래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수준이지만 국가 식량정책은 부재한 실정이다. 농업관련 연구자의 열정도 중국에 비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한중수교가 확실시 되는 1992년 5월 중국과학기술부 초청 제1차 중국과학기술조사단에 참여한 이후 중국과 지속적인 협력연구를 하면서 중국의 과학기술과 사회변화를 주목하여 왔다. 중국은 과학기술기반 국가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목표가 확실하고 연구자들도 과학굴기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특히 올해 중국전통의학연구원 Tu Youyou박사가 개똥쑥에서 항말리라치료제 (아르테미시닌)를 개발한 업적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여 중국과학자들의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은 과거나 현재 미래에서 우리에게 생활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중국과 협력하고 상생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상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중국에 대해 우리는 다소 우습게 생각하고 있어 걱정이다. 이미 중국은 항공우주분야, 생명공학분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영역에서 우리를 추월하여 세계 1등을 지향하고 있다. 중국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잘 알면서 우리에 대해서도 우리 이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필요에 의해 영어를 배웠듯이 이제는 국가생존을 위해 중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2015년 전국식물과학생물학대회 개회식 장면
2015년 전국식물과학생물학대회 개회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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