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봄날의 마이 페어 레이디_3월은 어디선가 봄 내음이 느껴지다가도 어느 새 꽃샘 추위가 몰려와 몸을 움츠리게 하면서 변덕을 부리는 환절기다. 한낮의 따뜻한 햇볕 속에 환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가 때로는 꽃샘 추위에 얼기도 하는 위태로운 계절일 수도 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7.1, 1/100 s, ISO100
봄날의 마이 페어 레이디_3월은 어디선가 봄 내음이 느껴지다가도 어느 새 꽃샘 추위가 몰려와 몸을 움츠리게 하면서 변덕을 부리는 환절기다. 한낮의 따뜻한 햇볕 속에 환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가 때로는 꽃샘 추위에 얼기도 하는 위태로운 계절일 수도 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7.1, 1/100 s, ISO100

3월 초순은 어디선가 봄 내음이 느껴지는 듯 하다가도 어느 새 꽃샘 추위가 몰려와 몸을 움츠리게 하면서 변덕을 부리는 환절기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얇아진 옷 자락 사이로 스며드는 3월 초의 바람은 때로 겨울보다 시리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낮의 따뜻한 햇볕 속에 환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가 때로는 꽃샘 추위에 얼기도 하는 위태로운 계절일 수도 있다. 계절의 변화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의 삶 또한 변화의 시기에는 늘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수반하면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꽃샘 추위에도 불구하고 이제 계절은 겨울로부터 봄으로 이미 옷을 갈아 입었다.

살면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경험하게 되지만,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연속인 날들도 많다. 더욱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제와 오늘이 그리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아짐을 느낀다. 하지만 2월을 보내고 3월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나는 몇 가지의 조금 특별한 경험들을 하였다.

이번 2월은 4년에 한 번씩 있는 29일이 있는 달이었다. 그런데 삼일절이 화요일이어서 그날이 소위 말하는 샌드위치 데이었다. 얼마 전부터 그날 휴가를 내어 아내와 외손녀를 대리고 동해안을 다녀오려 계획하였으나, 그리 부지런하게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탓에 계획한 숙소에 방을 배정받지 못했다.

그런데 2월 말이 되자 날씨도 추워지고 눈까지 내려 꼼짝하지 않고 방에만 콕 박혀있는 '방콕'행도 그리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있어 연휴의 마지막 날인 삼일절 오후에 가까운 무주의 덕유산 리조트까지라도 드라이브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늑장을 부리다 늦게 출발한 탓에 덕유산 설천봉까지 올라가는 관광 곤돌라 탑승장에 도착해 보니 별로 시간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서둘러 타면 설천봉에서 30분 정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즐길 수 있는 시간에 비해 곤돌라 탑승료가 비싸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하였지만 부랴부랴 곤돌라에 올랐다. 그런데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자 멀리 하얗게 눈에 덮인 산봉우리들이 보이더니 발 밑으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3월에 만나는 환상의 겨울나라_설천봉에 도착하자 그야말로 영화에서 본 겨울왕국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바람이 심하게 불고 추워 아내와 딸 그리고 외손녀는 따뜻한 매점 안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나만 카메라를 들고 눈 앞에 바라보이는 환상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였다. Pentax K-3,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13, 1/250 s, ISO100
3월에 만나는 환상의 겨울나라_설천봉에 도착하자 그야말로 영화에서 본 겨울왕국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바람이 심하게 불고 추워 아내와 딸 그리고 외손녀는 따뜻한 매점 안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나만 카메라를 들고 눈 앞에 바라보이는 환상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였다. Pentax K-3,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13, 1/250 s, ISO100

겨울 왕국_바람이 심하고 추울 뿐만 아니라 내려가는 곤돌라 운행 종료 시각이 다가와 마치 주마간산 격으로 풍경을 스케치할 수 밖에 없어 자못 아쉬웠다. Pentax K-3, 59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11, 1/250 s, ISO100
겨울 왕국_바람이 심하고 추울 뿐만 아니라 내려가는 곤돌라 운행 종료 시각이 다가와 마치 주마간산 격으로 풍경을 스케치할 수 밖에 없어 자못 아쉬웠다. Pentax K-3, 59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11, 1/250 s, ISO100

잊을 수 없는 3월의 겨울 풍경_이날 자연이 보여준 깜짝 선물은 원래 계획했던 동해안으로의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려보내 주었다. 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11, 1/125 s, ISO100
잊을 수 없는 3월의 겨울 풍경_이날 자연이 보여준 깜짝 선물은 원래 계획했던 동해안으로의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려보내 주었다. 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11, 1/125 s, ISO100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 하나 하나가 모두 하얗게 눈으로 정교하게 장식된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설천봉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설천봉에 도착하자 그야말로 영화에서 본 겨울왕국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바람이 심하게 불고 추워 아내와 딸 그리고 외손녀는 따뜻한 매점 안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나만 카메라를 들고 눈 앞에 바라보이는 환상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바람이 심하고 추울 뿐만 아니라 내려가는 곤돌라 운행 종료 시각이 다가와 마치 주마간산 격으로 풍경을 스케치할 수 밖에 없어 자못 아쉬웠다. 하지만 이날 자연이 보여준 깜짝 선물은 원래 계획했던 동해안으로의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려보내 주었다. 그러나 삶에는 늘 이렇게 살맛 나는 행복한 깜짝 선물들만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난 해 건강검진에서 간암과 관련된 종양표지자 수치가 높게 나와 딸이 근무하는 병원에 가서 CT 검사와 혈액검사를 다시 받은 적이 있다. CT 소견으로는 큰 문제가 안 보이는데 여전히 종양표지자 수치는 높게 나와 딸아이는 MRI 검사를 한 번 더 받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권하였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오래 전 위암으로 위 절제수술을 받은 나로서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얼마 전 복부 MRI 검사를 받기로 하였다. MRI 장치에 누어 있는 나에게 검사 담당자는 검사에 관한 몇 가지 설명을 한 후, 혹시 검사 중 어려움이 있으면 누르라고 왼손에 자그마한 고무 밸브를 쥐어 주고 검사실을 나갔다.

그동안 여러 차례 비슷한 모양의 장치인 CT 검사를 받은 적이 있어 '별 어려움이 있을 리 있나...' 하는 자못 자신만만한 생각을 하는 사이 몸이 둥그런 장치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의료 측정 분야를 연구했던 과학자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나는 눈을 뜨고 눈 앞에 보이는 장치의 통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갑자기 내가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곧 이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폐쇄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도저히 더는 검사를 계속 할 수 없을 것 같은 급박한 심리 상태가 되어 왼손에 쥐어 준 고무 밸브를 눌러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명색이 의료 측정을 좀 아는 과학자인데 그럴 수는 없다는 자존심이 발동하면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 앉히는 노력을 시작하였다. 마음 속으로 찬송가를 부르고 얼마 전 덕유산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겨울 왕국 풍경을 떠올렸다. 눈을 감고 한참을 그렇게 마음 속을 짓누르는 공포와 싸우다 보니 다행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이내 적응하게 되어 무사히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꿈 속에서 다시 한 번 폐쇄공포의 가위눌림을 당하면서 소스라치게 잠에서 깰 정도로 나에게는 큰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잠에서 깨어 다시 잠이 들 때까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는 얼마 전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한 후배 과학자의 심정이 바로 이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한 상태가 지속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 밖에 유쾌한 작은 경험도 하나 있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사진 전문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프로 작가 중 한 분이 '7일간의 자연 사진 챌런지'라는 이벤트에서 나를 지명해 주었다. 지명된 작가는 7일 동안 매일 한 편의 작품을 자신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게시하면서 매일 또 다른 작가를 지명하도록 하는 릴레이 이벤트이다. 평소에 정말 대단히 아름다운 자연 사진을 찍어 게시하고 있어 늘 감탄하면서 사진을 감상하던 프로 작가의 추천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부족하지만 프로 작가의 눈으로도 보아 줄만한 사진을 찍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이제는 내가 정말 아마추어 사진 작가가 된 기분으로 기꺼이 이벤트에 참여하였다.

요즘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이 떠오르는 기술의 하나다. 컴퓨터로 설계된 물건을 마치 종이 위에 그림이나 문서를 인쇄해 내 듯, 설계도 대로 한 켜 한 켜 쌓아서 3차원의 정교한 모양을 제작해 내는 기술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도 신이 설계해 만들어 놓은 겉 모습 속에 매일 매일의 크고 작은 경험들이 한 켜 한 켜 쌓이면서 자신이 만들어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한 송이는 봄부터 운 소쩍새의 울음과, 여름날의 천둥 소리 그리고 가을날의 무서리가 한 켜 한 켜 쌓여 피어났고, 장석주 시인의 작은 대추 한 알은 태풍과 천둥과 벼락이 쌓여 붉어지고, 무서리와 땡볕과 초승달이 쌓여 둥글어진 것처럼….

이제 우리 동네에도 노란 복수초와 봄향기를 은은히 담고 피어나는 매화가 피어나고 있다. 아마 어딘가에는 개나리와 비슷한 노란 영춘화도 피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살구꽃, 진달래, 개나리와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날 것이다. 볼 것이 많아서 '봄'이라 이름 지어졌다는 이 봄에는 또 어떤 볼거리와 경험들과 생각이 나를 새롭게 채워나갈 지 궁금해진다.

봄날, 환희의 눈물 (2015년 4월 7일)_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사진 전문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프로 작가 중 한 분이 '7일간의 자연 사진 챌런지'라는 이벤트에서 나를 지명해 주었다. 부족하지만 프로의 눈으로도 보아 줄만한 사진을 찍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이제는 내가 정말 아마추어 사진 작가가 된 기분으로 기꺼이 이벤트에 참여하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F/3.5, 1/250 s, ISO100
봄날, 환희의 눈물 (2015년 4월 7일)_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사진 전문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프로 작가 중 한 분이 '7일간의 자연 사진 챌런지'라는 이벤트에서 나를 지명해 주었다. 부족하지만 프로의 눈으로도 보아 줄만한 사진을 찍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이제는 내가 정말 아마추어 사진 작가가 된 기분으로 기꺼이 이벤트에 참여하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F/3.5, 1/250 s, ISO100

이른 봄 아침 (가지 복수초)_이제 우리 동네에도 노란 복수초와 봄향기를 은은히 담고 피어나는 매화가 피어나고 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3.5, 1/320 s, ISO200
이른 봄 아침 (가지 복수초)_이제 우리 동네에도 노란 복수초와 봄향기를 은은히 담고 피어나는 매화가 피어나고 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WR, F/3.5, 1/320 s, ISO200

빛을 향하여 (2014년 3월 11일)_아마 어딘가에는 개나리와 비슷한 노란 영춘화도 피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살구꽃, 진달래, 개나리와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날 것이다. 볼 것이 많아서 '봄'이라 이름 지어졌다는 이 봄에는 또 어떤 볼거리와 경험들과 생각이 나를 새롭게 채워나갈 지 궁금해진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F/3.5, 1/250 s, ISO200
빛을 향하여 (2014년 3월 11일)_아마 어딘가에는 개나리와 비슷한 노란 영춘화도 피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살구꽃, 진달래, 개나리와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날 것이다. 볼 것이 많아서 '봄'이라 이름 지어졌다는 이 봄에는 또 어떤 볼거리와 경험들과 생각이 나를 새롭게 채워나갈 지 궁금해진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 mm F2.8, F/3.5, 1/250 s, ISO200

대추한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안에 태풍몇개
저안에 천둥몇개
저안에 벼락몇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리는 없다
저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밤
저 안에 땡볕 두어달
저 안에 초승달 몇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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