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이번 10월은 유난히 바쁜 날들이 이어져 가을을 제대로 느낄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을의 한 가운데 이미 들어서 있음을 발견한다. 그래도 초순에는 제주도의 자연을 잠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독자들에게 무언가 보여 줄 사진을 몇 장은 건질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끈 것은 곳곳에 넓은 잎 위로 길다란 꽃대를 올리고 노랗게 피어있는 털머위 꽃이었다. 공항에서 내려 버스로 숙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창 밖 곳곳에 피어 있던 이 꽃이 숙소 주변에도 가득 피어 있었다.

억새_숙소 주변으로는 억새가 가득 피어 아직은 가을 빛으로 물들지 않은 나뭇잎 대신 가을 분위기를 느끼게 하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000 s, ISO100
억새_숙소 주변으로는 억새가 가득 피어 아직은 가을 빛으로 물들지 않은 나뭇잎 대신 가을 분위기를 느끼게 하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000 s, ISO100

한라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숙소 주변으로는 억새가 가득 피어 아직은 가을 빛으로 물들지 않은 나뭇잎 대신 가을 분위기를 느끼게 하였다. 나도 탐스럽고 아름다운 털머위 꽃을 이렇게 직접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에서 그리 멀리 않은 절물자연휴양림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이른 아침이어서 휴양림은 한적하였다. 그런데 날이 흐려 내가 기대하였던 삼나무 숲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아침햇살을 만날 수는 없어 아쉬웠다. 더욱이 숲 속에서는 야생화를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투구꽃_오름 쪽을 조금 오르다 돌아 내려오는 길 가 풀숲에서 눈에 번쩍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투구꽃이었다. 이슬을 머금고 피어있는 투구 모양의 보랏빛 꽃이 아름다웠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50 s, ISO400
투구꽃_오름 쪽을 조금 오르다 돌아 내려오는 길 가 풀숲에서 눈에 번쩍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투구꽃이었다. 이슬을 머금고 피어있는 투구 모양의 보랏빛 꽃이 아름다웠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50 s, ISO400

실망스러운 발길로 오름 쪽을 조금 오르다 돌아 내려오는 길 가 풀숲에서 눈에 번쩍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투구꽃이었다. 이슬을 머금고 피어있는 투구 모양의 보랏빛 꽃이 아름다웠다.

천남성과 거미_숲에는 붉게 익기 시작한 천남성 열매도 있었다. 열매 위에는 거미도 한 마리 숲의 녹색 빛에 투영되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독성이 강한 열매 위에서 거미는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0 s, ISO400
천남성과 거미_숲에는 붉게 익기 시작한 천남성 열매도 있었다. 열매 위에는 거미도 한 마리 숲의 녹색 빛에 투영되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독성이 강한 열매 위에서 거미는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0 s, ISO400

제주에는 투구꽃류의 한라돌쩌귀가 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그냥 투구꽃으로 부르기로 했다. 부근에는 붉게 익기 시작한 천남성 열매도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 열매 욕심이 너무 많은 것일까? 묵직한 열매 뭉치를 받치기에는 꽃대들이 너무 약해 대부분 꺾여있었다.

천남성은 독이 강한 식물이다. 특히 그 열매는 보기에는 예뻐 보일 지라도 사약을 만드는데 사용할 정도로 치명적인 독성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그 밖에도 야생의 털머위 꽃과 노란 곰취 꽃도 피어 있었다. 비록 아름다운 아침 햇살을 보지는 못했지만 울창한 삼나무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 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을 수 있어 상쾌하였다. 

털머위 꽃과 박각시나방_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끈 것은 곳곳에 넓은 잎 위로 길다란 꽃대를 올리고 노랗게 피어있는 털머위 꽃이었다. 운 좋게 잠시도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며 꿀을 빠는 박각시나방을 정지된 상태로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3200 s, ISO400
털머위 꽃과 박각시나방_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끈 것은 곳곳에 넓은 잎 위로 길다란 꽃대를 올리고 노랗게 피어있는 털머위 꽃이었다. 운 좋게 잠시도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며 꿀을 빠는 박각시나방을 정지된 상태로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3200 s, ISO400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으면서 함께 간 사람들에게 미션 하나를 주었다. 주변에 있는 털머위 꽃의 사진을 찍어 스마트폰의 그룹 대화방에 올려놓는 일이었다. 그렇게 올라온 사진을 대상으로 투표를 하여 가장 멋진 사진을 올린 사람에게 상품을 주기로 하였다. 평소 꽃과 그리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꽃을 가까이 느껴보게 하려는 의도였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꽃을 들여다 보고 다양한 시각으로 사진을 찍어 올려주어 이벤트는 성공적이었다.

"꽃이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지 지금까지 살면서 몰랐는데, 오늘 미션을 통해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생겨서 좋습니다."라고 사진과 함께 소감까지 보내온 사람도 있었다.

숲길_비록 아름다운 아침 햇살을 보지는 못했지만 울창한 삼나무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 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을 수 있어 상쾌하였다.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상상을 해 보았다. SONY ILCE-6000, 33 mm with E 16-70 mm F4 ZA OSS, F/4, 1/100 s, ISO3200
숲길_비록 아름다운 아침 햇살을 보지는 못했지만 울창한 삼나무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 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을 수 있어 상쾌하였다.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상상을 해 보았다. SONY ILCE-6000, 33 mm with E 16-70 mm F4 ZA OSS, F/4, 1/100 s, ISO3200

차 꽃_잠시 들른 차 밭에는 차 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나지막하게 정리된 차나무 아래 쪽에 수줍게 숨어서 피고 있는 차 꽃에는 관심 없이 차 밭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사진만을 찍느라 분주했다. 일행에게 차 꽃을 보여주었더니 '차나무도 꽃이 있구나!' 하며 신기해 하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3200 s, ISO100
차 꽃_잠시 들른 차 밭에는 차 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나지막하게 정리된 차나무 아래 쪽에 수줍게 숨어서 피고 있는 차 꽃에는 관심 없이 차 밭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사진만을 찍느라 분주했다. 일행에게 차 꽃을 보여주었더니 '차나무도 꽃이 있구나!' 하며 신기해 하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3200 s, ISO100

잠시 들른 차 밭에는 차 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나지막하게 정리된 차나무 아래 쪽에 수줍게 숨어서 피고 있는 차 꽃에는 관심 없이 차 밭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사진만을 찍느라 분주했다.

일행에게 차 꽃을 보여주었더니 '차나무도 꽃이 있구나!' 하며 신기해 하였다. 사진을 찍으면서 좋은 점은 바로 자연을 보다 자세히 관찰하고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눈이 뜨이게 되는 점이다. 차 밭 주변으로는 털머위 꽃과 나지막하게 보랏빛 꽃을 피우는 개쑥부쟁이 등도 아름답게 피어 있어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하였다. 털머위 꽃의 꽃말은 '한결 같은 마음' 혹은 '변함없는 마음' 등이라고 한다.

털머위 꽃_털머위 꽃의 꽃말은 '한결 같은 마음' 혹은 '변함없는 마음' 등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내 털머위 꽃 사진을 보고 김남희 시인은 시를 한 편 지어 올려놓았다. 가을이 가을 빛으로 물든 것은 변함없는 마음을 위해 가슴 속에 새겨놓은 문신이라고.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60 s, ISO100
털머위 꽃_털머위 꽃의 꽃말은 '한결 같은 마음' 혹은 '변함없는 마음' 등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내 털머위 꽃 사진을 보고 김남희 시인은 시를 한 편 지어 올려놓았다. 가을이 가을 빛으로 물든 것은 변함없는 마음을 위해 가슴 속에 새겨놓은 문신이라고.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60 s, ISO100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내 털머위 꽃 사진을 보고 김남희 시인은 시를 한 편 지어 올려놓았다. 가을이 가을 빛으로 물든 것은 털머위 꽃의 꽃말처럼 변함없는 마음을 위해 가슴 속에 새겨놓은 문신이라고.

이제 10월도 며칠을 남기지 않았다. 느티나무, 복자기나무, 은행나무 등 주변에 있는 나무들은 벌써 가을 치장을 하고 늦가을 마지막 축제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10월이 가기 전에 올 한 해 내가 지은 농사를 돌아보며 수확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사랑문신/김남희

가을이 물든 것은 사랑을 보듬은 자국입니다
온 세상이 그리운 님 낯익은 가슴인 양
머뭇머뭇 거리다 마침내 뛰어들어
아파도 행복했던 몸부림의 흔적입니다

파란 하늘에도 빨간 지붕 위에도
눈물 흘리다 흘리다
미친 듯 웃음보 터트리며 껴안은 자국입니다

가을이 물든 것은 가슴에 새겨진 문신입니다
사랑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들꽃 같은 이에게
정성을 다하며 기다리면 다시 만나리라는
내 심장의 설렘을 꾹꾹 누른 자국입니다

꽃이 진 자리 낯선 모습에도
들여다 보다 또 보다가
눈보다 가슴 속에 깊이 새겨 놓은 문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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