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어촌 불모지에서 '中 실리콘밸리' 성장…경제특구 37년 역사
중국 정부, 국가 장기 전략 제시…글로벌 마인드 무장한 '기업가 정신' 돋보여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심천 HW 단지의 모습이다. 이 장소는 30여년 전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사진=박성민 기자>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심천 HW 단지의 모습이다. 이 장소는 30여년 전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사진=박성민 기자>

100층이 넘는 여러 고층 빌딩, 왕복 12차선의 광활한 도로를 활주하는 고급 승용차들, 수천 개가 넘는 중소·중견 기업들, 서울 강남처럼 노른자 땅 위에 거대 도시가 펼쳐진다.

바다에 둘러쌓인 조용한 빈민 어촌가에서 세계 제조업 중심지로 거듭나기까지 불과 37년 만에 일어난 기적이다. 한 나라의 지방도시가 급속히 거대 도시로 성장한 것은 세계 기록에 등재될 정도.

중국 개방정책의 가장 대표적인 구역 중 하나로 1979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는 도시 '심천'의 모습이다.

중국 광둥성에 있는 신흥 산업도시 심천은 중국 정치가인 덩샤오핑 집권 이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거듭나며 정부 자본과 외국인 투자자의 합작 기업에 의해 80년대부터 공업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시진핑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이 이끈 도시이자 은퇴 후 10여 년 이상을 심천에서 살만큼 덩샤오핑과 함께 애착을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길거리의 버스, 건물 외부에 덩샤오핑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외국인 투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세계적인 기업가들이 심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중국 정부와 외국인들의 투자가 집중된 완전히 계획된 도시다.

심천은 인구수 1500만 명, 국민소득은 3만불을 거뜬히 넘겼다. 현재는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정부 백년대계 시나리오에 기업인들의 신념…"중국에서 통해야 세상에서 통한다"

심천 남산 HW 단지 조감도 모습. 글로벌 기업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사진=박성민 기자>
심천 남산 HW 단지 조감도 모습. 글로벌 기업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사진=박성민 기자>

"화웨이의 중·장기적 목표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인류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는 혁명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2020년에는 글로벌 미디어 주축에 화웨이가 서 있을 것입니다."(Yang Xiao 화웨이 마케팅 담당)

"DJI는 오롯이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업 생태계 중심에 '드론'이 있을 것이고, 이를 견인하는 명실상부 DJI를 더욱 확장시키겠습니다."(하주영 DJI 한국지사 마케팅 담당)

중국 대표 기업인 통신제조업 '화웨이'와 드론 기업 'DJI' 관계자들이 기업 비전을 설명하며 글로벌 중심에 우뚝 선 기업의 위상을 설명했다. 이들의 말과 표정, 몸짓에는 "중국에서 통해야 세상에서 통한다"라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중국 공산주의 체제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 2049년. 중국 정부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에 등극하겠다는 '백년대계'를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기업들도 정부의 장기적 방향에 대한 글로벌 신념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2049년을 목표로 경제발전 3단계로 구분해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킬 계획이다. 먼저 오는 2025년은 1단계로 2025년까지 중국 제조업 수준을 독일·일본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2단계는 2025부터 2035년까지 중국 제조업 수준을 글로벌 제조강국의 중간수준까지 높이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는 2035∼2049년으로 제조업 수준을 미국을 넘어서는 선진적인 경쟁력을 갖춰 세계시장을 혁신적으로 선도해 세계 제조업 제1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전략이다.

심천의 대표적 기업들은 정부의 중·장기적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마인드를 강력하게 굳혀가고 있다. 

DJI(왼) 외부 모습과 화웨이(오른) 교육개발센터 내부의 모습. <사진=박성민 기자>
DJI(왼) 외부 모습과 화웨이(오른) 교육개발센터 내부의 모습. <사진=박성민 기자>

화웨이는 6명의 최초 창업자가 작은 작업실에서 수만 명의 직원을 보유한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20여 년의 성장 과정을 겪어왔다. 화웨이는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인류를 연결할 수 있는 혁명적인 플랫폼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 반열에 서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DJI는 산업 생태계 발전에 '드론'이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도모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삶을 이롭게 만들 수 있는 세계시장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한 국가가 자신의 나라를 세계 최고로 만들기 위해 굳건히 중심을 잡아나가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첨단 기업들이 있었다. 중국은 건국 100년이 되는 해를 위해 제조업 세부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눈부시게 성장 기염을 토해내고 있다.

◆ 中 세계 제조강국 활황 '심천'…"시작에 불과"

인큐베이팅 기업인 레전드 스타 정문에 리커창 총리의 방문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인큐베이팅 기업인 레전드 스타 정문에 리커창 총리의 방문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중국 정부는 심천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후 파격적인 지원을 쏟아왔다. 기업인·민간인을 막론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면 세금을 면제해 주고 벤처 창업자들에게는 자금·인프라·정보 지원 등 수많은 혜택을 제공했다. 기업 특혜 정책으로 심천 경제 판로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심천은 젊은 벤처 창업가들의 성지가 됐다. 액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 전성시대가 찾아왔다. 심천은 일반 주민보다 창업자들이 더 많다는 것이 정설이다.

심천에는 자연스레 제조업 인프라가 형성되며 화웨이·DJI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초대형 인프라로 독자적인 벤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덕분이다.

특히 심천의 최대 강점은 '제조 스피드'다. 벤처기업을 꿈꾸는 엔지니어가 구상한 제품을 짧게는 5시간, 길게는 2일이면 바로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

평균연령이 30세에 불과한 심천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도시'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대졸 중국 청년들은 외국계 기업 입사를 목표로 두었지만, 현재는 화웨이·DJI·알리바바 등 자국 기업이 우선순위가 됐다.

심천에서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용하는 YANG YANG UniMaker Director은 "수많은 메이커들이 심천에서 빠르고 저렴한 스타트업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실패를 거듭해도 금액과 시간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끊임없는 도전이 존재하기에 세상을 대표할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De Zhiwei 엑셀러레이터는 "심천은 젊은이들에게 '창업' 도전 기회와 방법이 무수히 주어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제조 중심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며 "더 무서운 것은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취재에 동행한 한인배 벤처기업협회 서울벤처인큐베이터 실장은 "심천의 놀라운 급속 성장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국의 벤처 창업자, 스타트업 등이 중국의 거대 시장·인프라를 적절하게 활용하길 기대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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