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과학의 힘⑰] 심원기획, 편집디자인서 유통까지…"올해 포털브랜드 육성"
오 대표 "디자인업계서 손꼽히는 ‘일류기업’ 으로 키워나갈 터"…"제2세대 펼쳐 나갈 것"

대전지역에 디자인 업체만 200여 곳. 상당수가 소규모로 운영된다. 하루에도 몇 개씩 개·폐업을 반복하는 열악한 환경에 있다. 이런 생태계에서 11년을 지역 업체로 굳건히 자리를 굳혔다. 디자인 전공자도 아니고, 심지어 나이도 많지 않다. 그러나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심원기획 오재진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몇 해 전만해도 예쁜 디자인이면 통했다. 하지만 이젠 디자인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입히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며 "우리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라고 기업의 존재의미를 부여한다.  

지난 2004년 창립한 심원은 편집디자인, 패키지디자인, 환경 및 공간디자인, 브랜드 개발, 인쇄업 등을 하는 디자인서비스 전문회사다. 일반 디자인업체처럼 편집디자인으로 기반을 다져 온 심원은 활동영역을 점점 넓혀가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다고 심원이 초반부터 탄탄대로를 달렸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미약했다. 다른 디자인기업처럼 기업 홍보물, 책자 등 인쇄물 디자인을 통해 기업과 디자인업계에 조금씩 알렸고, 여기에 심원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사업을 넓혀나가고 있다.

"디자인 사업은 제조업처럼 정량화 된 것이 아닙니다. 디자인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 기술 자체를 판매하는 일이죠. 고객의 요구에 맞춤형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하지만 심원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좋은 디자인으로 고객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만의 저력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 1세대에서 2세대 나아가…"생각·소통·가치 있는 디자인을 만든다"

지역 디자인업계 대표들 중 막내격에 해당하지만 젊음을 무기로 기업을 키우겠다는 오재진 대표.<사진=박은희 기자>
지역 디자인업계 대표들 중 막내격에 해당하지만 젊음을 무기로 기업을 키우겠다는 오재진 대표.<사진=박은희 기자>
오 대표는 심원의 역사를 1세대와 2세대로 구분한다. 1세대는 디자인한 제품을 납품하는 데 주력했다면 2세대는 차별성을 둔 아이디어를 삽입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1세대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2세대를 맞는데 디딤돌 역할을 했다. 오 대표는 대표적인 예로 전통주 사업을 꼽았다.

'옥로주' '내장산복분자주' 등 전통주 관련 패키지 디자인을 의뢰받은 심원은 박스, 포장지, 쇼핑백 디자인은 물론 납품, 유통까지 담당했다. 보통 디자인업체에서 패키지로 디자인을 맡는 것과 비교하면 의외다.  

당시 직원들은 전통주 디자인을 위해 전국을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하고 주조법까지도 찾아가며 법령을 익혔다. 라벨작업부터 선물세트까지 패키지로 구성하고 전통주가 판매되는 것까지도 지켜봤다.

오 대표는 "당시 옥로주를 만드는 장인을 만났었다. 소곡주나 안동소주는 디자인은 물론 마케팅이 잘 돼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었으나, 옥로주는 장인이 만든 국가 대표 전통주임에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며 "디자인은 물로 마케팅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국한되지 않는 사업 구상은 전시부스 제작이라는 사업확장에도 도움을 줬다. 전시부스는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분야로 서울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심원은 그 틈속에서 지역업체로 당당히 명함을 내밀고 있다. '충청광역경제권 선도사업 지원단',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한전원자력연료' 등을 꾸미며,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오 대표는 "전시부스는 개인이 하기엔 비용이 많이 들어 주로 공공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인테리어 보다는 작은 개념으로 여기지만, 디자인부터 부스제작까지 멀티로 이뤄져야 한다"며 "대전은 컨벤션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이를 경험한 업체도 적어 대부분 수도권업체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세대에서는 미래를 담으려 한다. '브랜드' 개발을 올해 중점 사업으로 목표를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BI, CI를 비롯해 포털 브랜드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고객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거엔 전문가가 만들었다고 하면 믿고 넘어갔지만 이제는 이것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며 "디자인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의미는 무엇인지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홈페이지도 새롭게 개편하고 브랜드 포토폴리어로 대량 축적했다. 오 대표는 "과거엔 물건을 사는 사람이 물건을 알아보고 했지만 오히려 필요하지만 어찌 할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역발상으로 제안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기업의 브랜드가 상품보다 미흡하다 판단되는 곳에 찾아가 우리가 제작한 브랜드를 보여주고 설득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은 대전TP의 브랜드 역량 강화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과 매칭해 브랜드를 주로 개발하고 있지만 나아가서는 독자적으로 브랜드 개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모두가 행복한 회사…"활발한 소통이 회사의 비전 밝게 해"

홍보물부터 전시부스까지 심원기획이 지난 11년 동안 만들어 온 결실들. <자료=심원기획 제공>
홍보물부터 전시부스까지 심원기획이 지난 11년 동안 만들어 온 결실들. <자료=심원기획 제공>
직원들 평균 연령 20대 후반, 대표는 30대 중반. 다들 작업에 열중한 나머지 사무실은 조용하기 그지없지만 결과물엔 그들의 열정이 묻어난다. 젊기만 하진 않다. 디자인의 맥을 읽는 디자인 실장은 20년 구력의 디자인 베테랑이다. 이들의 융합이 좋아서일까 가족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오 대표는 "디자인 회사는 일반 회사와는 분위기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모든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 고객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만족시키는 일을 하며 정작 직원들이 즐겁지 않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공적인 일 외에도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한다. 친근감 도모를 위해 주기적으로 문화 활동과 워크숍도 갖는다"며 "매달 직원들이 제시한 캠페인을 진행해 평가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달은 '계획의 달'로 정했다. 신년인 만큼 올 한해를 위한 계획을 세워보자는 의도에서다. 오 대표는 "회사나 개인적인 목표를 세워 서로 발표하고 독려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며 "1월인 만큼 각자가 세운 목표가 올해 마무리 될 때까지 이어져 좋은 성과를 이루기 바란다"고 밝혔다.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자체적으로 운영 중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미술관 전시회나 공예전시회, 리더십 교육 등을 찾도록 하고 회사가 이를 능력 향상의 일환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오 대표는 "디자이너들은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이 돌출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원의 미래도 직원들과 함께 한다. 오 대표는 "대전에서 손꼽히는 회사로 키워 많은 디자이너들이 취업하기 원하는 기업으로 만들길 바란다"며 "미래가 불확실하지 않게 직원들의 정년이 보장받는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즐거운 직장을 만들자" 오 대표와 직원들이 일구고자 하는 회사의 모습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즐거운 직장을 만들자" 오 대표와 직원들이 일구고자 하는 회사의 모습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지식재산-과학의 힘' 기획연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전시의 예산을 지원받은 '지식재산서비스 서비스 혁신역량 강화사업'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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