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인력·기관·기업 증가에도 매출액 수년째 '제자리 걸음'
2009년 기술이전료 정점 찍고 하향곡선…일부 성과 있지만 대대적 개선 필요

 

연구개발특구 출범 10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대덕연구단지가 R&D특구로 지정되고 지난 10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005년 전국 유일의 R&D특구 출범으로 희망차게 내건 비전과 목적은 얼마나 달성했을까.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지향하며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가 되기로 했던 방향타는 과연 얼마나 유지되고 진화하고 있을까.

특구가 출범 10년 만에 기술사업화 성공이냐 부실이냐 논란의 갈림길에 섰다. 중간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진흥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연구소기업  100호 돌파 등 외향은 커졌지만 실질적인 부가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는 등 부실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기술사업화 생태계가 흐트러지고 기업과 연구자들 부담만 늘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연구개발특구 10년을 돌아보고 성과와 한계, 남은 과제를 알아본다.

글 싣는 순서는 상-목표 대비 추진성과, 하-특구 활성화 목소리 순이다.<편집자의 편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출범하면서 가장 기치를 내걸었던 화두는 혁신클러스터 조성. 과학을 경제로 이으면서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완성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대덕특구는 특구 내 산·학·연 R&D집단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국가 경제의 이익으로 연결시키겠다는 명분으로 탄생했다. 그러한 취지로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7월 대덕연구단지를 연구개발특구로 선포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정부 말대로 혁신클러스터 조성은 제대로 이뤄졌나? 기술사업화 생태계와 커뮤니티가 활발해졌나? 연구자들의 기술사업화 편익은 증진되었나?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대덕특구의 입주기관은 연구분야, 연구지원분야, 기업을 포함해 2005년 742개(연구분야 32개, 연구지원 분야 23개, 기업 687개)에서 2014년 1611개(연구분야 42개, 연구지원분야 48개, 기업 1521개)로 2배 가량 늘며 '대덕밸리'라는 타이들과 함께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기술중심의 기업들이 지속증가하며 첨단기술기업 현황도 2007년 36개에서 2015년 10월 106개로 늘었다. 코스닥 등록 기업도 2005년 11개에서 2014년 기준 35개로 증가하며 첨단기술 중심 벤처들이 집적돼 가는 모습이다.

대덕특구에 투입되는 국가 연구개발 투자비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2005년 1조8131억1700만원 규모이던 연구개발비는 2010년 6조5463억1900만원, 2014년 7조2674억8400만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이들 기관에 종사하는 연구기술직과 관리생산직 인력도 지속 증가추세다. 2005년 2만3558명(연구기술직 1만6759명, 관리생산직 6799명)이었던 인력은 지난해 기준 6만9679명(연구기술직 3만242명, 관리생산직 3만9437명)으로 3배 정도 증가했다. 연구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가 어느정도 형성돼 가는 모양새다. 

지난 10년간 매출액 규모. 답보상태를 지속하고 있다.<이미지=이지현 대덕넷 디자이너>
지난 10년간 매출액 규모. 답보상태를 지속하고 있다.<이미지=이지현 대덕넷 디자이너>

하지만 우려의 결과수치도 나온다. 대덕특구의 전체 매출액 규모도 몇년째 답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입주기관, 인력, 연구개발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매출총액은 제자리걸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도별 매출 규모로 살펴보면 2005년 2조5638억9300만원에서 2년만인 2007년 9조9283억1900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2009년 12조2916억3400만원, 2011년 16조4149억2400만원으로 16조원 고지를 넘어섰지만 2012년 16조6980억700만원을 정점으로 2013년 16조4149억4400만원, 2014년 16조4429억2900만원 상태다. 대덕특구내 입주 기업 수가 매년 증가했고 예산과 인력도 늘었지만 전체 투입에 비해 매출액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내 기술이전건수는 큰폭으로 증가했다.<이미지=이지현 대덕넷 디자이너>
대덕연구개발특구내 기술이전건수는 큰폭으로 증가했다.<이미지=이지현 대덕넷 디자이너>
기술사업화의 바로미터인 기술이전료 추이를 보자. 기술이전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전료는 2009년 1000억원대로 정점을 찍고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 815건 777억9800만원, 2008년 974건 957만2300만원, 2009년 910건 1093억9400만원, 2010년 796건 969억500만원, 2011년 821건 848억4900만원, 2012년 906건 815억6200만원, 2013년 1054건 689억3700만원, 그리고 지난해 1519건 679억7500만원을 기록했다. 수치에서 보듯 이전 건수는 증가하는 것에 비해 이전료는 감소하고 있는 것.

기술이전료 감소에 대한 현장의 의견이 엇갈린다. 과거에는 기술완성도에 비해 기술이전료가 너무 높았다가 이제 제자리를 찾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면과 출연연에서 개발한 기술 규모가 작아지거나 기업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기술사업화 현황이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관점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출범 10년간 기술이전료. 2009년 이후 하락추세다.<이미지=이지현 대덕넷 디자이너>
대덕연구개발특구 출범 10년간 기술이전료. 2009년 이후 하락추세다.<이미지=이지현 대덕넷 디자이너>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연구소기업 현황은 어떨까. 대덕특구 내 연구소기업은 2006년 2개에서 2015년 10월 현재 83개로 늘었다. 광주, 대구, 부산을 포함하면 전체 연구소 기업은 147개로 최근들어 크게 증가했다.

연구소기업의 고용창출과 매출액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09년 237명의 고용창출, 283억8600만원 매출 규모에서 2014년 850명 고용창출, 2365억400만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3년 특구 전체 연구소기업 수가 46개에서 올해 10월 말 현재 147개로 100개 이상이 짧은 시간에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단기간 내 연구소기업 증가 현상과 관련, 연구소기업 생태계 구축과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기업지원기관 관계자는 "연구소기업수가 갑자기 늘면서 기존 선정 기업들 지원이 소홀해지고 있다. 연구소기업의 상당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2의 콜마비앤에이치같은 연구소기업이 나오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현재는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하다"고 꼬집는다.

특구진흥재단 관계자는 연구소 기업 증가에 대해 "이전에는 특구진흥재단에서 기술발굴과 창업 등 모든 분야를 다 맡아 진행해 성과가 나오지 않았던게 사실"이라면서 "지금은 과학기술지주 등 기술발굴과 투자기관이 별도로 생기고 정부 정책에 따라 창업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연구소기업 창업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대덕특구 출범 후 초창기 나름의 성과가 나면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2011년 광주연구개발특구와 대구연구개발특구, 2012년 부산연구개발특구, 올해 전북연구개발특구가 새롭게 지정됐다.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형태로 역할이 강화됐다.

◆ '투입' 늘었지만 '성과' 감소 왜?…"재검토 필요" 

대덕특구에 지원된 연구비 현황.<이미지=이지현 대덕넷 디자이너>
대덕특구에 지원된 연구비 현황.<이미지=이지현 대덕넷 디자이너>
연구개발비와 인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투입됐지만 매출액이 제자리 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또 기술이전료가 하향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원인때문일까.

연구성과는 투입(input) 대비 산출(output) 논리만으로 분석할 수는 없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입주기업과 연구소기업이 매년 늘고 있는데 특구내 전체 매출액이 답보상태인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특구내 한 구성원은 기술사업화 생태계나 특구진흥 정책 어딘가에 문제가 있거나, 처음부터 대덕의 기술집단에 한계가 있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태동한 지 이제 10년 된 특구 생태계를 무조건 폄하하는 주장도 무리지만, 한번쯤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형과제를 연구해 온 한 연구원은 연구현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연구현장의 풍토가 긴안목의 연구를 하기보다 당장 과제 수주를 위해 어떻게 보일수 있는가에 치중하면서 연구보다 포장하는데 급급하며 연구성과의 질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라면서 "연구는 없고 자잘한 기술과 홍보만 남으면서 매출과 기술이전료 하락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출연연의 기술이전 관계자는 국내 경제 상황과 기술이전료 하락의 연관성을 들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출연연에서도 기술 이전료를 이전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다"면서 "기술이전료만으로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전체 매출액이 감소했다는 것은 투입대비 생산성이 떨어진 것으로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그만큼 악화된 것이 아닌지 해석된다"며 조심스럽게 견해를 표명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할 콘트롤타워가 없다는 것.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책적인 문제와 콘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한다. 또 같은 문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회복력마저 잃고 있어 콘트롤타워 역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구 한 벤처기업 CEO는 "연구소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문화는 어느정도 생긴것 같다"면서 "하지만 10년을 돌아보는 것은 앞으로 10년후 특구가 어떤 모양으로 갈 것인지를 고민하기 위한 것인데 특구에는 그런 중심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소기업의 한 CEO는 연구소기업의 갑작스런 증가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연구소기업의 상당수는 외부에서 대덕특구로 사무공간을 이전한 경우도 있다"면서 "연구성과 발굴을 통한 연구소기업 활성화가 아니라 단지 숫자만 늘리는 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짧은 기간동안 연구소기업 숫자만 늘면서 우수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해 사라질 수도 있다. 특구진흥재단에서는 이런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과학계 한 원로는 "특구가 출범하고 10년이 흐르면서 기술 중심의 클러스터가 어느정도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원 기관으로 발족한 특구진흥재단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구성원들이 잘알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구의 미래 10년을 위해서는 누군가 콘트롤타워가 되어야 하고 누군가는 행동의 반경을 넓혀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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