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下]독일 막스플랑크 중심 글로벌 비지니스 모델 제시하며 주도적
美 대학·NIH 중심의 연구성과 공개 운동 활발
석학들 "오픈사이언스는 인류 지속성 위해 필수"

# 플로스(PLoS,Public Library of Science). 전세계 과학과 의약분야 자료를 공공자원화해야 한다는데 공감한 연구자들이 만든 비영리 기관. PLoS에서 발행하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데 소요되는 논문심사와 편집 등 저널 출판 비용은 저자와 연구지원 기관에 부담토록하고 자료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2003년 10월 첫 저널 출판 후 10년이 넘은 현재 중요도면에서 대형출판사 못지않게 성장했다.

정부지원금 등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과학기술 연구결과를 모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오픈 액세스는 가장 활발한 오픈 사이언스 운동이다.

공공 기반의 오픈 액세스인 플로스(PLoS)의 성장으로 그동안 비밀에 쌓였던 해외 거대 상업 출판사의 논문 게재료의 실상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흐름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2013년 4월 네이처 자료에 의하면 오픈 액세스를 표방한 상업 출판사에 속한 저널의 논문 게재비는 5000달러(원화 565만원) 규모. PLoS에 속한 플러스 원에 논문을 게재하는데 드는 비용은 1350달러(152만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과도한 구독료 인상 뿐만 아니라 도를 넘는 게재비까지 상업출판사의 횡포가 여실히 증명되며 오픈 액세스, 오픈 데이터 등 공공기반의 오픈사이언스 플랫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독일은 막스플랑크 협회가 오픈 사이언스 비지니스 모델까지 제시하며 EU를 포함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고 미국은 대학과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오픈사이언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술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오픈 사이언스'가 오르며 참석한 세계적 석학들 역시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과학기술 혁신을 위해 오픈사이언스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 과학선진국들 오픈사이언스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

랄프 쉼머 막스플랑크 디지털 라이브러리 박사가 독일에서 제시한 오픈 액세스 사업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랄프 쉼머 막스플랑크 디지털 라이브러리 박사가 독일에서 제시한 오픈 액세스 사업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독일 연구자들의 연구 목표 궁극은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다. 막스 플랑크 디지털 라이브러리 역시 이런 목표에 따라 오픈 액세스 사업을 정부 지원 아래 적극  진행하고 있다."(랄프 쉼머(Ralf Shimmer) 막스플랑크 디지털 라이브러리 박사)

독일은 오픈 액세스 활성화를 위한 사업 모델을 제시하며 글로벌 리더 역할에 나서고 있다.

전·현직 막스플랑크협회의 수장이 직접 오픈 사이언스를 중요한 사업으로 추진하며 2002년 베를린 선언 이후 10여년간 주도적으로 진행중이다.

이런 노력으로 독일은 매년 생산 출판물의 10%를 오픈 액세스 저널에 직접 게시하고 저장하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무료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정보 저장소는 2400개로 늘었으며 2012년에는 30%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독일 뮌헨에서 만난 랄프 쉼머 박사에 의하면 독일은 베를린 선언 이후 2003년부터 막스플랑크 협회 산하 디지털 라이브러리에서 주도적으로 오픈 액세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비지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유럽 각국은 물론 글로벌 규모의 지속가능한 오픈 액세스 사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쉼머 박사는 "출판사의 역향력이 커지면서 전세계 도서관마다 저널 구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기존 각 도서관에서 구입하는 저널 예산을 오픈액세스 출판 서비스에 투입하면 추가 예산 없이 직접 출판이 가능하고 누구나 이를 볼수 있도록 하는 비지니스 모델로 사업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 액세스의 필요성에 대해 전세계에서 공감하며 유럽을 중심으로 이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막스 플랑크 디지털 라이브러리는 지난해 11월 제11회 베를린 회의 개최에 이어 올해 12월 8일과 9일 양일간 제12회 베를린 회의를 열어 오픈 액세스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유럽은 앞서도 언급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글로벌 커뮤니티인 SCOAP3 프로젝트를 통해 '오픈 사이언스'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으로 과학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공공기반의 오픈 사이언스 플랫폼이 마련되야 한다는 데 유럽 각국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따라서 덴마크는 2022년, 스위스는 2025년을 목표로 오픈 사이언스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은 대학과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플로스, 아카이브 등 오픈 사이언스 운동이 진행 되고 있다. 공공기반 오픈 액세스로 빠르게 성장한 PLoS는 미국 공공 과학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학술지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는 2013년 기준 180개국 3만4000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등록된 논문수는 3만1500편이 넘는다. 오픈 액세스의 대표격으로 생명과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술지와 기사, 논문을 무료로 볼수 있다. 출판 비용은 저자가 지불하는 방식이다.

아카이브(arXiv)는 수학, 물리학, 천문학 등 출판 전(preprint) 논문을 수집하는 저장소다. 코넬 대학교와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지원하고 있다.

이 저장소에는 매달 5000여편의 새로운 논문이 저장되고 있으며 2010년 기준 50만 편을 넘어섰다. 아카이브의 연간 예산은 40만 달러. 코넬 대학은 각 기관의 사용량에 따라 연간 지원금을 요청해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하버드 대학교 등에서 개방된 논문 저장소를 운용 중이다. 특히 NIH(보건복지부)는 공공기금에 의해 수행된 연구논문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공공접근 정책을 통해 오픈 사이언스를 정책적으로 지원한다.

CERN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운영중인 SCOAP3 프로젝트는 각 국가별로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이미지=KISTI 제공>
CERN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운영중인 SCOAP3 프로젝트는 각 국가별로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이미지=KISTI 제공>

◆ 세계과학기술장관회의 참석한 석학들 "미래 인류의 지속위해 오픈사이언스"

"글로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협력을 통한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 포용적 사회를 위해서는 정보를 같이 이용할 오픈 사이언스 인프라가 제공돼야한다."(필 다이아몬드 SKA 단장)

"과학은 일정한 룰(rule)을 따라가는 것으로 오픈 사이언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어렵지 않다. CERN에는 100여개국 과학자들이 있지만 정치, 종교 등 이데올로기나 분쟁은 없다. 과학의 틀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협력연구가 가능하다."(세르지오 베르톨루치 CERN 부소장)

'오픈 사이언스'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세계적 석학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52년만에 OECD 본부가 있는 파리를 벗어나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중심 대전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술정상회의의 중요 의제로 '오픈 사이언스'가 꼽혔다.

노벨상 수상자 등 과학계 석학들은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이슈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혁신의 방법으로 '오픈 사이언스'에 주목했다. OECD는 최근 '오픈 사이언스를 현실로'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오픈 사이언스 확산과 문화 구축을 위한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오픈 사이언스는 어느 한 국가만의 의제가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이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 한국의 오픈 사이언스는? 흐름 놓치면 문화 후진국

우리나라 역시 20009년부터 오픈 사이언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임석종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오픈 사이언스는 문화체육관광부 연구개발과제로 진행된 오픈액세스코리아(OAK) 사업이 시작점이다.

KISTI 학술지 서비스를 중심으로 오픈 액세스 운동이 펼쳐져 왔으며 최근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사업을 이관받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오픈사이언스 운동 참여에는 소극적인 편이다.

임석종 박사는 "SCOAP3 등 국제적인 오픈 액세스 컨소시엄의 참여가 많지 않고 오픈 액세스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는 일도 적은 편"이라면서 "KISTI를 중심으로 일부 대학, 연구소가 참가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대학과 연구소는 인식과 관심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픈 액세스 운동을 본격화 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기금단체, 연구자, 도서관 관계자 등의 관심과 정책이 요구된다"면서 "과학선진국들이 오픈 사이언스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이 흐름을 놓친다면 문화 후진국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나라는 KISTI에서 글로벌 오픈 사이언스 추세에 적극 참여하며 협력 방안을 마련 중이다.<사진=길애경 기자>
우리나라는 KISTI에서 글로벌 오픈 사이언스 추세에 적극 참여하며 협력 방안을 마련 중이다.<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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