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헝가리 공동연구실 3년간 운영 결실…"지속 협력 예정"
원자력 안전 공동실험, 연구인력 교차 현장연구 수행

왼쪽부터 타마스 벨쟈 부소장, 구바 아틸라 열수력연구부장, 이반 토트 한-헝가리 공동연구실 헝가리 책임자 <사진=김요셉 기자(오른쪽), 원자력연 제공(왼쪽, 가운데)>
왼쪽부터 타마스 벨쟈 부소장, 구바 아틸라 열수력연구부장, 이반 토트 한-헝가리 공동연구실 헝가리 책임자 <사진=김요셉 기자(오른쪽), 원자력연 제공(왼쪽, 가운데)>

"한국 과학기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3년간 한국과 공동연구를 추진하면서 원자력연구원 현장을 가보니 시설과 장비 뿐만 아니라 연구실력도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타마스 벨쟈 헝가리 과학원 산하 에너지연구센터 부소장)

"헝가리 연구원과 한국의 연구원들이 교차로 실험현장에서 함께 연구하면서 세계 원자력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기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구바 아틸라 헝가리 과학원 산하 에너지연구센터 열수력연구부장)

헝가리의 대표적인 국가연구소 헝가리 과학원 산하 에너지연구센터(MTA-EK) 과학자들은 한국 정부출연연구기관과의 최근 3년간 공동연구 과정을 회상하며 한국 과학계의 위상과 연구성과를 이같이 설명했다.

헝가리 과학원 산하 에너지연구센터(MTA-EK) 입구와 한-헝가리 공동연구실이 있는 연구동.<사진=김요셉 기자>
헝가리 과학원 산하 에너지연구센터(MTA-EK) 입구와 한-헝가리 공동연구실이 있는 연구동.<사진=김요셉 기자>

헝가리 부다페스트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20km 떨어진 산 속에 자리잡은 헝가리 과학원 산하 에너지연구센터(MTA-EK). 부다페스트 도심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산 길을 자동차로 30분쯤 달려 도착한 연구센터는 300m 고지에 숲으로 둘러쌓여 있다. 집들이 띄엄띄엄 보이고, 인적이 드물다. 찬 산바람이 부는 연구센터 일대는 도심보다 2~3도가 더 낮다. 특유의 을씨년스런 동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억 만 리 떨어진 외국 땅에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와 공동연구라니. 헝가리와 우리나라가 공동연구를 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의아했던 이유다. 무늬만 공동연구하는 것 아니냐는 외부 시선도 있을법하다. 많은 사람들이 헝가리는 물리, 화학 등 과학 분야에서 13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냉장고‧헬기 프로펠러‧엑셀프로그램 등을 최초로 만든 기초과학 강국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겉은 투박해 보이고 외진 숲 속에 있어도 헝가리 에너지연구센터는 헝가리 미래의 에너지 방파제 역할을 한다.

공동연구를 시작한 2013년부터 3년이 지난 현재. 한-러 공동연구실 운영성과는 우리나라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적으로 진행된 실험결과로 꼽힌다. 막바지 실험결과들이 속속 나오자 양국의 연구자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 13.5억 원의 예산과 연구인력을 교차 투입해 3년 전부터 공을 들인 결과가 무르익고 있다.

◆ "과학기술의 공동 지식기반 확대…국내 고유 원자로 기술 확보 기여"

MTA-EK 'PMK-2'와 컨트롤룸 내부 전경.<사진=김요셉기자(오른쪽 위,아래) 원자력연 제공(왼쪽)>
MTA-EK 'PMK-2'와 컨트롤룸 내부 전경.<사진=김요셉기자(오른쪽 위,아래) 원자력연 제공(왼쪽)>

아담한 정문 안으로 연구소 건물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사색하기 좋은 이곳에 적막할 틈이 없게 활기를 띄는 곳은 연구소 내부다.

헝가리의 대표적인 열수력 종합효과 실험장치 PMK-2가 구축된 실험실. 이곳에서 양국 연구진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자로 파단사고 발생을 대비한 압력파 전달실험을 수행해 왔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물리적 현상을 규명해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조건을 수없이 바꿔가면서 실험을 진행했다. 압력파 전파현상 실험은 고압력 배관의 파단으로 발생한 압력 파장이 원자로압력용기 내부로 전파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내부 구조물의 훼손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압력파에 대한 정확한 예측능력은 원자로 안전성 평가에 매우 중요하다.

2013년 3월 한-헝가리 공동연구실을 개소한 가장 큰 연구목적은 원자력 안전 기술의 선진화를 위해 양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연구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실험 데이터 생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활용 인프라는 원자로에서 열수력 움직임에 대한 종합효과를 실험할 수 있는 한국의 ATLAS와 헝가리의 PMK-2 장치. 양국 연구자들은 전통적 과학적 측정기법을 이용해 새로운 실험 데이터를 만들고 양국의 실험장치를 업그레이드하는 연구를 펼치고 있다. 고정밀 실험데이터를 다양한 원자로 안전 해석기술의 검증 활용 노력은 국내 고유의 원자로 기술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열혼합 믹싱현상 실험장치 CODEX-COOL. <사진=원자력연 제공>
열혼합 믹싱현상 실험장치 CODEX-COOL. <사진=원자력연 제공>
또 공동 연구진은 원자력 계통에서 열혼합(믹싱현상) 성능이 비상 노심 냉각장치(Emergency Core Cooling System)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믹싱현상에 대해 눈으로 확인 가능한 마이크로 측정 장치를 만들어 안전 전산코드를 검증하는 일을 수행해 왔다.

공동연구 2차년도부터는 연구분야를 원자력 중대사고 분야 실험으로 확장시켰다. 가상 설계확장조건에서 핵연료가 부풀어 올라 찢어지는 현상(ballooned rod)을 살펴보기 위해 특별 장치를 구축해 실험하고 있다. 원전 사고가 나면 가스가 배출되고 압력과 온도로 핵연료 중대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핵연료가 어떤 상황에서 얼만큼 부풀어 올라 찢어지는지 자세히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실험결과물을 전산코드에 입력해 나가면서 핵연료의 안정적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 

한-헝가리 공동연구실 책임자 이반 토트(Ivan toth) 박사는 "한국과의 공동연구는 열수력 안전해석 분야의 중요 현안인 압력용기 내부의 압력파 전파현상, 열혼합 현상, 핵연료 중대사고 등에 대한 물리적 지식기반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반 토트 박사는 "헝가리와 한국이 연구지식을 함께 공유해 나가면 더 쉽고 수월하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지식은 융합을 통해 더 나은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나홀로 연구하는 것 보다 더 나은 지식을 탄생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추가적인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핵연료가 부풀어 올라 찢어지는 현상 시뮬레이션<사진 = 김요셉 기자>
핵연료가 부풀어 올라 찢어지는 현상 시뮬레이션<사진 = 김요셉 기자>

◆ 연구인력 교류 활발…"서로 연구자세, 노하우 배워"

우리나라 연구자들에게 헝가리 에너지연구센터는 살아있는 연구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우리 연구진은 기초과학이 강한 헝가리 과학자들로부터 연구하는 자세와 노하우를 배운다. 헝가리 연구자들은 한국이 강한 응용과학에 관심이 많다.

한-헝가리 공동연구실 운영은 양국의 연구인력들이 서로 교차해 연구교류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양쪽 연구원들이 일정기간 동안 상대 연구기관 현장을 오가며 연구활동을 펼쳤다.

지난 9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김석 박사와 이종혁 박사가 헝가리 에너지연구센터에 파견돼 3주동안 원자력 안전 연구 관련 실험을 하고 돌아왔다. 김석 박사는 레이저 실험장치를 셋업하며 광학 측정기술 고도화 연구를 추진했고, 이종혁 박사는 핵연료가 부풀어 오르는 사고 대응 관련 실험데이터를 해석하는데 집중했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는 헝가리에서 마톤 소그라니(Marton Szogradi) 연구원이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출장나와 원자력 안전 관련 전산코드를 해석하는 작업에 열을 올렸다. 마톤 소그라니 연구원은 내년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석사과정 연구원으로 입학해 한국에서 원자력 안전 연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원자력연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한-러 공동연구실을 운영하며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표준연의 황찬용 박사팀은 헝가리의 나노 패터닝 기술 접목을 통한 그래핀 제작기술을 개발중이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한규훈 박사팀은 바이오 미개척 분야인 무정형 단백질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구바 아틸라(Guba Attila) 헝가리 과학원 산하 에너지연구센터 열수력 연구본부장은 "세계적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은 상당히 액티브하게 원자력 실험과 해석을 적절히 공존시켜 나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젊은 연구원들이 많기 때문에 미래의 비전을 밝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타마스 벨쟈(Tamas Belgya) 헝가리 과학원 산하 에너지연구센터 부소장은 "우리 연구소 간부진과 연구자들 모두 한국과의 공동연구 과정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3년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후속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속적으로 한국과의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측 한-헝가리 공동연구실 실무책임자 최기용 원자력연 박사는 "헝가리의 우수한 기초과학 인적자원과 네트워크, 연구장비 등의 활용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유럽사회에서 주도적인 영향을 갖고 있는 헝가리와 지속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원자력의 서유럽 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연구성과에 뿌듯…양국 공동연구 실무책임자들의 소통이 활발하다.<사진=김요셉 기자>
3년 연구성과에 뿌듯…양국 공동연구 실무책임자들의 소통이 활발하다.<사진=김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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