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과학을 꿈꾸다
저자:아일린 폴락, 엮은이:한국여성과총, 출판사:이새, 원제:The Only Woman in the Room

저자:아일린 폴락, 엮은이:한국여성과총, 출판사:이새. <사진=yes24 제공>
저자:아일린 폴락, 엮은이:한국여성과총, 출판사:이새. <사진=yes24 제공>
"여성은 왜 과학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나?"

《평행 우주 속의 소녀》는 현재 과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과학자를 꿈꾸는 여학생들과 그들의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님, 과학 선생님, 그리고 과학계의 여성 인력 문제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여성 과학기술인의 참여가 낮은 편에 속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과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라면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 방법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과학에 흥미와 재능을 가진 여자아이를 둔 부모에게 일독을 권한다. 아이가 마주하게 될 현실을 먼저 파악함으로써 그들의 인생길에 나침반 역할을 하는 데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미 사회가 보내는 부정적 메시지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도 이 책은 그 메시지들의 진위를 파악함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 아일린 폴락, 자신의 경험을 통해 여성을 배척하는 과학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밝히다.

《평행 우주 속의 소녀》의 저자 아일린 폴락은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 과학을 사랑했으나 '여성은 과학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메시지와 차별 때문에 예일대에서 최우등으로 물리학으로 학위를 받았음에도 결국 과학을 떠나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녀가 1970년대에 받았다는 그 부정적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그리고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유효한 것일까? 불행히도 대답은 '그렇다.'이다.

여성은 선천적으로 과학적 두뇌가 부족하다는, 혹은 과학을 잘하는 여성은 괴짜스럽고 여성답지 않다는, 그래서 남성들에게 인기가 없을 거라는 편견적 메시지가 도처에 넘쳐난다. 또한 여성이 실험실에서 부딪히는 온갖 편견과 불이익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을 꿈꾸던 여성들이 결국 스스로 과학에서 도망치도록 만들고 있다.

과학을 사랑했던 아일린 폴락은 학장 시절에는 과학을 잘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아야 했고, 남자들로 가득한 대학 강의실에서는 유일한 여자로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그녀는 예일대 물리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할 정도로 뛰어났지만, 단 한 번도 과학적 재능을 인정받지 못했다. 과학은 남자들의 영역이라는 무의식적 편견의 벽속에서 그녀는 평생 홀로였다.

이 책에는 수많은 또 따른 아일린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중요한 수학대회에 미국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고 몇 가지 증명을 해내서 국제적인 인정까지 받았던 한 여성은 타고난 수학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잘 알지 못하는 한 교수의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확언으로 인해 물리학자의 길을 포기했다.

과학과 수학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기까지 했으며 재료공학 인턴과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화학자가 되기를 포기한 이 여성은 자신에게 가능한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줄 조력자가 없어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은 1980년대의 어느 여름방학에 여자라곤 자기 한 명뿐이었던 화학실험실에서 일했는데 여자의 나체 사진들이 잔뜩 걸려있던 실험실 동료들은 일이 끝난 후 다 같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 그녀를 초대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화학을 포기했다.

이 여성들이 '포기'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과학적 능력을 가졌는지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고, 주위의 관심과 격려의 부족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했고, 남자들이 가득한 실험실에서 깊은 고립감을 느꼈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선택의 이면에 과학계의 여성 과학자에 대한 미묘한 편견과 그들이 홀로 느꼈을 깊은 고립감이 작용하고 있음 또한 사실일 것이다. 만약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의 사람이 갈림길에서 날카로운 돌길과 부드러운 흙길 중 흙길을 선택해 걸어간다면, 그 선택은 진짜 선택일까? 이런 의미에서 과학을 ‘포기’하고 인문학이나 법학 등으로 돌아간 그녀들의 선택은 진짜 선택일까?

◆ 보이지 않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통해 여성 과학자들을 '제거'해온 과학계의 변화를 꿈꾸다.

아일린은 수많은 부정적 메시지 속에서도 "여성이 과학 분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문화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나에게 작지 않은 희망을 준다. 미묘한 차별과 비논리를 사람들이 인지하고 의식적으로 시정할 수 있다면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일린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여성 과학도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말한다(멋진 여성 과학자의 이미지를 TV나 영화 등에서 자주 보여주고, 고등 미적분 과목을 듣도록 격려해주고, 교과서에 있는 축구나 스포츠, 전쟁, 폭탄, 총 같은 사례 대신에 여학생도 흥미를 느끼는 사례로 바꾸는 등). 또 수학이나 과학은 '인기 없는 괴짜'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반지성적 사고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과학계 진출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물은 바로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이다. 많은 젊은 여성 과학자들이 이로 인한 경력 단절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일린은 대학의 책임자가 연구 업적 평가 기간을 산출할 때 출산, 육아휴직 기간만큼을 연장해주고, 아이를 양육하는 젊은 아빠, 엄마들의 수업 의무 일수를 줄여주고, 캠퍼스 안에 육아시설들을 제공해주고, 수업이나 위원회 일을 배정할 때도 어린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 다른 한 쪽 부모의 스케줄을 고려해주는 등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글 : 출판사 리뷰, 출처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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