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버려지던 빗물까지 집수...가뭄에도 끄떡없다

지질자원연, 국내 최초 '대수층 순환식 수막재배 시스템 구축'…24일 현장시연회 개최
가뭄·지하수 고갈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 해결 기대

"관정 청소는 어떻게 하나요? 정기적으로 갈아줘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겨울철 지하수 온도 변화는 어떠한가요?"

흰 눈이 새하얗게 덮고 있는 청주시 가덕면의 한 농촌. 한적한 이곳에 삼삼오오 모여든 농민, 관계부처 공무원, 연구원 등이 등장하자 이내 활기를 띈다. 그리고, 김용철 박사를 비롯한 지질자원연 스탭들이 금새 그룹으로 모여 질문하는 일행들에 둘러싸여 답변하느라 분주하다. 

딸기 등을 재배하는 평범한 이 농촌은 매년 가뭄으로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겨울철 강수량 감소로 지하수위가 낮아져 문제가 되고 있으며,  주변  농가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눈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10여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대다수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도 심각한 가뭄으로 대청댐, 보령댐 등 중부권 지역의 물 공급처가 바닥을 드러냈다.

이렇게 어려움을 처한 농가를 위해 국내 연구진들이 국내 최초로 수막재배 실증부지를 구축하고 해결책 찾기에 나섰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김규한)은 21일 청주시 가덕면 실증연구부지에서 지하수 고갈에 따른 수막재배 농가의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수층 순환식 수막재배 시스템' 성과발표회와 현장 시연회를 열었다.

지질자원연에 의하면 국내 수막재배 면적은 전국 경지면적의 0.64%인 1만 843ha에 불과하다. 그런데, 수막재배 농가가 사용하는 지하수양은 6.9m3으로 연간 농업용 지하수 사용량의 4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1일 국내 최초로 구축한 '대수층 순환식 수막재배 시스템'의 현장 시연회를 개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 하천 방류되던 빗물 활용·지하수도 지면 침투 효율 높여

김용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현장에는 다중 비닐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가운데 첫번째 비닐 하우스 앞에 연구진이 구축한 주입·양수 복합관이 참석자들을 반긴다. 

이 복합관은 기존에 농가가 사용하는 지하수 관정을 사용한다.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관정수위 센서가 실시간으로 지하수위 모니터링과 자동 운전을 실시한다는 장점이 있다.

수막재배는 겨울철 다중 비닐하우스 지붕사이에 지하수를 뿌려 수막을 만들어 낮 동안 데워진 하우스 내부 열 유출을 막는다. 이 과정에서 추운 겨울철에도 평균 수온을 15도 내외로 유지하는 지하수가 사용된다.

그런데, 그동안 대규모 수막재배단지는 지하수 사용량이 많아 1월경이 되면 물 부족으로 인해 보일러와 온풍기 가동으로 농민들에게 부담을 안겼다.

김용철 박사팀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안정적인 수원 확보와 수위의 일정한 보존을 통해 수막재배에 적합한 15도 내외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농민들이 배수관 크기, 가격 등 열성적으로 연구진에게 질문하고 있는 것을 뒤로 한채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서자 딸기가 재배되고 있고, 한 켠에는 집수 탱크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다시 비닐하우스에서 나와 5분여를 원형으로 걸어 반대편으로 가니 지표침투형 시스템과 집수시설이 보인다. 

면사포로 싸여 있는 지표침투형시스템은 비닐하우스 사이의 빈 공간에 물이 땅 속으로 잘 침투될 수 있도록 침투로를 설치해 물을 자연스럽게 정화시키고 땅 속으로 재침투된다.

김용철 박사에 따르면 농민들을 위해 최대한 부가시설이나 비용 부담이 없도록 구현했으며, 면사포만 주기적으로 교체하면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수막재배에 사용된 지하수와 빗물은 집수되어 모래 여과장치와 코일여과장치를 통해 정화되고, 하우스 내 설치된 지하열 교환관으로 가온되고 지하에 주입되었다가 활용된다. 

집수된 물은 기계 작동을 통해 농가들이 기존에 보유한 관정으로 이동하면서 선택적인 주입이 가능하다. 특히, 핸드폰 어플과 기계를 통해 온도, 수위, 타이머 등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자동화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인근 지역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A씨는 "현장을 둘러 보니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이 훌륭해 물부족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낮은 깊이에서의 양수로 인해 수질이 오염될까 걱정이다. 열교환기나 숯 등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수질 개선을 위해 진행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용철 박사는 "앞으로 기술 표준화, 설치 단가 절감, 보급형 시설 개발을 통해 이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보급·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구축비 등으로 도입을 망설이는 농가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의 적극적 보급 사업이 선행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관정 주입 방식 개념도와 시스템 흐름도.<자료=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한켠에는 집수 탱크 등의 설비가 있어 주입·양수를 유지한다.<사진=강민구 기자>

지하수가 흐르는 유로의 옆에는 스마트자동화시설·집수 시설이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대수층 순환식 수막재배 현장시연회에 나선 주요 관계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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