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식 넥스트이노베이션 대표 "회사이익 적어도, 누군가 꼭 해야 할 일"
시각장애인 교육용 문자인식 보조기기, 도서 책자 1회 촬영으로 검색-음성 서비스까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피칭업 지원 기업 선정…장애인 보조기기 시장 발전 행보

"몇 년 전 시각장애인이신 아버지께 책 읽어주는 보조기기를 선물하기 위해 여러 제품을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그 보조기기들은 장애인을 위한 제품이지만, 사실 장애인이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기에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접근성 문제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편의 제품 개발은 누군가가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회사의 이익이 적더라도, 그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일념뿐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생활 제품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편의를 제공해주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사용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있다. 서인식 넥스트이노베이션 대표는 사람이나 보조기기 등의 도움과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을 개발해 스타트업 세계로 뛰어들었다.
 
서인식 대표가 개발한 장애인용 보조기기는 '시각장애인 교육용 문자인식 보조기기'(SENSEE).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과 콘텐츠를 찾아 읽어주는 보조기기다. 이 보조기기는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에 대한 차별성을 없애고, 특수교육에 대한 시스템적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인식 음성서비스 기능은 여러 종류와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읽고 싶은 책을 E-book 등에서 직접 검색해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여러 번의 인증절차를 걸쳐야 음성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 사실상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접근장벽이 높다.

올해 12월 출시예정인 '시각장애인 교육용 문자인식 보조기기'(SENSEE)의 모습. <사진=넥스트이노베이션 제공>
올해 12월 출시예정인 '시각장애인 교육용 문자인식 보조기기'(SENSEE)의 모습. <사진=넥스트이노베이션 제공>

서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이 복잡한 절차 없이 익숙하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용 보조기기가 필요하다고 판단, 보조기기에 탑재된 카메라로 도서 표지를 촬영하면 자동으로 도서 데이터를 추출해 음성으로 읽어주는 장치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도서를 촬영해 실시간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더했다. 문자인식·음성합성 기술에 기반을 둔 다양한 ICT 융합 기술 교육용 보조기기를 탄생시켰다.

서 대표는 "시각장애인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최대한 높였고 관련 특허를 출원한 상태"라며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정보차별을 해소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피칭업 지원…'살아 숨쉬는 정보' 제공

서인식 넥스트이노베이션 대표가 시각장애인 위한 보조기기 연구개발은 "누군가가 꼭 해야할 일"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서인식 넥스트이노베이션 대표가 시각장애인 위한 보조기기 연구개발은 "누군가가 꼭 해야할 일"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대전창조센터의 피칭업 지원을 받게 되면서 투자유치, 컨설팅 등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해외 시장조사에 대한 자료의 퀄리티가 남다릅니다.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정보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넥스트이노베이션은 올해 대전창조센터의 '2015 피칭업 지원사업'에 지원해 15개 기업 중 한 개의 기업으로 선발됐다. 대전창조센터의 지원사업으로 대전지역 우수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사업전략 수립·피칭역량 강화 등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받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며 특수하다. 따라서 다른 연구소, 국내외 기업 등의 시장조사와 네트워킹이 가장 중요·시급하다는 것이 서 대표의 주장이다.

대전창조센터에서 지원하는 해외 시장조사 자료를 설명하며 서 대표는 "우리 기술에 관심 있는 해외 업체, 유관 기관 등의 조사는 물론이고 사업준비의 주의·염두 사항을 디테일하게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 세미나에 가서 시각장애인들과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대면 마케팅의 기회까지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우리 기업 조직원들이 도태되지 않고, 초심을 관철하기 위해 타 기업들과의 네트워킹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 측면에서 대전창조센터의 지원사업이 넥스트이노베이션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대전창조센터의 피칭업 지원으로 넥스트이노베이션은 올해 투자전문회사인 액트너랩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서 대표는 "액트너랩의 자문인력 전문가들이 금형제작·마케팅·연구개발 등에서 수준 높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내년에 산·학·연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해 시각장애인용 보조기기의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장애인 편의 위한 제품 R&D·기업운영…"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

"넥스트이노베이션의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 수익성만을 위해 스타트업했다면, 결코 장애인 시장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좇지 않는 이유는, 장애인을 위해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이익만 추구한 보조기기를 제품은 그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길 수 있습니다."

서 대표에 따르면 장애인 시장에서 보조기기 제품은 완성도 100%를 넘어 120%가 되도록 제작돼야 한다. 아주 정밀한 오류도 안전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만큼 장애인 시장 보조기기 제작이 쉽지 않은 불모지 영역이다. 서 대표의 장애인을 위한 배려와 사려심이 불모지에 서 있게 만든 원동력이다.

서 대표는 "시각장애를 넘어 복합장애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개발 영역을 넓히고 싶다"며 "보조기구 제공을 넘어 IT 기술을 통해 장애인들이 상상치 못할 문물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피력했다.

넥스트이노베이션은 경쟁기업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는 "장애인 보조기기 개발 경쟁기업들이 지향하는 비전은 넥스트이노베이션과 비슷할 것"이라며 "장애인을 위한 특수기업들은 경쟁구조보다는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그 장을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의 동료 이원영 넥스트이노베이션 연구원은 "시각장애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교육 시스템이 부족해 학업이 뒤처지다 보니 직업 선택의 한계가 있었다"며 "시각장애인들도 일반인과 같은 교육의 질이 제공돼야 한다. 그들이 사회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 측면에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자체 대한 인식개선이 가장 시급하다"며 "좋은 제품이 많이 나와도 일반인이 색안경을 끼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등의 고정적인 문제의식이 해결되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개발은 아무 의미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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