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 전만 해도 논문을 쓰기위해 도서관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자료를 찾던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서지정보를 보고 자료를 찾으러 서가에서 왔다 갔다 했는데, 하루 종일 찾아도 원하는 자료를 하나도 찾지 못 하는 일이 낯설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책상 앞에서, 심지어는 책상을 떠나 이동 중에도 필요한 자료들을 검색하여 볼 수 있다. 현재는 원하는 자료들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너무 많은 자료들 속에 더 가치 있는 정보들을 어떻게, 그리고 적절한 시간 안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최근 IoT,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와 함께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연구자들은 많은 정보들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정보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R&D 활동 중 정보활동 시간 비중이 2004년 35%에서 2010년 52%로 확연히 늘어났다. 많은 정보들 가운데 연구의 목적에 적합하고 학술적 가치를 가진 정보를 선별해 내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속에서 연구 활동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시에, 적절한 도구와 방법을 통해 제공해줄 수 있는 도구와 기반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기술의 발전과 융합으로 인한 복잡도의 급격한 증가와 이에 따른 복잡한 문제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이거나 단편적인 데이터로는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과거에는 텍스트, 숫자 등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데이터들이 분석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비정형화된 데이터들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되었다. 수 없이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 속에서 데이터의 숨겨진 가치를 찾고 이를 정교하게 분석하여 미래를 통찰하는데 활용함으로써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교육, 건강,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해결과정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협업이 필요하며 상호 협업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인프라인 플랫폼 구축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플랫폼 시대'의 저자인 필 사이먼은 플랫폼을 규모와 형태가 빠르고 쉽게 변화하며 새로운 기능, 사용자, 고객, 벤더, 그리고 파트너를 포괄하는 매우 가치 있고 강력한 에코시스템으로 정의하였다. 많은 상업적 가치와 응용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어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으며,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의 등장과 휴대폰 이용자들은 앱스토어를 통해 소비자이자 제공자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했다. 아이폰의 사용자들은 자신의 사용경험을 바탕으로 더 창의적이고 수요가 높은 앱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대표적인 플랫폼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프로슈머(provider+consumer) 역할이 활성화되고, 그 상호작용을 지원해줄 수 있는 기술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닫힌 공간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의사소통을 하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 플랫폼의 핵심인 것이다.

사회현안 해결을 위한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정보시스템이 일상화되고 정보처리 기술이 급속히 발달함에 따라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그 종류도 다양하고 발생속도도 매우 빠르기 때문에 필요한 시점에 제대로 분석되고, 현안의 해결 및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기반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같은 기반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플랫폼 구축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공유를 위한 법, 제도적인 장치 및 데이터의 표준화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 활성화의 가장 큰 요건인 프로슈머들의 참여이다. 수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소비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정보의 생산 및 유통에 참여하는 프로슈머들의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 문화적으로도 자신만을 위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나누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지는 풍토가 필요하다. 이들이 즐거움을 나누고 놀 수 있는 장소, 그 곳이 바로 플랫폼이다. 

◆류범종 KISTI 본부장은

류범종 KISTI 본부장.
류범종 KISTI 본부장.
현재는 정보의 홍수시대입니다. IDC의 '디지털유니버스 보고서'에 의하면 올 한해동안 생성되어 유통된 디지털 데이터의 양은 2.8 제타바이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류범종 본부장은 '류범종의 빅데이터'를 통해 'IAI(Information Aided Innovation)'  향후 과학기술정보융합서비스 체제 구축 방향 및 개발 방향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류범종 본부장은 전자공학과 정보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첨단정보융합본부 본부장으로 재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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