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누군가 2월은 보너스를 받는 느낌의 달이라고 하였다. 28일만 일해도 근로자들은 다른 달과 같은 봉급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2월이 29일까지 있으니 보너스가 줄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지난 해에 비해 하루라는 소중한 시간의 보너스를 더 받았다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새로운 봄을 준비하기 위한 소중한 하루를….

2월 말은 또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2월 말과 3월 초는 모든 학생들에게 늘 큰 변화가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졸업과 입학뿐만 아니라 학년이 바뀌고, 고등학생 이하의 학생들에게는 담임 선생님과 반 친구들까지도 바뀌는 변화와 설렘의 시기이다.

2월의 나무_하늘이 맑은 2월 하순의 오후엔 숲 속에서 겨울 추위를 맨 몸으로 견디어 낸 키 큰 겨울나무들 끝에 봄기운이 살며시 내려앉는다. Pentax K-3, 18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11, 1/1250 s, ISO100
2월의 나무_하늘이 맑은 2월 하순의 오후엔 숲 속에서 겨울 추위를 맨 몸으로 견디어 낸 키 큰 겨울나무들 끝에 봄기운이 살며시 내려앉는다. Pentax K-3, 18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11, 1/1250 s, ISO100

계절상으로 보면 2월말은 겨울과 봄이 서서히 자리를 바꾸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늘이 맑은 2월 하순의 오후엔 숲 속에서 겨울 추위를 맨 몸으로 견디어 낸 키 큰 겨울나무들 끝에 봄기운이 살며시 내려앉고, 양지바른 나무 등걸 위에는 이끼가 꽃대를 올리고 봄의 소나타를 연주하기도 한다. 겨우내 가지 끝에서 찬바람 맞으며 애지 중지 꽃송이를 보듬고 있던 목련의 겨울눈 끝에도 어느새 봄의 전령이 다가와 봄 소식을 전한다. 남쪽 지방에서는 이미 복수초나 바람꽃 그리고 매화의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봄의 소나타_양지바른 나무 등걸 위에는 이끼가 꽃대를 올리고 봄의 소나타를 연주하기도 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3.5, 1/400 s, ISO100
봄의 소나타_양지바른 나무 등걸 위에는 이끼가 꽃대를 올리고 봄의 소나타를 연주하기도 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3.5, 1/400 s, ISO100

인생을 좀 살아온 사람이라면 다가올 봄을 생각하면서 지난 봄은 어떠했는지를 더듬어 볼 지도 모른다. 꽃 사진을 찍는 나 역시 지난 해 그리고 그 전 해의 사진 폴더들을 돌아 보면서 언제 쯤 어디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를 둘러보면서 새 봄에는 어떤 사진을 찍을까 생각하곤 한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봄을 기다리며_겨우내 가지 끝에서 찬바람 맞으며 애지 중지 꽃송이를 보듬고 있던 목련의 겨울눈 끝에도 어느새 봄의 전령이 다가와 봄 소식을 전한다. Pentax K-3, 18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80 s, ISO100
봄을 기다리며_겨우내 가지 끝에서 찬바람 맞으며 애지 중지 꽃송이를 보듬고 있던 목련의 겨울눈 끝에도 어느새 봄의 전령이 다가와 봄 소식을 전한다. Pentax K-3, 18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80 s, ISO100

며칠 전에는 이런 시간 여행을 하다 문득 나의 과거로의 시간 여행의 끝 지점은 언제 쯤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나에겐 초등학교 입학식이 종착역인 것 같았다. 커다란 흰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여자 선생님과 친구들을 수줍게 만났던 희미하지만 제법 구체적인 장면이. 떠올랐다. 물론 이마저 편집되고 왜곡되어 있겠지만 그 이전의 어린 시절은 거의 기억해 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왜 아주 어릴 적 기억은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린 아이들은 얼마나 오래 전까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들어 우선 만 4살이 된 외손녀에게 혹시 지난 봄에 한 일들이 기억나는지 물어보았다. 꽃을 좋아하는 이 아이는 지난 봄 어린이집을 다녀오면 외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하면서 민들레, 제비꽃, 씀바귀, 애기똥풀, 그리고 강아지풀 등 봄꽃을 꺽어와 화병에 꽂아놓기를 좋아했었기에, 얼마나 기억하는 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처음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지난 봄의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민들레를 꺽었던 기억은 난다고 하였다.

연구에 의하면 외손녀 또래의 어린아이들도 꽤 어릴 때의 일들을 기억할 수 있으며 대략 2년 전까지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초기의 기억을 잃게 되어 기억해 낼 수 있는 최초의 기억은 보통 3.5세 정도의 기억이라고 한다. 그 이전의 기억이 사라지는 현상을 '아동기 기억상실'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여러가지의 설명들이 있다.

예를 들어 기억의 저장 장치도 덜 완성되어 있어 많은 부분이 기억으로 형성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저장된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내는데 필요한 뇌신경들의 연결 또한 발달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후에 더 많은 정보가 기억으로 쌓였을 때 초기의 기억을 찾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심리학자인 패트리시아 바우어는 3살배기의 기억을 '분류 기능이 없는 이메일 박스'와 같다고 비유하였다. 아무렇게나 뒤섞여 가득 쌓인 이메일 정보를 이름이나 제목 혹은 날짜별로 분류할 수 없다면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최초의 기억 시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단순히 뇌신경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취학전에 엄마와 과거의 경험에 대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묻고 설명해주는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훨씬 더 어릴 때까지를 기억하였다고 한다.

지난 경험에 대해 감성이 가미된 스토리 형태의 대화는 어린 아이들로 하여금 보다 확실한 기억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더 어릴 때까지를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또한 딸이 아들보다는 엄마와 이러한 형태의 대화를 더 많이 하게 되어 어릴 때의 기억을 잘 만들어 놓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우리족의 경우 어른이 되어도 평균적으로 2.5세까지를 기억한다고 한다. 이는 이들이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 방식으로 어린아이들과 과거에 대해 나누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제 장난도 더 심해지고 고집도 생겨 외할머니를 더 힘들게 하는 외손녀도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지금까지의 기억은 거의 잃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제 다가오는 봄부터는 또다시 민들레, 씀바귀, 애기똥풀을 꺽으며 외할머니와 산책을 하면서 도란 도란 이야기도 나눌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과 대화를 통해 좋은 기억이 만들어지고 쌓여 갈 것이다.

이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할 때 도착할 종착역은 어쩌면 바로 이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손녀에게 보다 아름다운 시간 여행의 종착역을 만들어 주기 위해 이 봄에는 그 아이에게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그 경험을 깊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를 자주 해야겠다.

외손녀와 아내가 지난해에 동네 풀밭에서 가져와 화분에 심어둔 흰민들레가 베란다에서 겨울을 난 후 벌써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아이의 민들레 사랑이 그런 예쁜 꽃을 피웠나 보다. 이 봄은 새 삶을 준비해야하는 나에게도, 기억하는 첫 봄으로 오래 남을 추억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외손녀에게도 가슴 설레는 봄이 될 것 같다.

시간 여행에서 만난 현호색 (2015년 3월 27일 구례)_꽃 사진을 찍는 나는 지난 해 그리고 그 전 해의 사진 폴더들을 돌아 보면서 언제 쯤 어디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를 둘러보면서 새 봄에는 어떤 사진을 찍을까 생각하곤 한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3.5, 1/100 s, ISO100
시간 여행에서 만난 현호색 (2015년 3월 27일 구례)_꽃 사진을 찍는 나는 지난 해 그리고 그 전 해의 사진 폴더들을 돌아 보면서 언제 쯤 어디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를 둘러보면서 새 봄에는 어떤 사진을 찍을까 생각하곤 한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3.5, 1/100 s, ISO100

시간 여행에서 만난 산수유 (2014년 3월 18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7.1, 1/200 s, ISO100
시간 여행에서 만난 산수유 (2014년 3월 18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7.1, 1/200 s, ISO100

사랑으로 피는 꽃_외손녀와 아내가 지난해에 동네 풀밭에서 가져와 화분에 심어둔 흰민들레가 베란다에서 겨울을 난 후 벌써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아이의 민들레 사랑이 그런 예쁜 꽃을 피웠나 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3.5, 1/125 s, ISO100
사랑으로 피는 꽃_외손녀와 아내가 지난해에 동네 풀밭에서 가져와 화분에 심어둔 흰민들레가 베란다에서 겨울을 난 후 벌써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아이의 민들레 사랑이 그런 예쁜 꽃을 피웠나 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3.5, 1/125 s, ISO100

시간 여행에서 만난 어느 봄날 (2010년 4월 25일 매봉산)_외손녀가 커서 어른이 되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할 때 도착할 종착역은 어쩌면 바로 이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손녀에게 보다 아름다운 시간 여행의 종착역을 만들어 주기 위해 이 봄에는 그 아이에게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그 경험을 깊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를 자주 해야겠다. 이 봄은 새 삶을 준비해야하는 나에게도, 기억하는 첫 봄으로 오래 남을 추억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외손녀에게도 가슴 설레는 봄이 될 것 같다. Pentax K-7,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F/4.5, 1/250 s, ISO200
시간 여행에서 만난 어느 봄날 (2010년 4월 25일 매봉산)_외손녀가 커서 어른이 되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할 때 도착할 종착역은 어쩌면 바로 이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손녀에게 보다 아름다운 시간 여행의 종착역을 만들어 주기 위해 이 봄에는 그 아이에게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그 경험을 깊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를 자주 해야겠다. 이 봄은 새 삶을 준비해야하는 나에게도, 기억하는 첫 봄으로 오래 남을 추억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외손녀에게도 가슴 설레는 봄이 될 것 같다. Pentax K-7,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F/4.5, 1/250 s, ISO200
 
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홍수희

그대 마음에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자주
벗어버리고 싶었던

사랑의 무게,

어깨를 짓누르던
네 삶의 무게

인내하는 마음에
봄이여, 오시리니

네 영혼에
눈부신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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