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I-세상을 바꾸는 분석과학⑨]기초지원연 , 국내 출토 유물 '과학적 해석·분석'

분석과학(Analytical Science)은 과학기술의 토양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분석과학은 분석기술(Analytical Technology)과 분석장비(Analytical Equipment)에 관한 연구를 총칭하는 분야입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견인하고, 세계적인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며, 국가 경제성장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 과학기술의 척도로 평가되는 노벨상 수상의 토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덕넷은 분석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함께 분석과학 연구분야와 성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소나무는 가짜다!" 2014년 1월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 복원에 사용한 소나무가 삼척에서 벌목된 금강송이 아닌, 값싼 러시아산 구주송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정부는 즉각 숭례문 복원 사업에 쓰인 소나무의 DNA 분석에 나섰다.

소나무는 말이 없다. 하지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연대측정은 모든 답을 알고 있었다.

2008년 설 연휴 마지막 날 우리의 국보 1호 숭례문이 하룻밤 새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충격에 빠진 전 국민은 사나운 불길에 휩싸인 숭례문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소나무 600그루를 확보, 숭례문 복원 착공식을 거행했다. 이후 '복원용 소나무가 국내산이다, 아니다'를 두고 의혹이 불거졌으나, 다행히(?) 국립산림과학원의 소나무 DNA분석 결과 '국내산 소나무'라는 결론을 얻었다.

어떻게 국내산 소나무의 산지 구분이 가능할까? 그 해답은 '방사기원 동위원소'가 쥐고 있다. 연대측정은 상대연대측정과 절대연대측정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동위원소(정확하게 표현하면 방사기원 동위원소)를 이용한 분석이 절대연대측정방법. 동위원소란 양성자 수는 같으나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양성자+중성자)이 다른 원소를 말한다. 문화유산의 연대 측정, 산지 추정, 식생활과 고(古)환경 복원, 거주와 이동 등을 밝혀낼 수 있어 문화재 연구에 매우 중요한 분야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이광식) 지구환경연구부에서는 다양한 지구물질의 정확한 연대측정을 위해 방사기원 동위원소를 활용한 절대연대측정법 개발 및 분석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과학분석에는 KBSI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최첨단 분석 장비가 활용된다. 지구환경연구부에서는 퇴적층의 연대측정, 동위원소분석, 표면분석을 통해 문화재 분석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퇴적층의 연대측정에는 루미네선스를 이용한 OSL장비가, 동위원소 분석을 위해서는 TIMS(열이온화질량분석기), MC-ICPMS(유도결합플라즈마질량분석기), SIRMS(안정동위원소질량분석기)등이 활용된다. 또 표면분석장비로는 전자현미경인 SEM, 레이저를 활용한 LA-(MC)-ICPMS(레이저삭박 다검출기 유도결합플라즈마 질량분석기), 이차이온 질량분석기인 SHRIMP 등이 사용된다.

지구환경연구부는 동위원소 조성을 이용한 국내산 소나무의 산지 분석을 수행했다. 국내 13개 지역에서 자생하는 소나무 시료 31점을 수집하여 최근 5년간 성장한 나이테 부분을 채취해 파쇄한 후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국내산 소나무의 수소, 산소 안정동위원소 조성을 위해 산지의 위도와 해안 내륙 등 1차적인 산지의 구분을 가능케 했다.

정연중 박사는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 유물, 세형동검에 쓰인 원료가 중국 북부지역에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식 동검이라 불리는 세형동검이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제작되었을 것이라는 상식을 뒤집는 질문도 동위원소 분석에 의해 가능했다.

청동유물의 산지추정연구는 열이온화질량분석기(TIMS)를 이용한 납 동위원소비 분석법이 사용되었다. 이는 청동유물이 가지고 있는 납 동위원소 조성비와 지역별 기초자료를 비교 검토하여 결정하는 방법이다. 기존에 사용된 지역별 자료는 80년대 일본에서 발표된 동북아시아지역의 기초자료였으나, 각 지역별 기초자료 부족으로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세형동검의 납동위원소 분석에 쓰인 열이온화질량분석기(TIMS).<사진=정연중 기초지원연 박사 제공>
세형동검의 납동위원소 분석에 쓰인 열이온화질량분석기(TIMS).<사진=정연중 기초지원연 박사 제공>

정연중 지구환경연구부 박사가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공동으로 '한반도 납동위원소 분포도'를 발표함으로써 한반도 출토 유물에 대한 정확한 산지추정연구가 가능해졌다. 정 박사는 전국의 대학박물관에 보관 중인 15점의 세형동검에서 시료를 채취 한 결과 세형동검의 납동위원소비 자료를 출토지와 비교 검토하여, 원료물질의 산지를 유추했다. 그 결과 국내 경상도와 강원도 지역의 원료와 함께 일부 유물들에서는 중국북부 또는 북한 지역의 원료물질이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증거를 얻어낸 것이다.

지난해 KBSI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과 MOU를 맺고, 문화유산의 과학적 분석에 대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최근까지 KBSI는 경기도 전곡에서 출토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유물출 토층에 대한 연대측정연구, 풍납토성 축성연대 연구, 세형동검의 납동위원소를 활용한 산지추정연구 등 주목받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향후 KBSI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분석 공동연구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KBSI는 국내 출토 유물에 대한 정밀 분석 및 과학적 해석을 수행하고, 연구 장비 공동 활용을 통한 분석연구 기술을 공유하고, 문화재 분석 공동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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