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감사'라는 영어의 단어 'thank'는 '생각하다'라는 영어 단어 'think'에서 나왔다고 한다. 감사를 하기 위해서는 깊은 생각을 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11월 중순에 있었던 직장의 직원 워크숍에서 한 강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생각해 보니 이번 11월에는 여행을 세 번씩이나 떠나게 되었다.

한 번은 초순에 가족과 함께 1박 2일로 단풍이 절정이었던 고창군에 있는 선운사를, 또 한 번은 중순에 여수에서 있었던 학교의 워크숍에 다녀왔다. 그리고 지금은 제 5차 한독 과학산업기술 공동위원회 회의에 참석 차 독일 베를린에 와 있다.

동백꽃이 피는 여수_이번 11월에는 여행을 세 번씩이나 떠나게 되었다. 한 번은 초순에 가족과 함께 1박 2일로 단풍이 절정이었던 고창군에 있는 선운사를, 또 한 번은 중순에 여수에서 있었던 학교의 워크숍에 다녀왔다. 여수에는 동백꽃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25 s, ISO200
동백꽃이 피는 여수_이번 11월에는 여행을 세 번씩이나 떠나게 되었다. 한 번은 초순에 가족과 함께 1박 2일로 단풍이 절정이었던 고창군에 있는 선운사를, 또 한 번은 중순에 여수에서 있었던 학교의 워크숍에 다녀왔다. 여수에는 동백꽃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25 s, ISO200

한 달에 세 번씩이나 여행을 떠나게 되었으니 생각해 보면 감사할 일이다. 지난 사진공감에 썼던 선운사 기행은 생략하기로 하고 오늘은 나머지 두 번의 여행에서 느꼈던 두 가지의 생각을 각각 스케치 해보려 한다.

◆ 건너편 창의 법칙

워크숍에 가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버스에 탑승하였다. 이번 11월은 마치 장마철처럼 연일 가을비가 오는 날이 계속되더니 이날도 역시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버스가 한참을 달려 익산에서 순천으로 가는 고속도로 어딘가를 지나갈 즈음, 창 밖으로는 가을빛으로 물든 산 위로 하얀 구름들이 피어 오르고 있는 멋진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앉아 있는 쪽의 창 밖이 아니라 건너편 창 밖 풍경이었다. 다행히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보더니 건너편에 앉아있던 동료직원이 자리를 양보해 주어 몇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물론 달리는 차 안에서 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 사진을 잘 찍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리에 돌아와 창 밖을 계속 보았으나 반대편 창 밖 풍경이 내 쪽 창 밖 풍경보다 분명 좋아 보였다. 그래서 돌아 올 때에는 그 쪽을 바라 보리라 생각했다.

건너편 창의 법칙_창 밖으로는 가을빛으로 물든 산 위로 하얀 구름들이 피어 오르고 있는 멋진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앉아 있는 쪽의 창 밖이 아니라 건너편 창 밖 풍경이었다.
건너편 창의 법칙_창 밖으로는 가을빛으로 물든 산 위로 하얀 구름들이 피어 오르고 있는 멋진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앉아 있는 쪽의 창 밖이 아니라 건너편 창 밖 풍경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같은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이번에 내가 바라보는 창 밖은 갈 때의 반대 방향이 되었다. 하지만 이게 웬 일일까? 이번에도 반대 쪽 창 밖 풍경이 더 좋은 게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 편에 앉아 있는 동료 직원이 잠이 들어 자리를 바꿀 수가 없었다.

그냥 내 자리에 앉아 간간히 사진을 찍으면서, 달리는 차 안에서 창 밖 풍경을 사진에 담는 일은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는 원리를 깨닫게 하는 작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선 늘 건너편 창이 더 좋게 보이는 '건너편 창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가까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내 편 창 밖 풍경보다는 좀 더 멀리 떨어져 덜 빠르게 지나가는 건너편의 풍경을 잘 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분명 내 편 창 밖으로도 멋진 풍경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것을 사진에 담기란 참 어려웠다. 길가에 설치된 방음벽과 풍경을 가로 지르는 전선이나 가로수 등 풍경을 가로 막는 여러 가지 방해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때로는 아직 카메라가 준비되지 않기도 하고 카메라가 초점을 잡기도 전에 흘러가 버리기도 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에도 분명 '건너편 창의 법칙'이 존재하며 또 성공의 기회 앞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어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가끔 열리는 성공의 찬스를 살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빨리 가기만 하면 놓치는 것이 많다는 것과 때로는 놓친 것을 찍기 위해서는 다시 뒤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좋은 사진이란 남이 지나쳤거나 볼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하고 이 것들을 아름답게 담아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대체로 혼자 천천히 관찰하며 걸어야 하며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쳐가는 편안함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숙소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붉게 동백이 피어나고 어릴 적 크리스마스 카드에 단골로 등장했던 호랑가시나무 열매도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었던 세열단풍잎도 가지 끝에 조금 남아 서로 아쉬움의 인사를 나누고, 이제 나무 끝에만 남아 있는 붉은 가을잎이 우리가 가을의 끝자락에 와 있음을 알게 하였다. 길섶에 아직 피어있는 개쑥부쟁이는 가는 가을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가을의 끝 자락_여수도 이제 가을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에도 분명 ‘건너편 창의 법칙’이 존재하며 또 성공의 기회 앞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어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가끔 열리는 성공의 찬스를 살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4.5, 1/50 s, ISO200
가을의 끝 자락_여수도 이제 가을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에도 분명 ‘건너편 창의 법칙’이 존재하며 또 성공의 기회 앞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어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가끔 열리는 성공의 찬스를 살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4.5, 1/50 s, ISO200

아쉬움의 인사_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었던 세열단풍잎도 가지 끝에 조금 남아 서로 아쉬움의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400 s, ISO200
아쉬움의 인사_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었던 세열단풍잎도 가지 끝에 조금 남아 서로 아쉬움의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400 s, ISO200

가을에게 보내는 작별인사_길섶에 아직 피어있는 개쑥부쟁이도 가는 가을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25 s, ISO200
가을에게 보내는 작별인사_길섶에 아직 피어있는 개쑥부쟁이도 가는 가을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25 s, ISO200

◆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

지금 나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제 5차 한독 과학산업기술 공동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박 5일의 짧은 출장 중에 있다. 베를린에 오기 전 독일 측 협력 파트너를 만나 협의 하기 위해 자르브뤼켄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1박을 하고 베를린으로 오게 되었다.

자르브뤼켄은 작은 도시여서 베를린에 오는 비행기는 프로펠러 비행기였다. 마침 프로펠러 바로 옆 창가에 앉게 되어 프로펠러를 열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펠러에 붙어 있는 육중한 여러 개의 날개들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비행_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그 자리에 있어 엄청난 속도로 돌아 비행기를 앞으로 날아가게 하는 프로펠러를 보면서, 세상에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으며 그 존재를 인정하고 믿어야 하는 것들도 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실제로 보면 회전하는 프로펠러는 더 투명하게 보였다.) 베를린에 가까이 다가오자 저녁노을이 하늘 가를 물들이며 아름다운 하늘 풍경을 연출하였다. 거기에 하얗게 떠오른 반달까지 더해져 마치 우주에서 바라보는 풍경사진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Sony ILCE-6000, 30 mm with E 16-70mm F4 ZA OSS, F/4.0, 1/160 s, ISO400
아름다운 비행_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그 자리에 있어 엄청난 속도로 돌아 비행기를 앞으로 날아가게 하는 프로펠러를 보면서, 세상에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으며 그 존재를 인정하고 믿어야 하는 것들도 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실제로 보면 회전하는 프로펠러는 더 투명하게 보였다.) 베를린에 가까이 다가오자 저녁노을이 하늘 가를 물들이며 아름다운 하늘 풍경을 연출하였다. 거기에 하얗게 떠오른 반달까지 더해져 마치 우주에서 바라보는 풍경사진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Sony ILCE-6000, 30 mm with E 16-70mm F4 ZA OSS, F/4.0, 1/160 s, ISO400

그래서 이번에는 창 밖 하늘 풍경 사진을 찍기는 틀렸다고 생각하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동이 걸리고 프로펠러가 빠르게 회전을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프로펠러는 거의 투명해지면서 저 건너편이 잘 보이는 게 아닌가? 마치 마술을 보는 것처럼 신기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그 자리에 있어 엄청난 속도로 돌아 비행기를 앞으로 날아가게 하는 프로펠러를 보면서, 세상에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으며 그 존재를 인정하고 믿어야 하는 것들도 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베를린에 가까이 다가오자 저녁노을이 하늘 가를 물들이며 아름다운 하늘 풍경을 연출하였다. 거기에 하얗게 떠오른 반달까지 더해져 마치 우주에서 바라보는 풍경사진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 보는 것도 이 번 여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였으며 그를 통해 또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된 것 또한 생각해 보면 감사할 일이다.

카트린 지타는 그녀의 책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에서 여행이 삶의 의미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행 중 깨어났던 감정과 감각들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는 글로 쓰기를 권한다. 내 경험으로도 여행에 대해 글로 쓰기 위해서는 여행 중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하게 됨으로써 여행의 의미가 가슴 속에 깊이 자리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1월 하순 베를린의 거리 풍경_독일의 11월 하순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어 있었다. 프랑크프르트 공항에서는 진누깨비를 만나고, 베를린의 밤거리에서는 차가운 겨울 바람과,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고 둘러 서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글루바인을 마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제 계절은 가을의 모퉁이를 돌아 이미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Sony ILCE-6000, 16 mm with E 16-70mm F4 ZA OSS, F/4.0, 1/50 s, ISO3200
11월 하순 베를린의 거리 풍경_독일의 11월 하순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어 있었다. 프랑크프르트 공항에서는 진누깨비를 만나고, 베를린의 밤거리에서는 차가운 겨울 바람과,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고 둘러 서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글루바인을 마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제 계절은 가을의 모퉁이를 돌아 이미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Sony ILCE-6000, 16 mm with E 16-70mm F4 ZA OSS, F/4.0, 1/50 s, ISO3200

독일의 11월 하순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어 있었다. 프랑크프르트 공항에서는 진누깨비를 만나고, 베를린의 밤거리에서는 차가운 겨울 바람과,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고 둘러 서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글루바인을 마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제 계절은 가을의 모퉁이를 돌아 이미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11월의 나무처럼/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
사랑이 너무 적어도
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
큰사랑을 주신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나도 작별 인사를 잘하며
갈 길을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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