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과학의 힘⑪] 유충완 포나인 대표 "적극적 팔로우십으로 고객사와 인맥 유지"
"세상에 똑같은 디자인 없어…계속 공부해야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식재산의 생산과 서비스 수요가 풍부한 곳은? 바로 대전입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대학·벤처기업이 밀집해 있는 동시에 특허청·특허법원·특허심판원·한국특허정보원 등 지식재산 관련 기관이 모두 과학도시 대전에 총집결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문성 있는 지식재산 서비스 기업들도 대전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역량과 경쟁력을 갖춘 이들 지식재산 서비스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수도권으로만 수요가 몰리는 현실. 대덕넷은 지식재산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지식재산 서비스기업들의 강점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변리사업',  '디자인업',  '경영컨설팅업' 분야 등 다양한 지식재산비스 기업들의 활약상을 현장에서 전하겠습니다.  [편집자의 편지]

중소기업과의 적극적 팔로우십으로 꾸준히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포나인의 유충완 대표.<사진=조은정 기자>
중소기업과의 적극적 팔로우십으로 꾸준히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포나인의 유충완 대표.<사진=조은정 기자>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에요. 예술은 소비자의 취향을 무시할 수 있지만, 디자인은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죠. 그들의 눈을 끄는 제품, 소비자 만족을 기반으로 양산 가능한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팔릴 수 없는 디자인은 '죽은' 거나 다름없죠."

제품·시각 디자인 전문회사 포나인(대전 탄방동 소재)을 이끌고 있는 유충완 대표의 말이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 대표의 대답은 막힐 줄 몰랐다. 흔들림 없는 눈빛과 빠르고 강한 어조에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포나인의 전신은 2003년 그가 첫 문을 연 네오디자인. 기업 분위기를 쇄신하고, 내부 역량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유 대표가 2007년 '포나인'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포나인'은 말 그대로 9가 네 개. 99.99%를 표현한 것이다. 세상에 완벽할 수 있는 디자인은 없으나, 그만큼 열심히 노력해 완벽에 가까운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포부였다.

현재 전기·전자제품, 장비, 생활용품 등의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포나인. 하지만 고객들이 포나인을 찾는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포나인은 CI, BI 등 브랜드 디자인, 포장 디자인, 카탈로그 디자인, 시각 디자인 등에 있어서도 탁월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영역은 '바늘에서 우주까지'라는 말처럼 어마어마하다"고 말하는 유충완 대표의 눈빛은 빛나고 잇었다. 해야할 일도 많지만, 그만큼 디자인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그를 만나 디자인 기업 운영 노하우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디자인 기획에서부터 제품 모니터링까지…"대응 참 잘한대요"

"거래 기업(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요. 디자인 개발이 종료된 후에도, 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관련 결과 데이터들을 모두 제공해드리죠."

유 대표에게 포나인이 지역 대표적 디자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곧바로 '고객과의 소통'을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대전에 중소기업은 많지만 디자인 기획에서부터 제품 양산을 경험한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 왠지 모를 책임감에 사로잡힌 유 대표는 디자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품의 디자인만 책임질 수 없었다.

"디자인만 신경쓰지 않아요. 양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모니터링을 지속하죠. 그러다보니 '대응 참 잘 한다' 라고 칭찬해주더라고요."

포나인은 연평균 20건 정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균 디자인 개발 기간인 3개월 동안, 많게는 20회 정도 만나기도 한다. 계산해보면 열흘에 한 번 꼴.

고객사를 상대하는 것이 까다롭지는 않은지 물었다. 유 대표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고객을 많이 만나려 노력한다. 유 대표는 "고객을 잘 파악하기 것이 엄청 중요한 일이다. 고객을 알아야 기업을 알게 되고 그 제품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고객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디자인 기업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원할한 커뮤니케이션, 적극적 팔로우십 지원. 포나인의 이러한 무기는 한 사업이 끝나도 꾸준히 고객사와 관계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해당 사업이 종료되어도, 다른 사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자연스럽게 고객사와 공동개발 논의가 오가기도 한다.

◆'디자인'만으로 홍콩 수출 계약 성사…"생각 뒤집으니 通하더라"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짬짬이 디자인 관련 서적을 살핀다.<사진=조은정 기자>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짬짬이 디자인 관련 서적을 살핀다.<사진=조은정 기자>

한번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소형 원자력 발전소 제어실 담당자가 일면식도 없던 유 대표를 찾아왔다. 제어실 디자인 담당을 의뢰한 것. 원자력 발전소 제어실을 막상 가보자 딱딱한 장비들로 가득차 있는 대형 공간으로 완전히 기능중심적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의뢰인이 그러더라고요. 제어실이지만, 운전원들에게는 사무공간이라고. 아무리 차가운 장비들이 가득찬 제어실이라도 그 공간이 그들에게는 쾌적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죠."

조금만 생각을 바꿨을 뿐인데 이렇듯 유 대표에게 커다란 성과로 돌아온 것이다. 유 대표가 직원들에게 내부 역량 키울 것을 강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디자인 회사는 역량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유 대표의 신념.

"디자인에는 원천기술이란 게 없어요. 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같은 디자인을 개발한 적이 없죠. 화장품도 종류가 여러가지예요. 미백, 천연, 한방 등 기능에 따라 디자인이 천차만별이죠.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해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이요."

2년 전, 수출 충북의 화장품 회사로부터 용기, 브랜드, 포장 디자인 의뢰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용기 디자인 의뢰를 맡으면 금형 개발비용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유 대표는 예산 대비 과도한 투자라는 판단으로 용기 자체를 신규 디자인하는 것 대신 미리 사출된 용기를 사용했다. 용기 자체에 힘을 쏟는 것 대신 색깔, 브랜드, 포장 디자인 주력을 택했다.

한창 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고 얼마 후, 화장품 회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고대하던 홍콩 수출 건이 계약 성사 되었다는 것.  믿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용기 디자인만 완성 되었을 뿐, 화장품은 아직 개발 전이었던 것. 홍콩 수출 건은 그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증거였다.

"못 믿었죠. 아직 제품도 안 나왔는데, 홍콩과 거액의 계약 성사라니요. 오죽하면 제가 '못 믿겠으니, 계약서 보여달라' 했다니까요. 우리가 개발한 용기 디자인 시안만 보고 홍콩 측에서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대요. 이렇게 디자인이 중요한 것입니다.(웃음)"

유충완 대표는 직원들의 내부 역량을 중요시한다. <사진=조은정 기자>
유충완 대표는 직원들의 내부 역량을 중요시한다. <사진=조은정 기자>

※'지식재산-과학의 힘' 기획연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전시의 예산을 지원받은 '지식재산서비스 서비스 혁신역량 강화사업'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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