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년 와이바이오로직스, 다국적 기업과 협력연구·창투사 100억원 투자
박영우 대표 "세상에 없는 혁신 신약 개발할 것"

창업투자회사가 100억원을 투자했다. 내로라 하는 다국적 제약사가 3년간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했으며 이어 국내 대기업이 지원을 약속했다. 창업한지 1년된 신생벤처가 면역 항암제 분야 기술력만으로 바이오 시장의 큰손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대덕 신생 바이오벤처 '와이바이오로직스(대표 박영우)'의 이야기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박영우 대표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재직시기인 2014년 12월 연구원 창업으로 설립한 바이오 벤처다. 박 대표는 지난해 7월 연구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면역 항암분야 신약개발과 경영에 전격 뛰어 들었다.

우리 나이로 환갑에 가까운 그가 창업에 나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연구를 시작한지 30년이 지난 이제야 바이오에 대해 제대로 알게 돼 창업에 도전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고 그가 경영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다. 국내와 해외 기업 연구소에 근무 경험도 20여년으로 연구와 사업화에 대한 마인드가 누구보다 확고하다. 그가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다. 

본격적인 연구와 경영에 돌입하며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력과 시설을 대폭 늘렸다.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 대표를 대덕테크노밸리 내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1000억개의 항체 라이브러리 전세계가 주목

박영우 대표가 바이오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세히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가 느껴진다.<사진=길애경 기자>
박영우 대표가 바이오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세히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가 느껴진다.<사진=길애경 기자>

"우리는 1000억 종의 항체(박 대표는 항체 라이브러리라고 표현)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상에 없는 혁신 신약 물질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항체 종류가 많은 만큼 효능이 가장 우수한 혁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죠."

박 대표의 표정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2007년 설립된 에이엔알티(ANRT)의 창업주이기도 하다. 당시 공동창업으로 항체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타겟 발굴과 항체 스크리닝 플랫폼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바이오 기업의 항체신약 관련 초기연구를 지원해 왔다.

박 대표는 "바이오분야 기술이 발달하면서 항암치료의 키워드가 표적 치료에서 면역 치료로 옮겨가고 있다. 그만큼 부작용이 낮기 때문"이라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이 어려운 것은 질환 타겟 발굴과 효능이 우수한 질환 타겟의 특이적인 항체 신약을 찾는 것인데 우리는 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회사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가 이처럼 항체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진작부터 항체의 중요성을 간파했기 때문. 국내외 대기업에서 항체 개발분야 연구를 맡았던 그는 2005년 생명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항체 플랫폼 기술 개발을 본격화 한다.

그리고 그의 혜안과 노력들이 쌓이면서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는 1000억 종의 항체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혁신 신약을 개발하려면 타겟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을 찾는 것이 기술적으로 힘들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지만 주로 논문 중심이다"면서 "우리는 논문이 아닌 실제 기술력을 확보한 것이다. 기업에 오랫동안 근무했기 때문인지 기술을 개발하면 항상 상용화를 염두에 두게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술력 인정 받으며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 전폭 신뢰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00억원의 투자를 받고 시설과 인력을 대폭 늘렸다. 6월에는 ANRT와 합병하고 본격 혁신신약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사진=길애경 기자>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00억원의 투자를 받고 시설과 인력을 대폭 늘렸다. 6월에는 ANRT와 합병하고 본격 혁신신약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사진=길애경 기자>

신생 기업으로서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박 대표의 사업 모델에 대해 투자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면서 펀딩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런 와이바이오로직스에 올해 초 6개의 창투사에서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바이오 기업은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서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면서 "우리는 기술력으로 다국적 제약사, 국내 대형 병원과 연구를 지속해 왔는데 투자자들이 이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신뢰하면서 올해초 거액을 투자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 구축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정부 과제와 바이오 기업에게 항체 발굴 서비스를 하며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우리만의 사업 아이템을 확실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와이바이오로직스의 주력 분야는 면역항암제 개발이다. 이 분야는 2~3년 전부터 말기암 환자의 성공적인 임상결과와 높은 완치율(10명중 6~7명이 완치된 사례를 갖고 있다)을 보여 전 세계 제약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신약이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니지만 재발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향후 항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오는 6월 와이바이오로직스는 ANRT와 합병하고 혁신 신약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항체 검색 서비스를 자동화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서비스와 신약개발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지다.

박 대표는 "혁신 신약개발을 위해 인력을 확보, 두 회사의 연구인력이 30여명으로 박사급 인력만 10명"이라면서 "인력의 삼분의 이 정도는 앞으로 신약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은 최첨단 분야. 인력 확보는 어떻게 할까. 박 대표는 대학과 협력해 인력을 직접 양성해 선발한다.

그는 "우리 분야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직접 배워야 하는 분야"라면서 "지역 대학과 협약을 맺고 학생들이 석사 과정에 들어가면 2년간 회사에 와서 훈련을 받고 선발하게 된다"고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회사의 비전과 방향이 같은 사람을 우선 선발한다. 그리고 보수 역시 상장사 수준으로 지급한다. 이후 팀장급이 집중 지도하는데 이런 부분이 알려지며 서울에서도 지원하고 있고 대부분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로 바이오 산업 규모 2030년 2500조원에 이를것"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며 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전문가들은 바이오 시장의 규모를 1200조원까지 보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나 자동차 시장보다 큰 규모입니다. 오는 2030년에는 바이오 시장 규모가 2500조원에 이를 전망이고요."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우리나라 대기업도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바이오 산업에 뛰어 들었다. 정부도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표명하며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 대표에 의하면 대전은 생명연, KAIST, 충남대 등 연구와 인력 기반이 탄탄해 바이오 벤처에게 적합한 곳이다. 또 인근 오송에 생산시설이 들어서며 경쟁력이 높아 질 전망이다.

그는 "대전은 특히 연구소와 기업 출신 연구자 중심의 기술벤처가 많아 기술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서 "앞으로 산업은 바이오 분야쪽으로 가게 된다. 또 바이오 시밀러, 바이오 베터 등 바이오 신약의 흐름이 있었지만 2020년께는 혁신 신약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포커스가 혁신 신약에 맞춰있다"고 흐름을 진단했다.

또 그는 "혁신 신약은 세상에 없는 것을 찾아 독점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기술을 확보하고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2~3년내 코스닥 시장 진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영우 대표가 보유 장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박영우 대표가 보유 장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한꺼번에 많은 수의 항체 결과를 알수 있는 장비.<사진=길애경 기자>
한꺼번에 많은 수의 항체 결과를 알수 있는 장비.<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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