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만드는 과학자…진짜 '아이언맨' 되다

[별난사람]최인수 ADD 박사 "체력 좋아지니 연구 몰입도 높아져"
철인3종경기 100회 완주 성공…20년 동안 지구 한 바퀴 이상 뛰어

'철인3종경기' 100회 완주를 성공한 최인수 ADD 박사가 축하를 받고 있다. 그의 인생은 철인경기를 한 전과 후로 나뉠 만큼 철인경기는 그의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사진=최인수 박사 제공>
간간이 내리는 빗줄기에도 전국에서 몰려든 수백 명의 철인들의 열기가 경기 보문관광단지를 가득 메웠다. 지난해 9월 6일 열린 제15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트라이애슬론 선수권 대회.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선수들이 보문호수에 몸을 던진다.

호수의 물살을 힘차게 가른 선수들은 지친 기색도 없이 사이클에 몸을 싣고 40km를 내달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마라톤 10km를 더 달려야 결승점이 보인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도전을 꿈꾸는 철인3종경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완주할 수 있기에 결승선을 향해 오는 선수들이 얼굴에선 힘든 기색보다 "해냈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이날 경기에서는 특별한 수상대가 마련됐다. 입상자를 위한 자리가 아닌 철인경기 100회 완주자를 위한 축하 세리머니가 있었다. 주변의 부러움과 찬사를 한 몸에 받은 주인공은 최인수 박사.  한 번도 힘든 완주를 100번이나 성공한 그는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우리나라 국방산업을 책임지는 국방과학연구소(ADD) 과학자다.

'아이언맨'(무인기)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스포츠 '아이언맨' 에 도전하는 진짜 이유를 듣기 위해 연구소로 찾아가 그를 만났다.  
 
◆ 시작은 "살 쫌 빼지"…지금은 "체력은 나의 경쟁력"

철인3종경기는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이어 하는 극한의 스포츠로 유명하지만, 많은 이들을 유혹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사진은 최 박사가 철인3종경기를 하는 모습.<사진=최인수 박사 제공>
시작은 아내의 잔소리였다. 어려서부터 뚱뚱했던 그는 운동 전 90kg가 넘는 거구였다. 배 둘레 타이어(?)는 인격이라며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지만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던 아내의 손에 억지로 수영장에 끌려갔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TV 프로그램에 마음을 빼앗겼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모습은 실내 수영장에선 느낄 수 없는 강렬함이었고, 사이클에서 느껴지는 속도감에 인내심의 결정판으로 그려진 마라톤에서는 묘한 끌림마저 받았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살 빼기 위해서 운동을 했죠. 주위에서 건강을 생각하라고 아우성이었거든요. 어려서부터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철인3종경기를 우연히 보면서 이왕 할 운동이라면 멋있게 해 보자 생각했죠. 그런데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철인3종경기가 주는 시련은 혹독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기본 코스인 '올림픽 코스'에 처음 도전했지만,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결승선을 넘어야 했다. 

그는 "1994년 제주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로 기억한다. 결승선을 지나자마자 바로 주저앉았다. 이 힘든 걸 내가 왜 하는지 다시는 안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20년 넘게 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철인3종경기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국내는 물론 해외대회까지 찾아다녔다. 15년이 지나니 수상대에 올라 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만 5번, 입상은 18번이나 했다. 지난해에는 철인3종경기 100회 완주의 주인공이 됐다. 전국에서 8번째다. 최장거리인 아이언맨 코스에서도 지난해 20회를 완주하며 우리나라에서 13번째라는 기록을 썼다.

"100회 완주를 하려면 보통 20년은 해야 합니다. 해외대회에 많이 나가면 더 빨리 하기도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죠. 이렇게 100회까지 할 수 있었던 데는 아내의 역할이 컸죠. 항상 고마운데, 표현은 쉽지 않네요."

수영, 사이클, 마라톤의 3종목을 연속으로 하는 철인3종경기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스포츠로도 유명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 런던올림픽에서 템스 강에서 경기가 진행되며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운동 거리에 따라 코스가 나뉜다. 올림픽에 채택된 올림픽코스는 제일 짧은 거리로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달려야 한다. 올림픽코스의 2배 거리인 O2코스와 아이언맨 코스의 절반을 뛰는 하프코스도 있다. 가장 장거리인 아이언맨 코스는 총 226.3km를 17시간 내에 헤엄치고, 구르고, 달려야 한다. 

그는 "철인경기는 수영, 사이클, 달리기 등을 모아 놓은 복합스포츠로 세가지 운동을 동시에 즐기는 재미가 있어 시작하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며 "동호인 부문에서는 연령대를 5살 단위로 구분해 시상하고 전국적인 랭킹을 부여하는 데 이 또한 철인경기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긴 코스인 아이언맨 코스를 완주해야 진정한 아이언맨이 된다. 제한시간인 17시간 안에 완주해야 해 경기에 들어가면 1초도 쉬지 않는다. 수영에서 나와 사이클 안장에 앉으면 180km를 타는 7시간 동안 한 번도 내리지 않는다"며 "지치지 않으려면 계속 먹어야 하기에 스포츠 젤이나 초콜릿 등을 먹는다. 철인경기는 지구력 유지가 중요하기에 평소 연습에서도 먹는 훈련 등도 몸에 익혀야 한다"고 전했다.

◆ 체력 키우니 연구 몰입도 높아져…"일하려 운동한다"

"남들은 중독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운동할 때면 진정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가 이처럼 철인경기에 빠져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운동을 통해 몸의 변화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라 힘주어 말한다.  

그는 "몸이 무거워 게을렀던 전과는 달리 운동으로 몸이 가벼워지고 모든 면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며 "건강한 몸은 의욕과 용기를 준다. 직장에서 일과 가정,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적극적인 내 모습을 발견한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열정은 그동안의 연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최초의 국산 훈련기 KT-1을 개발한 주역 중 한 명이다. ADD에서 10년간 연구 노력으로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KT-1은 우수한 기동능력과 안정성, 기동성 등으로 비행훈련에 가장 적합한 훈련기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항공기 연구사업은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 연구를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기도 하고 외부에서 항공기 시험을 하다보면 열악한 환경 탓에 체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어려움을 운동으로 풀다보면 새로운 활력이 또다시 생기게 되죠. 일하려 운동을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운동 마니아인 그는 동료들에게도 수시로 운동을 권한다. 건강하게 연구하며 함께 즐거운 삶을 살자는 이유에서다. 그는 "달리기는 제일 간편한 복장으로 문 앞에만 나서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운동이다. 달리기를 하며 창의적인 생각도 할 수 있다"며 "누구나 젊음을 유지할 때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체력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몸이 건강해야 미래도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운동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은 인맥이다. 힘든 운동으로 만난 탓에 우정도 끈끈해 질 수 밖에 없단다. ‘대전철인회’에서 총무와 회장을 거쳐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경기가 전국에서 열리니 운동으로 인연을 맺은 이들이 전국에 퍼져있다"며 "운동 정보도 공유하고 함께 여행도 하고 운동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평생 친구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극한의 운동인 만큼 부상을 우려하는 기자에게 그는 "부상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부상도 줄 수 있다. 100회 완주를 하고 나니 욕심이 줄었다(웃음)"며 "운동도 요령이 있다. 20년간 달리기만 지구 한 바퀴 이상 뛰었지만 무릎과 발에 이상이 없다"고 자신했다.

그의 미래엔 여전히 연구와 운동이 함께 한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항공기 연구개발사업은 1개 기종 개발에 보통 10년 이상이 걸린다. 운동으로 유지한 체력으로 얼마 남지 않는 재직기간 동안 무인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돼 방위력 증강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며 "내 인생의 행복과 기쁨을 준 철인경기는 80세까지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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