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

원종우 필자 소개: 필명 파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다가 록 뮤지션으로 데뷔하고 음악평론가로도 활동했다. 2008년 SBS 창사 특집 환경 다큐멘터리 〈코난의 시대〉 작가로 휴스턴 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과학 팟캐스트 방송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저서로 《과학하고 앉아있네》 《태양계 연대기》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가 있다.

◆ 로봇과 인간의 희미해지는 경계

로봇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요? 생각보다 오래된 단어는 아닙니다. 로봇은 20세기에 카렐 차페크(Karel Capek)라는 작가가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카렐 차페크는 'R. U. R'이라는 희곡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옵니다. 노동이라는 뜻의 체코어 '로보타(robota)'가 로봇의 어원입니다. 사람과 유사한 모습을 가진 기계, 스스로 작업하는 기계. 이것이 당시 처음 등장했던 로봇이라는 단어의 정의였습니다.

로봇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로봇이 등장하는 SF영화는 봤어도 로봇 자체가 그다지 와닿는 느낌은 받지 못했을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건 바로 로봇을 쉽게 접하기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그나마 요즘에는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로봇 청소기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죠. 결국 로봇이 친숙하지 못한 이유는 가격 탓이 가장 큽니다. 로봇이 청소기라는 가정적인 형태로 나오면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접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산업용 로봇입니다. 사실 산업용 로봇은 공장에 배급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이 산업용 로봇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나라가 독일과 일본입니다. 이번에 삼성이 스마트폰 갤럭시6를 개발하면서 파눅(Fanuc)이라는 일본 회사에서 많은 돈을 주고 로봇을 샀다고 하는데, 우리 주변에서 로봇을 구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한 가지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가격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로봇 프로그래밍 때문입니다. 로봇은 인간이 시키는 일을 정확하게 하는 기계입니다. 이것은 로봇 내부의 프로그래밍에 따라서 움직이는 겁니다. 이게 제대로 되는 것이 힘듭니다. 로봇이 움직일 때 사람이 접근하면 로봇이 사람을 쳐서 다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들이 어떤 행위를 결정한 뒤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으로 미리 짜 넣어야 하는 겁니다. 이런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인재와 로봇과 공장 등을 소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정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가질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장벽이 매우 높았죠.

그런데 지금은 이런 괴리감이 좁아지려 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로봇 청소기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이 로봇 청소기를 개발한 회사는 아이로봇(iRobot)이라는 곳입니다. 아이로봇의 사장이 리씽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라는 또 다른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곳에서는 일반인들이 일상적으로 쉽게 사용이 가능한 최초의 노동 로봇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로봇은 두 개의 팔을 갖고 있고, 도구를 여러 개 바꾸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도구에 따라서 간단한 조립도 가능합니다. 세탁기 정도의 크기인데요, 이 모델은 프로그래밍이 따로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공장에서 처음 일을 할 때 숙련자를 따라 하면서 일을 배우는 것처럼 사람들이 이 로봇에게 일을 쉽게 가르칩니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로봇도 점점 일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실수가 줄어듭니다. 새 OS가 적용되면 기존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빨라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안전성에 있어서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식의 로봇이 실제 판매되고 있는 겁니다.

왼쪽 : 리씽크 로보틱스의 노동 로봇, 오른쪽 : 테슬라의 무인공정 로봇 공장.
왼쪽 : 리씽크 로보틱스의 노동 로봇, 오른쪽 : 테슬라의 무인공정 로봇 공장.

◆ 인간 노동자보다 매력적인 노동 로봇

금액이 문제일 텐데 얼마일까요? 2만 5000달러입니다. 한화로 3000만 원쯤 되는 가격인 겁니다. 이게 싸다고 느껴지십니까, 아니면 비싸다고 느껴지십니까? 이런 종류의 일을 하는 제조업 종사자의 연봉이 4만 달러, 그러니까 한화로 5000만 원 정도 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사람에게 1년 연봉을 줄 돈으로 이 로봇을 1.5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봇들은 인간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24시간 근무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파업을 하지 않으며 고용 방법도 간단합니다. 구입만 하면 되거든요. 해고 역시 간단해요. 팔아버리면 끝이니까요. 파트타임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대여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사람을 쓰는 것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건비가 저렴한 곳으로 제조 공장을 옮길 필요성이 없어지게 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제조업이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로봇을 구입해서 무인공장화가 이루어지면 공장이 중국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어집니다. 이미 테슬라 자동차 공장은 98%가 무인공정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만들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겁니다.

이제 공장은 인건비가 싼 곳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좋은 곳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만들면 인건비가 저렴해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출시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고, 기술 유출도 훨씬 더 쉬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이 중국으로 이동했던 것은 제조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저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2000년 중국의 제조 인건비는 미국의 7%였습니다. 7% 저렴한 게 아니라, 정말로 전체 금액의 7%였습니다. 지금은 17%로 올랐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볼 때는 로봇을 도입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겁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로봇 공장'으로 변화한 중국

중국에서도 두 가지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첫 번째는 무인공정화의 도입입니다. 중국에서도 로봇이 활용되기 시작한 겁니다.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알려진 폭스콘도 이제부터 로봇을 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한 팔짜리 공정로봇을 생산하고 있고, 이미 생산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2020년까지 100만 대 투입이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아이디어의 이동입니다.

공장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두고 이동합니다. 그러니 이제 중국에서도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한 겁니다. 옛날보다 새롭게 시도해보는 것도 훨씬 쉬워졌고요. 샤오미가 2015년 휴대전화 점유율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샤오미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습니다. 그렇다면 드론은 어떨까요? 드론 시장에서 1위를 점하고 있는 회사는 어디일까요? 바로 DJI라는 중국 회사입니다. 불과 1~2년 사이에 중국에서 새로운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제 변화를 받아들이고 훨씬 좋은 신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 DJI의 드론.
중국 DJI의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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