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중·양동열·박규호 교수, 1973년 석사 1기 입학생 출신 '눈길'
30여년의 교편 생활 뒤로 한채 역사속으로

KAIST 1호 박사, KAIST 1기 석사 입학생 출신 교수 등이 약 40여년의 역사를 뒤로 한채 모교의 정든 강단을 떠난다.

이번달 29일자로 퇴임하는 KAIST 교수 11명 가운데 석사 1호 출신 교수, 박사 1호 출신 교수 등이 눈길을 끈다. 양동열 기계공학과 명예교수, 강석중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 박규호 전기·전자공학부 명예교수는 모두 KAIST의 전신인 KAIS(한국과학원) 석사 1기 출신 교수다.

당시 홍릉에서 석사과정을 함께 한 1기생들은 아직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00여명이 채 안되는 학생들이 병역 특례로 군사훈련을 함께 받으면서 서로를 잘 알게 됐다. 1기생들은 작년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차례로 퇴임을 차례로 앞두고 있다. 

◆ 양동열 교수 "1호 박사학위 수여자…KAIST는 공부의 천국" 

"교수로서 37년, 학생으로서 6년을 포함에 43년을 학내에서 있었네요. 참 오래 있었습니다."

양동렬 교수는 서울대에서 기계공학 학사, KAIST 기계공학 석·박사를 받았다. 양 교수는 KAIST 석사 1기 출신이자 박사 1호이기도 한 역사의 산증인이다. KAIST는 지난해 박사 학위자 1만명을 배출한 바 있다. 과학기술 황무지에서 국가 산업발전을 위한 고급 이공계 인력 양성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양 교수는 "유신시대 대학교를 다니면서 데모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KAIST에 오면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KAIST는 공부의 천국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석사 과정을 마친 양 교수는 초성이 빠르다는 이유로 KAIST 1호 박사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그런데, '1호'라는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교수생활에 부담도 컸다는 후문이다.   

양 교수는 "78년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포닥없이 교수가 되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됐다"면서 "박사 1호라는 언론의 집중 조명도 부담이 많이 됐다"고 토로했다.

양 교수는 훌륭한 교수가 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결론은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을 아끼기 위해 KAIST에서 15분 거리 밖으로 나가서 살지 않을 것 ▲토요일은 일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토요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겠다는 원칙을 지킬 것 ▲하루에 3시간씩 저녁시간을 이용해 전문분야에 대해 학습이라는 3대 원칙을 실천했다. 양 교수는 퇴임식 직전까지도 이러한 원칙을 모두 지켜냈다.

양 교수는 61명의 박사학위 제자를 배출했다. 대학 총장, 기업 사장, 대학 교수 등 사회 각 분야의 리더를 배출했다. 여승동 현대기아자동차 사장, 김종호 서울과기대 총장 등이 양 교수 제자다.

양 교수의 논문은 600여편에 이른다. 양 교수는 "사무실은 아직도 작은 천국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창조적인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다"면서 "오랜 세월 동안 일을 즐길 수 있었고, 학생들과 함께 일하고 의논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됐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2월말까지의 임기를 마치고 다음달부터 GIST 석좌교수로 부임한다. 그는 앞으로 새로운 교육혁신프로그램 개발, 중소기업의 히든챔피언 육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양 교수는 "홍릉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는 등 KAIST 발전의 전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KAIST가 혁신의 발상지로서 대전의 문화를 형성하고, 과학단지를 이끌어 가는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KAIS(한국과학원) 박사 1호를 받은 양동열 KAIST 명예교수.<사진캡쳐=강민구 기자>
KAIS(한국과학원) 박사 1호를 받은 양동열 KAIST 명예교수.<사진캡쳐=강민구 기자>

◆ 박규호 교수…"일하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

"KAIST에서 공부하고,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은 저의 큰 행운이며 큰 영광이었습니다."

박규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1975년 조교수로 부임한 이래 약 32년 11개월을 KAIST에서 보냈다. 박교수는 1975년 KAIST 1기 전기·전자 석사 졸업생 출신이다. 

박 교수는 KAIST 전기·전자공학부 학과장, 차세대 컴퓨팅 학회장, 교학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그가 배출한 석·박사 제자 약 150명은 대기업, 외국계기업, 출연연 등 사회 전반에서 활동하고 있다. 홍준성 구글코리아 엔지니어링 총괄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홍 총괄사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위원 소속으로 최연소 상무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 교수가 만든 컴퓨터공학연구실은 하드웨어 등 시스템의 직접 제작, 입는 컴퓨터 등 선제적 연구, 여학생이 없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특히, 영국 서레이대학교와 진행했던 우리별 인공위성의 주전산기, 탑재컴퓨터를 국산화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박 교수는 "부임하고 전기과에 CORE Lab(컴퓨터공학연구실)을 만들었다"면서 "연구실에서 고락을 함께하면서 병렬처리 수퍼컴퓨터, 우리별 주전산기, 입는 컴퓨터 등의 설계부터 구현까지 함께 해온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연구자의 자세로는 일본 노벨상 수상자와 같이 한분야에 깊이 연구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연구자는 한 분야에 꾸준히 집중해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면서 "과학기술 정책도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 이러한 연구자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퇴임 이후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정리하고, 프로그래밍 관련 업무를 계속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1기 졸업생 출신으로 KAIST 졸업생들이 국가 산업화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면서 "KAIST가 구성원간 신뢰 구축과 도전과 창의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세계 인재가 몰려오는 곳으로 계속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KAIST에서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사진캡쳐=강민구 기자>
박 교수는 KAIST에서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사진캡쳐=강민구 기자>

◆ 강석중 교수 "1973년은 인생에서 특별한 해"

"1973년은 제 인생에서 특별한 해입니다. KAIST 재료공학과 1기생이 된 것입니다. 이 인연을 시작으로 80년에 교수로 부임한 이래 36년간 시간을 보낸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강석중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973년 서울대 금속공학 학사를 받고, 75년 KAIST 재료공학 석사, 프랑스 Ecole Centrale de Paris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 교수는 세라믹 분야 전문가다. 소결현상(Sintering) 현상과 다결정체 입자성장 관련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강 교수는 지난 2011년 미국 세라믹학회가 수여하는 기초과학학술상인 '소스먼상(Sosman Award)'를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유럽 세라믹학회가 2년마다 수여하는 '리차드 브룩상(Richard Brook Award)'을 수상했다.

강 교수는 KAIST에서 신소재공학과 학장, 나노계면연구센터 소장, 한국세라믹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세라믹기술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강 교수가 배출한 제자는 석·박사 포함 60여명으로 정부출연연, 삼성전자 등 기업, 전남대 등 대학 등에 포진해 있다. 문종하 전남대 교수, 이호용 선문대 교수 등이 강 교수 연구실 출신이다.  

강석중 교수는 "KAIST라는 울타리 안에서 좋은 동료, 교수, 직원.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어 행복했다"면서 "특히, 스스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연로하신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강석중 교수는 1973년 KAIST 석사 1기생 출신이다.<사진캡쳐=강민구 기자>
강석중 교수는 1973년 KAIST 석사 1기생 출신이다.<사진캡쳐=강민구 기자>

◆ "세계적 대학 성장 일조에 보람"…강성모 총장, 퇴임 교수들에 지속적 관심 당부

석사 2기 출신 교수 등 KAIST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교수들도 퇴임한다. 

박정기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KAIS(한국과학원) 2기로 석사 졸업생 출신이다. 박 교수는 영남화학, 럭키화학 등을 거쳐 지난 1987년 조교수로 부임했다. 박 교수는 차세대이차전지 인력양성센터장, 한국전기화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유진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서울대 금속공학 학사를 마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금속공학박사를 받았다. 유 교수는 KAIST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KAIST 서울분원장, 부총장직 등을 역임했다. 

유진 교수는 "학교가 설립된지 10년 후에 왔으니, 제가 지나온 길이 학교가 지나온 역사"라면서 "KAIST가 세계가 주목받는 대학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안락한 삶을 버리고 학교 초창기에 연구중심대학의 씨를 뿌린 설립 교수님들의 공이 크며, 위기 때마다 중심을 잡아준 선배 교수님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젊은 후배 교수들이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KAIST의 전통과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진 교수는 회고사를 통해 "KAIST가 세계가 주목하는 대학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사진캡쳐=강민구 기자>
유진 교수는 회고사를 통해 "KAIST가 세계가 주목하는 대학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사진캡쳐=강민구 기자>

강성모 총장은 "한국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하고, KAIST가 해외 학생들이 공부하러 오고 싶은 대학으로 발돋움한 것은 교수님들의 헌신 때문"이라면서 "특히, 이번에 1기 석사 출신 교수님들이 퇴임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모교에 애정을 갖고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KAIST는 지난달 23일 ▲강석중 ▲마중수 ▲박규호 ▲박정기 ▲양동열 ▲엄효준 ▲염도준 ▲유욱준 ▲유진 ▲이윤섭 ▲최해욱 교수의 정년 퇴임식을 개최했다.

KAIST는 지난 23일 교수 11명의 정년퇴임식을 개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KAIST는 지난 23일 교수 11명의 정년퇴임식을 개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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