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외국 연구자들 "왜 한국은 논문에 치중하죠?"

기초지원연, 27일 본원서 외국인 과학자 초청 비정상회담 '연구환경 의견 공유'
참석자들 "한국 연구장비 훌륭…후손들이 과학자 꿈꿀 환경조성을"

"한국에서는 연구를 위한 상호 협력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각 연구원들은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적이지만 직책 간 또는 실험실 간 공유를 잘 하지 않습니다. 박사는 박사끼리, 교수는 교수끼리 뭉치는 것을 보면서 공유가 주는 좋은 기회를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다미앙 KAIST 포스닥생)

"연구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 효율성입니다. 좋은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질문을 많이 해야 하는데 한국학생들은 질문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좋은 과학자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모국인 인도에서는 과학·정치·사회 전반에 대한 토론이 활발합니다.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비노드 파틸 UST 박사과정)

"노벨상 역사를 보면 적어도 20~30년 동안 기초 과학분야 한 분야에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대기업과의 응용연구 등에 더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삼성이나 LG 등과의 협력을 통한 단기 프로젝트 확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초연구 분야에 집중해야 노벨상 수상자도 나올 수 있습니다."(샤히눌 이슬람 기초지원연 포스닥생)

정부출연연구소 외국인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장비의 중요성, 연구환경의 차이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 과학기술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정광화)는 27일 본원에서 내·외부 과학자 8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정상회담-글로벌 기초연구 플랫폼 기초지원연에서 세계 과학자들을 만나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현재경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선임연구원(뉴질랜드)의 진행으로 ▲전철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선임연구원(한국) ▲샤히눌 이슬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포스닥생(방글라데시) ▲로렌테조로 국가핵융합연구소 선임연구원(프랑스) ▲코우타 카즈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일본) ▲비노스 파틸 UST 박사과정생(인도) ▲칸주베르 한국에너기술연구원 포스닥생(파키스탄) ▲다미앙 타리옹 KAIST 포스닥생(프랑스·독일)이 참가했다

정광화 원장은 "비정상회담을 위해 본 연구원을 찾아 주신 여러분들을 환영한다"며 "기초연구 인프라 환경, 모국과의 연구환경 차이점 등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참가자간 네트워크도 쌓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 연구장비 우수성 만큼 효율 못 따라가…"의사소통, 논문 위주 연구 등 개선해야"

외국인 연구자들은 한국의 강점으로 연구장비 등 시설 인프라 측면과 연구비 투자 등을 꼽았다. 

다미아 포스닥생은 "프랑스나 독일 대학교 만큼 한국의 연구장비와 시설이 우수하며, 신속하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칸 쥬베르 포스닥생은 "파키스탄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왔는데, 연구실 환경이 좋고, 연구 펀딩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못 봤다. 산업체와 협력 과정도 빠르다"고 강조했다.

로렌테조르 연구원은 "WCI(세계적 수준 연구소 육성사업) 등을 통해 우수 연구자·시설 확보에 나서는 등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단점으로는 ▲실험실 협력 부족 ▲논문 위주의 연구 ▲출퇴근을 비롯한 엄격한 연구 규정을 꼽았다. 특히, 논문 중심의 연구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에 참석자 대부분이 공감했다.

샤히눌 이슬람 포스닥생은 "기초지원연을 비롯한 한국 연구기관과 대학의 연구시설·장비는 세계적 수준"이라면서 "반면, 교수나 연구원들이 논문에만 신경쓰기 때문에 이와 관련이 없으면 프로젝트도 안한다. 단기적이거나 안정된 프로젝트를 선호하고, 논문 품질보다 논문 게재 건수를 중시해야 하는 모습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노드 파틸 박사과정생도 "논문보다는 과학의 사회적 영향과 같은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미앙 포스닥생은 "적어도 7~8명의 학생과 2명의 교수가 저자로 등록되는 유럽과는 달리 한국의 논문저자는 3~4명만 명기되는 점이 항상 의아했다"고 말했다. 

코우타 카즈키 연구원은 "논문을 작성하느라 때로는 본연의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한다"면서 "논문 작성 시 타 연구자들과의 협력 수행이 부족한 것에 대해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친숙하더라도 기계를 공유하고 논문을 함께 작성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전철호 연구원은 "논문저자 순위에 따라 이름을 등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협업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 협상 과정등을 통해 중요도를 구분해야 한다. 한정된 시간과 적은 학생, 연구원 숫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엄격한 출퇴근 규정, 빨리빨리 문화, 상대적으로 많은 근로시간 등은 개선됐으면 하는 연구문화로 꼽혔다.

칸 쥬베르 포스닥생은 "한국 과학자들은 근로 시간에 넘 민감하다. 더 많이 투입해야 결과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연구자들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보유한 장비의 우수성 만큼 좋은 결과는 못 나오고 질 낮은 논문만 대량으로 쏟아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현재경 연구원은 "한국인들은 12시간 근로에 익숙해져 있다"면서도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성이 없다보니 때로는 100% 전력을 기울이지 않거나, 연구과정이 느슨해지는 단점도 일부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샤히눌 이슬람 포스닥생은 "대학생일때는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주말 없이 연구했던 것과 비교하면 연구원의 환경은 유연성이 있다"면서도 "대학 교수 등은 장시간 길게 일해야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험실에 늦게까지 자리 잡고 있으면 좋은 학생이라고 칭찬 받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비노드 파틸 박사과정생은 "각종 서류 작업 등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며, 연구과정에서도 빠른 연구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면서 한국 고유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해 지적했다.

다미앙 포스닥생은 "연구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수 달이 소요된다. 6개월 남짓의 프로젝트가 보편화되어 있고 단기적 연구에 치중해 깊게 파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비정상회담에서 국·내외 연구자들은 자유롭게 연구장비와 연구환경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왼쪽부터 시계방향. 다미앙 타리옹 KAIST 포스닥생, 현재경 기초지원연 선임연구원, 비노드 파틸 UST 박사과정, 샤히눌 이슬람 기초지원연 포스닥생, 로렌테조로 핵융합연 선임연구원, 전철호 기초지원연 선임연구원, 칸 주베르 무하메드 에너지연 포스닥생, 코우타 카즈키 지질자원연 선임연구원)<사진=강민구 기자>

◆ "응용 연구보다 기초 연구 집중해야"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문화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구 집중 ▲의사소통 강화 ▲연구의 즐거움 제고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현재경 연구원은 "한국 학생들은 의사소통을 별로 하지 않는다. 과학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 대해 질문하는 연구자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코우타 카즈키 연구원은 "일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질문하는 것에 비해 한국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질문을 하지 못한다"면서 "이는 아시아 특유의 문화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체계 개선이나 교수나 연구기관 포스닥 유치 TO 확장 등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다미앙 포스닥생은 "프랑스에서는 8명의 학생을 30명의 교수가 담당하며, 펀딩·상담·연구 등을 분담해서 수행한다"면서 "한국 교수들은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점이 생기는 것 같다. 더 많은 교수가 학생들을 관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경 연구원은 "포스닥을 위한 멘토역할, 커뮤니케이션, 연구비 펀딩 등 교수가 신경써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철호 연구원은 "BK21 사업 등 정부 지원을 받은 석·박사생들이 포스닥을 갈 수 있는 연구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기관이 받을 수 있는 학생 숫자를 제한하다보니 열심히 공부해도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없어 외국으로 떠나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웠다"면서 "교육체계가 조금씩 개선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경 연구원은 "포스닥생들은 졸업 후 교수가 되거나 연구원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이라면서 "외국에서는 무조건 교수, 연구원이 되지는 않으며,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러한 문화 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이나 한국 과학계 발전을 위해 기초 연구가 중요하다는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

로렌테조르 연구원은 "노벨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가 중요하다. 삼성, LG 등의 산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초적·장기적 관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미앙 포스닥생은 "정부는 응용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응용연구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현재는 80%는 산업체와의 협력, 20%는 타분야 연구를 하는 것 같다. 근본적인 정부 펀딩은 기초과학분야에 집중 지원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철호 연구원은 "15년 동안 한국에서 일하면서 한가지 연구분야에서 집중해 왔다"면서 "때로는 응용연구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연구는 기초연구 인프라 조성과 환경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앞으로 후손들이 과학자를 꿈꿀 수 있도록 연구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경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산업 응용연구가 중요해지는 추세라 흐름을 좇아야 한다"면서도 "100년 전 과학자들은 논문에 주력하지 않았다. 연구를 즐겁게 한 것이 놀라운 결과물들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연구원은 "뉴질랜드는 엄격한 시간 제한이 없어 종종 주변 공원에서 재충전하고, 실험실에 돌아와서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구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함께 한 후, 전철호 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내부 연구시설을 둘러보면서 설명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번 행사에 만족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소통의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샤히눌 이슬람 포스닥생은 "한국의 연구환경에 대한 강점과 약점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기초지원연을 비롯한 한국 과학계가 소통을 강화하면서 발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다미앙 포스닥생은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화하는 과정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초지원연의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외국인 연구자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전철호 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기초지원연의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설명을 듣는 참석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 "연구환경, 치안, 교통 등 만족"…언어장벽, 교육 등은 아쉬워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외국인 연구자들은 기초지원연의 홍보 영상을 시청하고,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랑스 출신의 로렌테조로 연구원은 8년전 프랑스에서 만난 한국인 부인과 결혼한뒤, 한국으로 왔다. 지난해 한국으로 귀화해 '정로헝'이라는 이름을 갖고 핵융합연 선행기술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의 비노드 파틸 박사과정생은 UST 학생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단백체 의학센터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부인도 같은 UST 학생으로 기초지원연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슬람 샤히눌 포스닥생은 전북대에서 화학공학과 박사를 마친 후, 지난 2011년부터 기초지원연 서부센터에서 기능성 나노물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독일계 프랑스인 다미앙 포스닥생은 독일에서 태어난 후, 고등학교 때부터 프랑스에 거주한 이중국적을 갖고 있는 연구자다. 한국인 부인과 결혼해 현재는 KAIST EEWS 대학원에서 화학공학과 포스닥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의 무하마드 주베르 칸 포스닥생은 고려대학교에서 박사를 마친 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포스닥생으로 연구를 진행중이다.

일본 출신의 카츠키 코우타 연구원은 지난 2009년 부산대에서 포스닥을 한 후, 2012년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치안, 연구환경, 교통 등 전반적인 한국생활에 대해서 만족하면서도 언어장벽, 교육 등은 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로렌테조로 연구원은 "전체적인 한국문화와 생활은 만족한다"면서도 "한국 교육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데 언어문제, 수동적 학업문화 등으로 인해 딸 교육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샤히눌 이슬람 포스닥생은 "7년 간의 한국 생활 중에서 특히 교통이나 치안등에 만족한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한국어를 못해서 더 많은 것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다미앙 포스닥생은 "하이킹을 좋아해 교외 지역을 자주 찾는 편"이라면서 "도시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외국인이라며 반겨주셔서 좋다"고 강조했다.

칸 쥬베르 포스닥생은 "MT나 컨퍼런스 등 각종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면서 "각종 국제행사를 통해 선물을 챙겨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과학자들은 한국의 연구장비가 훌륭하며, 후손들이 과학자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강민구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