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협회, 14일부터 5일간 中 심천서 '2015 글로벌 기업가정신 캠프' 개최
국내 메이커 20명 대상…DJI·Seeed Studio·남산 HW 단지 방문 등 기업 인프라 확보
현지서 아이디어 제품 제작·시연·시장 확보까지…"중국 진출 장벽넘는 자신감 얻었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14일부터 5일간 중국 심천서 한국 우수 메이커 20명을 대상으로 '2015 글로벌 기업가정신 캠프'를 개최했다. <사진=박성민 기자>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14일부터 5일간 중국 심천서 한국 우수 메이커 20명을 대상으로 '2015 글로벌 기업가정신 캠프'를 개최했다. <사진=박성민 기자>

"그동안 국내 메이커들이 중국 심천의 대규모 인프라를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캠프에서 현지 메이커들과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 탐방을 통해 기술 인프라를 형성했습니다. 심천을 활용해 향후 중국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겠습니다."(배재훈 충북대학교)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스타트업에 큰 관심이 없었죠. 하지만 실제 해외 시장과 부딪히며 현장을 이해하니, 그 장벽이 높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김민섭 UNIST)

"국내 메이커 활동에서는 대부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제품을 제작하는 수준에서 그칩니다. 이번 캠프는 직접 해외 시장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죠. 기업가정신 캠프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연속적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양수환 창업준비생)

최근 중국에서 샤오미·알리바바·화웨이·텐센트·DJI 등 세계적인 창업 기업들이 등장하며 오늘날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중국 제조업 시장은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한국 메이커들에게 또다른 '기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심천은 스타트업의 출발지로 불릴만큼 대규모 공장뿐만 아니라 수십개의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 기업,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수 있는 팹랩, 화창베이 전자상가 등이 포진해 있다.

이렇게 심천은 대규모 제조 생태계를 형성하는 '하드웨어의 성지'로 인식되고 있다. 심천의 제조 생태계와 대형 인프라를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 국내 메이커들이 나섰다.

중소기업청(청장 주영섭)과 벤처기업협회(회장 정준)는 지난 14일부터 5일간 한국의 우수 메이커 20명과 기술·비즈니스·생활멘토 등 총 40여명을 대상으로 중국 심천에서 '2015 글로벌 기업가정신 캠프'(YES Challenge Korea 2015)를 개최했다.

이번 캠프는 국내 메이커와 해외 메이커의 협업 기회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추세 변화를 이해해 글로벌 기업가정신을 갖춘 창의인재 양성이 목적이다.

국내 메이커들은 심천 현지에서 4명씩 5개 팀을 이뤄 각 팀이 구상한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했다. 뿐만 아니라 남산 소프트웨어 산업단지, 시드스튜디오, 화창베이 전자상가, 레전드 스타 등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기업을 방문, 관계자와 네트워킹 시간을 통해 인적 인프라를 확보했다.

메이커로 참가한 정내관 신당창작아케이드 금속디자인 작가는 "팀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제품을 직접 제작하고, 인적 인프라를 형성해 해외 시장에 연결다리를 놓을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라며 "기대를 넘어선 만족을 얻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 "팀 아이디어, 모든 것 만드는 '팹랩'서 해결"…현지 메이커들과 피드백·교류

국내 메이커들이 심천 현지 메이커들과 네트워킹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국내 메이커들이 심천 현지 메이커들과 네트워킹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제품 제작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막히는 부분에 대해 심천 현지 메이커들이 큰 도움을 줬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기술적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쉽게 극복할 수 있죠. 우리는 짧은 시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 메이커 연락처를 하나라도 더 얻어가기 위해 정말 치열했습니다.(웃음)"(박재완 가천대학교)

"현지 메이커 피드백으로 팀 제품의 문제점을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팀이 원하는 제품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이광호 서울대학교)

첫날 국내 메이커들은 심천 롱강에 위치한 'Fablab O Shenzhen'에 방문했다. 이 팹랩은 MIT 학생들이 만들어낸 공동제작 실험실로 디지털 장비와 오픈소스 하드웨어 등을 활용해 누구나 원하는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중국에는 지난 2012부터 2014년까지 50개여 개의 팹랩과 메이커 스페이스가 생겨났고 특히 팹랩에서 시작된 중국 기업수가 5000개가 넘어서고 있다.

국내 메이커들은 이곳에서 5일 동안 각 팀별로 아이디어 제품을 제작했다. 현지 메이커인 데니왕(Danny Wang), 탕후이(Tang Hui), 와니(Wany ganyjiun), 피비선(Pheobe Sun), 안데르스(Anders Haldin) 등 5명이 기술·비즈니스 멘토로 참가해 한국의 메이커들과 제품 제작에 관련한 전반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지원했다.

캠프에 참가한 메이커들이 4명씩 5개의 팀을 이뤄 아이디어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캠프에 참가한 메이커들이 4명씩 5개의 팀을 이뤄 아이디어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메이커들의 아이디어 제품은 스마트 로봇부터, 스마트 술잔까지 다양했다.

'드론이애오' 팀은 한국형 국방 무기인 전차를 따라다니는 유선 드론을 제작했다. 전차 운전병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운전병이 못 보는 시야를 드론이 실시간으로 촬영해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육면이 나르샤' 팀은 정육면체 탁상형 스마트 스텐드 제품을 제작했다. 사용자 니즈에 따라 스텐드에서 날씨·시간·라디오·달력 등을 보여준다. 스마트 폰을 이용하지 않아도 손쉽고 빠르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키넥틱스' 팀은 아두이노와 오토마타를 결합한 교육용 과학키트를 제작했다. 교육용 오토마타 키트에 오픈 소스를 활용한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기기 제어 기판을 추가했다. 기계 원리를 넘어 소프트웨어 원리까지 이해할 수 있는 교육용 키트다.

'Blind Makers' 팀은 수송용 스마트 로봇 제품을 제작했다. 사람·물체를 판독해 언제 어디서든 1.5m 내외로 따라다니며 20kg 이상의 화물을 수용할 수 있는 수송 능력을 갖췄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배터리 잔량·화물 무게·이동 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카르페디엠' 팀은 스마트 술잔을 제작했다. 건배할 때 술잔에서 여러색의 빛이 발생해 유쾌하고 흥미 있는 술 문화를 유도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에서 현재까지 마신 술잔의 수, 술잔의 남은 잔량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메이커 참가자인 진성규 인하대학교 재학생은 "현지 메이커들로부터 팀 역량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적 도움을 받았다"며 "그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첫 연결 다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DJI·3D 프린터 공장서 추가 아이디어 착안"…"화창베이 부품으로 완성도 높인다"

메이커들이 DJI에 방문해 기업소개와 발전과정을 설명듣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메이커들이 DJI에 방문해 기업소개와 발전과정을 설명듣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메이킹 활동 중에 방문한 DJI와 3D 프린터 공장에서 추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없는 게 없다는 화창베이에서 추가 부품을 구매해 '말도안되는 기적'을 만들어보겠습니다."(김도균 가천대학교)

한국 메이커들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드론과 3D 프린터였다. 메이킹 활동에 추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DJI를 찾았다. DJI는 2011년 420만 달러 규모 매출을 냈던 것에 비해 매출 5억 달러를 기록한 드론업계의 대표적 기업이다.

DJI가 드론업계 최고 기업이 되기까지 심천의 제조 인프라 영향이 컸다. 최신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드론을 제작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부품을 빨리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천의 제조 환경과 DJI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최대의 시너지를 낸 것이다.

이후 메이커들은 선전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 화창베이 전자상가를 방문해 메이킹 활동에 필요한 부품을 구매했다.

화창베이는 600만 명의 상인들이 상주하고 있다. 전자상가 8개면 한국 인구수와 맞먹을 만큼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규모는 용산전자상가의 30~40배 정도다. 화창베이는 상인들은 공장을 섭외해 어떠한 부품이던 대량·소량으로 생산한다. 더불어 프로토타입 전문 제작소와 아웃소싱해 메이킹 활동을 빠른 기간에 완성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박재완 가천대학교 메이커는 "화창베이의 작은 상점일지라도 수백 명의 직원을 둔 공장에서 운영하는 상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화창베이에서 혁신적인 인프라의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메이커들이 화창베이에 방문해 메이킹 활동에 필요한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메이커들이 화창베이에 방문해 메이킹 활동에 필요한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3D 프린터 제조 공장에 방문한 메이커들의 모습. <사진=박성민 기자>
3D 프린터 제조 공장에 방문한 메이커들의 모습. <사진=박성민 기자>

◆ Legend Star·3W·Seeed Studio 등 방문…"해외시장 진출 판로 열렸다"

"한국에서는 해외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 기업을 활용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 캠프에서 한국과 심천을 잇는 연결 다리 역할이 됐고 그 장벽이 높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박승환 서울대학교)

심천은 80개 이상의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 기업이 존재한다. 이곳은 메이커가 원하는 부품을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소규모 시제품을 직접 제작해 볼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고, 우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들과 네트워킹 인프라를 기반으로 초기 시장진입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도 프로토타입 제작에 있어 부품 조달과 기술적 지원, 테스트까지 이르는 속도가 빨라 비즈니스 측면에서 시기적으로 유리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한국 메이커들은 심천의 대표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 기업인 레전드스타(Legend Star), 3W 카페, 시드스튜디오(Seeed Studio)등을 방문했다.

메이커들이 3W 카페(위)와 레전드 스타(아래)에 방문해 인큐베이팅 과정을 듣고 관계자 네트워킹 시간을 통해 직접적인 인적 인프라를 확보했다. <사진=박성민 기자>
메이커들이 3W 카페(위)와 레전드 스타(아래)에 방문해 인큐베이팅 과정을 듣고 관계자 네트워킹 시간을 통해 직접적인 인적 인프라를 확보했다. <사진=박성민 기자>

2008년에 출범한 레전드 스타는 류촨즈 레버노 회장이 중국과학원의 힘과 레전드 홀딩스의 자금력을 결합해 만든 인큐베이터다.

창업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엔젤투자를 하는 한편 다른 투자자들과 직접 연결해주기도 한다. 인큐베이팅 공간에서 아이디어 제안부터 제작, 3D 프린팅, CNC 5축 가공 등 모든 과정을 교육 측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3W 카페는 글로벌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만나 커피를 마시며 교류를 만들어가는 장이다. 작년 10월에 오픈한 이 카페는 현재까지 20~30건의 대기업 투자자와 개인 스타트업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냈다.

이어 찾은 시드스튜디오는 2008년에 설립됐다. 최소 10개에서부터 1만 개 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을 조달받고 제품 생산이 가능해 대량생산이 여의치 않은 스타트업이 시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메이커들은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 담당자들과 직접적인 네트워킹 통해 인적 인프라를 확보할뿐만 아니라 심천 제조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시드스튜디오에 방문한 메이커들의 모습. <사진=박성민 기자>
시드스튜디오에 방문한 메이커들의 모습. <사진=박성민 기자>

Stacy 3W 관계자는 "소규모 스타트업의 사업아이디어를 이메일로 신청받고, 가능성을 판단해 대기업과 투자연결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원방법은 간단하지만, 한국 스타트업의 방문은 적다. 문을 많이 두드릴 수록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Mercy Wong 레전드 스타 Operation Director는 "지난주 한국 스타트업팀이 방문해 스타트업 트레이닝을 받아간 바 있다"며 "한국 메이커들도 서포트 받는 길이 충분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는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 기업을 방문해 서로 경험을 공유하며 그들과의 연결고리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한국 메이커들에게 해외 진출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한편, 이번 캠프 마지막 날 5개의 참가팀 중 우수 팀을 가렸다. 평가는 현지 메이커를 비롯한 국내 비즈니스·기술 멘토 등이 참여했다. 평가 기준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완성도 ▲디자인 ▲비즈니스 잠재성 등에 중점을 뒀다. 최종 우승은 Blind Makers팀이 차지했고 소정의 상금을 획득했다. 또 벤처기업협회 주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지속적인 인큐베이팅을 지원받을 수 있다.

캠프 개회식에서 한인배 벤처기업협회 실장은 "세계의 공장과 유능한 메이커들이 포진돼있는 심천을 활용한다면 메이커들의 아이디어를 세상으로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급변하는 세상에서 메이커들이 중심을 잡아 스타트업을 이끄는 세대로 도약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캠프에 비즈니스 멘토로 참가한 최형욱 매직에코 대표는 "메이커들은 아이디어의 상상을 넘어 실제 제품을 만들어 세계에 내놓는 것이 중점"이라며 "Zero to Maker에서 Maker to Maker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정준 회장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힘이자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라며 "이번 행사를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올바른 창업자의 길로 안내할 수 있는 지속적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캠프에 참가한 메이커를 비롯한 기술·비즈니스 멘토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캠프에 참가한 메이커를 비롯한 기술·비즈니스 멘토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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