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 베른트 하인리히, 역 : 김명남, 출판 : 궁리
인간과 자연, 생명 존재의 순환을 관찰한 생물학자의 기록

저 : 베른트 하인리히, 역 : 김명남, 출판 : 궁리. <사진=Yes24 제공>
저 : 베른트 하인리히, 역 : 김명남, 출판 : 궁리. <사진=Yes24 제공>

올해로 75세가 된 미국의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자이자, 야생동물을 연구하며 쓴 스무 권 가까운 저서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자연 작가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묘사된 자본주의를 벌의 경제 구조와 비교하여 이야기한 첫 번째 저서 『뒤영벌의 경제학』이 미국 도서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르면서 일약 생물학계의 유망주로 떠오른 하인리히는 기발하고 세밀한 관찰과 정확한 연구를 바탕으로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파헤친 다채로운 자연 에세이와 과학책을 저술, '존 버로스상', 'L. L. 윈십 도서상' 등을 수상하며 '현대의 소로'라는 찬사를 받으며 생명 현상과 생물학의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일깨우고 있다. 특히 이번 책 『생명에서 생명으로』는 2013년 '미국 펜(PEN)클럽 논픽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하인리히의 과학자적 탐구 열정과 작가로서의 섬세한 감수성이 오롯이 잘 어우러져 있기에 독자들에게 크나큰 여운과 감흥을 준다.

"생명은 생명에서 오고 생명으로 이어진다. 자연에 이보다 더 엄연한 현실은 없다!"
메인의 숲에서 아프리카 초원까지, 전 세계 곳곳, 어제와 오늘의 자연에서 배우는
'영원한 생명' 이야기! 인간의 오만과 편견을 깨뜨리는 짜릿한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히려 눈길을 돌리려 할 생물들의 흥미로운 활동을 더없이 독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연 속 동물과 식물이 죽고 난 이후 벌어지는 삶의 일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죽은 들쥐를 땅에 묻는 송장벌레, '북방에서 제일가는 장의사'인 큰까마귀의 소통 전략, 그리고 늑대와 큰 고양이과 동물, 여우와 족제비, 흰머리수리와 동고비가 겨울에 '의도치 않은 팀워크'를 발휘하여 사냥한 먹이를 널리 퍼뜨리는 과정, 나무 그루터기의 속내와 균류의 번식, 강물을 거스르는 연어와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죽는 고래들의 세상까지….

나아가 저자는 고대에 청소동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우리 인간이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그런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흙에서 흙으로가 아니라 생명에서 생명으로의 순환을 거들고 있음을 명료하고 감동적으로 펼쳐보인다. 책을 읽다 보면, 인류의 문화와 역사, 동식물과 인간 세계를 폭넓게 넘나드는 저자의 시선에 감탄하고, 풍부한 사례에서 이끌어낸 다채로운 동물 이야기는 지구 생태계의 큰 흐름을 쉽게 이해하고, 나와는 별개라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자연과학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생태학/생물학은 우리를 생명의 그물망과 이어준다. 우리는 먼지에서 오지 않았고, 먼지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우리는 생명에서 왔고, 우리 자신이 곧 다른 생명으로 통하는 통로이다. 우리는 비할 데 없이 멋진 식물과 동물에서 왔고, 나중에 그것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우리가 내놓는 쓰레기는 딱정벌레와 풀과 나무로 재순환되고, 그것이 또 벌과 나비로, 딱새와 되새와 매로 재순환되었다가, 다시 풀로 돌아오고, 이윽고 사슴과 소와 염소와 인간으로 되돌아온다. 이 책에서 나는 모든 생물이 다른 생명으로 부활하도록 돕는 전문적 장의사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볼 것이다. 이 주제를 내가 처음 꺼내는 것이라고 주장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많은 독자가 나와 함께 기꺼이 이 주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터부를 점검하여 우리 종에게 유효한 문제로서 살펴볼 의향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우리 호미니드가 대형 초식동물에서 사냥하고 청소하는 육식동물로 진화하면서 수행한 역할은 이 주제와 각별한 관계가 있다. 우리의 자취가 세상을 바꿨기 때문이다. 생명의 재순환이 미치는 파문은 세상에 존재하는 종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자연의 삶 속에 존재하는 생명과 죽음의 그물망, 그리고 우리와 그 그물망의 관계를 일깨우다!
세상 모든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
인간의 관점을 뛰어넘은 자연의 관점, 생태의 관점, 지구의 관점이 주는 삶의 통찰을 담은,
21세기 환경을 위해, 교양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과학책!

저자는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다채로운 열한 편의 세부 장들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동안 까마귀, 거위, 올빼미 등 개별 종의 생활사를 연구한 관찰 일지에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들을 결합하여 과학적이고도 사색적인 자연 에세이를 써온 사람답게, 이 책에서도 사변이나 자료 조사에 그치지 않았다. 여기 실린 11편의 글은 모두 그가 몸소 관찰하고 실험하여 자유롭게 쓰고 그린 작은 논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시선이 주로 머무는 대상은 이른바 청소동물이다(그는 청소동물이나 분해자라는 말보다 재활용 전문가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생쥐처럼 작은 동물의 송장을 땅에 묻는 송장벌레부터 시체를 먹는 구더기, 딱정벌레, 큰까마귀, 독수리, 곰…… 그는 이런 '자연의 장의사'들이 펼치는 활동에 새삼 주목한다. 이들이 대단히 효율적으로 빠르게 자연의 장례를 치러낸다는 사실에 놀라고, 이들끼리도 시체를 둘러싸고 경쟁과 협동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흥미로워한다. 자연의 여러 죽음의 면면을 촬영한 열한 편의 스냅 사진이라 부를 만한 이 글들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이러한 장의사들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인간도 때에 따라 청소동물이 된다고 말한다. 바로 자신이 전쟁 중에 숲에서 그렇게 살았노라고.

"시체는 아주 활동적인 현장입니다. 죽음의 현장이라기보다 생명의 현장이지요. 재활용을 담당하는 동물들에게 시체란 엄청난 양의 먹이가 농축된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시체에 접근하기 위해서 경쟁은 물론이거니와 온갖 흥미로운 행동들을 펼치게 되지요. 어느 한 녀석이 먹이를 방어하는 경우도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한 시체를 원하는 경우는 더더욱 흥미롭고요. … 청소동물은 평판이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독수리나 큰까마귀를 미워하는 문화도 있지요. 그것은 그들이 죽음과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그들 탓으로 돌리는 거지요. 큰까마귀는 이런저런 동물을 많이 죽인다는 비난을 받는데, 사실은 이미 죽은 동물이나 거의 죽은 것과 다름없는 동물만 먹습니다. 그것은 이런 동물들의 행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비논리적인 연관관계예요. 바다에 죽은 물고기를 먹는 청소동물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십시오. 죽은 물고기들이 바다 꼭대기까지 차오를 것입니다. 재활용 동물들이 없다면, 자연은 멈춰버릴 거예요." - 저자 인터뷰 중에서(베른트 하인리히 저자 인터뷰 전문은 궁리 홈페이지 다음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 http://kungree.com/story/story_diary_detail.html?id=199)

〈제1부. 작고 큰 것〉 크기는 중력을 이기는 데 필요한 신체 지지 구조의 종류와 비례를 결정짓는다. 생물체의 크기는 기체와 영양소의 확산 속도를 결정짓고, 그 속도가 최대 대사율, 필요한 먹이의 양, 은신처로 이용할 공간의 종류, 필요한 방어의 종류를 결정짓는다. 크기는 사체가 처분되는 방식, 처분자의 종류, 처분자의 활동 방식에도 중요하다. 우리가 ‘장례’라고 하면 곧바로 떠올리는 매장은 자연에서는 사체 처분 방식으로 거의 쓰이지 않는다. 쓰이더라도 사체를 처리하려는 목적이기보다는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한 보관이 목적이다. 이 부에서는 생물체가 살아가는 방식과 생물체가 취할 수 있는 형태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크기’라는 요소를 바탕으로 생쥐를 묻는 송장벌레(1장), 사슴의 장례(2장), 코끼리의 삶을 조망하며 세상을 다시 만든 궁극의 재활용가인 인간(3장)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된다.

〈제2부. 북쪽과 남쪽〉 새 생명이 시작되고 죽은 생명이 처분되는 시기는 계절의 주기를 띠고 반복된다. 그 주기를 제일 잘 보여주는 달력은 철따라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다. 하지만 이 달력은 지역마다 다르다. 그리고 매장은 자연의 장의사 동물들이 활동할 때만 벌어진다. 저자가 사는 미국 북쪽 지방에서는 겨울이나 초봄에는 송장벌레가 나다니지 않는다. 세균에 의한 부패도 거의 혹은 전혀 진행되지 않는다. 파리나 구더기도 없다. 독수리는 겨울을 나러 내려간 남쪽 지방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주요한 장의사들 중에서 겨울에도 계속 활동하는 것은 몇몇 포유류와 큰까마귀뿐이다. 이 부에서는 북쪽과 남쪽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며 북방의 겨울을 지내는 새들의 복잡한 세상사(4장)와 수십 마리씩 떼를 지어 움직이는 독수리의 진화와 생태(5장)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3부. 식물 장의사들〉 동물계만 장의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식물계에서도 죽은 개체가 얼마나 잘 분해되느냐에 그 숲 생태계의 건강이 달려 있다. 이 세상에서는 곤충, 균류(버섯), 딱따구리 등이 장의사로 기능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식물은 장의사가 아니다. 그러나 궁극의 생화학자이다. 사소한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가령 베누스 플리트랍스, 즉 파리지옥), 식물은 동물의 살점을 섭취하지 않는다. 복잡한 유기 분자도 섭취하지 않는다. 식물은 물, 햇빛, 몇 가지 미네랄을 이용하여 대기의 이산화탄소로부터 얻은 탄소로 제 몸을 만든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시작된 물질이, 우리 동물의 기준으로는 달리 비길 데 없이 거대하고 영양이 풍부한 물질로 자란다. 식물은 우리가 흙으로 돌아가고 흙에서 나오는 재순환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맡은 행위자이므로, 식물의 재순환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재순환도 이해할 수 없다. 이 부에서는 생명 순환에 꼭 필요한 나무들(6장)과 똥을 먹는 벌레들의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사생활(7장)을 펼쳐보인다.

〈제4부. 물에서 죽다〉 저자의 시선은 수중 생태계로도 향한다. 그는 강을 거슬러 올라와 죽는 연어들(8장)과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죽는 고래들(9장)이 세상에서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살펴본다. 인간은 육상동물이라 사체 처분을 재깍 매장과 결부한다. 매장은 땅에 뿌리박는 것이다. 보통은 원래 살던 곳에서. 그러나 지구의 대부분을 덮은 바다에서는 살던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동물이 죽곤 한다. 고래 주검처럼 큰 사체는 차고 어두운 바다 밑으로 수 킬로미터나 가라앉는다. 연어는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서 살지만, 마지막에는 내륙으로 들어와서 죽은 뒤에 민물에 묻힌다. 죽은 연어가 재순환되어 발생하는 효과는 연어가 살던 바다가 아니라 육지에 더 크게 미친다. 물에서의 죽음도 뭍에서의 죽음과 비슷한 원리를 따르지만, 원리가 적용되는 방식은 다르다. 물에서의 죽음은 생명의 적응력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우리에게 친숙한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엿보게 하는 기회이다.

〈제5부. 변화〉 문화는 지나간 시대의 생물로 만들어진 우리 발밑의 백악이나 석회암과 같다. 문화는 우리의 지식, 우행, 열망이 긴 시간 동안 축적되어 이룬 잔여물이다. 문화는 우리가 눈과 귀를 통해 뇌로 흡수하는 비물질적 생명이다. 식물이 뿌리와 잎의 기공으로 영양분을 흡수한 뒤 당과 DNA로 바꿔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물려받고 흡수하는 이 비물질은 우리 자신의 삶과 미래 후손의 삶에 석회암 못지않게 크나큰 물질적 영향을 미친다. 이 부의 새로운 생명과 삶으로의 탈바꿈(10장), 믿음, 매장, 영원히 이어지는 생명(11장)을 통해 저자는 물질의 재순환과 비물질의 재순환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없음을 설명하고 재순환 메커니즘의 다양성을 언급하는 한편으로, 그사이를 관통하는 ‘변화(변형)’이라는 크나큰 맥락을 파악하고 성찰해야 함을 강조한다.

나아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류가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서 자신의 변신을, 나아가 다른 생명의 변신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우리 인간이 자연 생태계 안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인간이 지구적 차원에서든 지역적 차원에서든 자연의 계획에서 맡는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그러한 물음에, 인간의 관점을 뛰어넘은 자연의 관점, 생태의 관점, 지구의 관점에서 명쾌한 통찰과 단서를 제시하며, 세상 모든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로 살면서 스무 권 가까운 책으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자연 작가가 된 베른트 하인리히.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연 속 동물과 식물이 죽고 난 이후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결국 생명은 다른 생명을 재활용함으로써 존재한다. 죽음은 생명이 변형되고 재생되는 과정이라는 그의 말은 결코 문학적 표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종교적, 철학적 비유도 아니다. 자연에 이보다 더 엄연한 현실은 없다. 생명은 생명에서 오고 생명으로 이어진다. 모든 생물 개체는 그 연쇄에서 하나의 사슬이 될 때 가장 충만한 삶을 누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도 결국은 생물이므로.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분명 죽음 이후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시선이 확 바뀔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내 육신이 살아 있을 때로도 모자라 죽을 때마저 자연을 더럽히거나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내 육체의 일부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식되어 쓰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대신 가급적 제일 빨리 분해되는 방법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전혀 기괴하지 않으며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거스른다고 볼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은 전혀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크나큰 설득력으로 보여준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글 출처 : Yes24(출판사 리뷰), 출판 :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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