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아카데미②]유럽 과학자들의 중앙우체국 '프랑스과학아카데미'
1666년 프랑스 정치가 콜베르 창설, 과학교육사업 등 활발히 진행
바흐 사무총장,

[편집자 주]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 중 하나가 국경을 뛰어넘는 '오픈사이언스(Open Science)'입니다. 또 우리가 염원하고 있는 노벨상을 위해선 뛰어난 연구성과에 더해 해외 석학들과의 교류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덕넷은 국내 대표 석학단체 중의 하나로서 해외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해외 학술기구들의 운영 현황과 비전, 교류 활동 등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한국의 국제교류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고자 합니다.  

프랑스는 문화, 예술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세계 최대의 경제 블록 EU(European Union:유럽연합) 예산에서 2013년 기준 독일(20%)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부분(18%)을 담당하는 중심 회원국이자, 정부가 국가 전체 연구개발 투자의 약 41.5%를 담당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다. 또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국제적 공조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큰 특징이다.

프랑스에서 중요시 여기는 해외교류 네트워크 구축의 중심에 있는 기관 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과학아카데미(French Académie des Sciences·이하 프랑스한림원)다.

◆ 350년 역사…영국과 함께 유럽 과학기술 발전 이끌다

프랑스한림원은 역사적으로도 과학기술 국제교류에 있어 큰 역할을 해왔다. 프랑스한림원은 프랑스 중상주의 정치가이자 루이14세 치하에 재무장관을 역임한 장바티스트 콜베르(Jean-Baptiste Colbert, 1619~1683)의 제안에 의해 설립됐다. 콜베르는 프랑스 과학 연구의 발전 정신을 촉진시키고 보호하기 위해 1666년 12월 22일에 왕의 도서관에서 몇몇 학자들을 선발하여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남을 가졌는데 이것이 모태가 되었고, 1699년 1월 20일 루이 14세는 왕립과학아카데미(l’Académie royale des sciences)라는 이름으로 루브르 박물관에 설치했다.

1793년 프랑스 혁명 및 국민공회는 모든 아카데미를 폐지했는데 프랑스한림원도 당시 잠시 폐지됐다가 2년 뒤인 1795년 과거의 과학, 문학, 예술 아카데미를 합친 것과 같은 '국립 과학 예술 학사원(National Institute of Sciences and Arts)'이라는 명칭으로 다시 설치돼 영국의 왕립 학회와 함께 17~18세기 유럽의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프랑스과학아카데미 전경 <사진=프랑스과학아카데미 제공>
프랑스과학아카데미 전경 <사진=프랑스과학아카데미 제공>

프랑스한림원에 대한 과학사(박익수, 신과학사개론)의 기록에 따르면, 프랑스한림원은 과학 정신과 전통적 신앙을 겸비한 메르센느(Marin Mersenne, 1588~1648)의 서재가 중심이 되어 경건하고 박식한 사람들, 즉 성직자, 왕공 귀족, 신학자, 관리, 의사, 수학자, 문인들이 모였고 특히 이 학회에서는 갈릴레이, 홉스 등 유럽 각지의 학자들과의 서신 왕래와 연구 성과의 교환을 위주로 하여 마치 유럽 전 과학자의 중앙우체국과 같은 역할을 했다.

당시 학회 회원들은 새로운 사실과 법칙을 발견했을 때, 함께 모인 자리에서 회원들에게 실험이나 증명을 하여 그 타당성을 인정받아야 했으며 그 내용의 학회의 기관지에 의해 국내는 물론 저명한 외국의 과학자들과도 긴밀한 연락을 갖게 되었다. 당시의 과학자들은 학문적인 차원에서 자연의 비밀을 추구하고 연구하는 데 있어 개인보다 상호 협력에 의해 규명해야 되겠다는 판단을 했고, 학회를 통해 관찰, 실험 및 추리하는 과학적 방법이 활기를 띄고 실천되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한림원은 1816년 루이 18세때 다시 '과학아카데미(프랑스어: Académie des sciences)'로 개명되었고, 프랑스어 사전을 편찬하는 프랑스아카데미, 인문사회과학부에 해당되는 윤리학 및 정치학아카데미, 문학 및 인문 아카데미, 예술아카데미 등과 함께 프랑스연구원(Institute de France)에 소속돼 있다.

현재 프랑스연구원은 파리 4개국대학(College des Quatre Nations)에 본부를 두고 있는데, 이곳에 있는 두 개의 도서관이 매우 유명하다. 먼저 마자린(Mazarine) 도서관은 마자린 추기경의 개인소장도서들이 그 시초가 되었으며, 일반에게 개방되어 있다. 두 번째 도서관은 다섯 개의 아카데미 회원들과 특별허가를 받은 사람들만 이용 가능하며 1763년에 설립된 파리도서관의 책들이 보관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학자들 간에 정기적으로 교환된 정기간행물들이 포함돼 있는데 소장품 중에는 모짜르트의 글 중 일부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공책 몇 권도 있다.

미생물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파스퇴르 역시 프랑스한림원 회원이었으며, 그에 대한 자료가 남아있다 <사진=프랑스과학아카데미 제공>
미생물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파스퇴르 역시 프랑스한림원 회원이었으며, 그에 대한 자료가 남아있다 <사진=프랑스과학아카데미 제공>

◆ 행사서 장관보다 한림원 회원들이 상석…"한림원 발표내용 국민들 신뢰"

현재 프랑스한림원은 베르나르 뫼니에(Bernard Meunier) 원장을 포함 총 484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2015년 4월말 기준). 이들은 정회원 264명, 준회원 93명, 외국인 준회원 127명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수학, 물리학과 그 응용 분야(Division), 그리고 화학, 생물학, 의학과 그 응용분야로 나뉘어 소속돼 있다. 전자는 수학, 물리학, 공학, 지학으로 세분되어 있고, 후자는 화학, 세포 및 분자생물학 등 식물학, 의학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젊은 과학자들을 포함하기 위해 절반 이하의 회원은 55세 이하로 하는 회칙을 두고 있다.

프랑스한림원 회원들은 지적 엘리트층의 대표자로서 명성과 존경을 얻는다. 회원들은 대부분 정부나 민간의 정식만찬회에서 장관보다 상석인 맨 앞자리에 앉는다.

또 프랑스한림원은 필요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진흥과 산업발전을 위하여 1982년 응용과학위원회(CADAS)가 발족됐는데, 당시 절반의 회원을 산업계로부터 영입하고 과학의 응용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현재 과학자 인권옹호위원회, 환경위원회, 우주연구위원회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프랑스한림원의 주요사업에는 △과학기술 정책자문 및 건의, △학회, 세미나, 공개회의 개최, △국제 과학 행사 참가 및 국제협력, △프랑스 의회 의원, 젊은 과학자, 프랑스 한림원 회원 등을 연결하는 'Pairing Operation' 진행, △과학 교육 사업, △기록물 보관, △출판사업, △시상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그 중 과학기술 정책자문 및 건의는 중요현안문제에 대해 정부에 정책보고서와 권고안을 제시하는 일. 특히 교육개혁안을 제시하고 실시하도록 하는 권위를 부여받고 있는데 국민들의 이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 프랑스한림원은 20여년 노벨상을 받은 회원들의 제안으로 초등교육부터 중등교육까지 정부에 교육법을 제안하고 교사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과학교육 혁신을 위해 '경험을 토대로 한 과학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다.

또 프랑스한림원은 '과학과 생활'이라는 일반대중지를 발간 중인데 과학계의 현안문제와 정책 등에 대해서 각종 문제를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아울러 프랑스한림원은 각종 상과 상금 수여를 통해서 개별 전문 영역에서의 연구와 활동을 지원하고 독려한다. 1810년 이래 이러한 목적을 위해 수천 건의 기부금이 들어왔으며 그 결과 수만 명의 수상자들이 탄생하였다.

한편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프랑스한림원은 지난 1997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프랑스 석학 초청 한림석학강연과 한림국제심포지엄, 공동심포지엄 등을 통해 양국 과학기술자간 학술교류와 연구협력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 [인터뷰] 장 프랑수와 바흐 프랑스한림원 사무총장
"KAST와의 국제교류는 매우 특별…한국인 회원의 선출 기대해보겠다"

바흐 사무총장 <사진=정윤하 기자>
바흐 사무총장 <사진=정윤하 기자>
"다른 많은 나라들과 네트워크를 맺고 있지만 실제 공동심포지엄과 교류 등이 이루어지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의 관계는 더 유용(useful)한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다른 아카데미와 달리 한국은 과학과 기술이 함께 들어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고, 아주 훌륭하고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프랑수와 바흐(Jean-Francois Bach) 프랑스한림원 사무총장(파리데카르트대학교 교수)은 한국의 과학기술에 대해 큰 호감을 표했다.

프랑스한림원은 전통적으로 다른 나라 및 타 한림원과의 교류를 중요시 여긴다. 외국인 준회원을 두고 있는 것도 국제협력을 위한 제도 중 하나다.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 헨리 캐번디시(Henry Cavendish), 제임스 와트(James Watt),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등이 프랑스한림원의 외국인회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외국인회원은 2분야에 127명인데 미국과 영국의 비율이 50% 이상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주로 유럽의 국가들이 많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생물학, 화학, 수학)과 중국(생물학, 화학) 뿐이며 이들 역시 전체의 5% 안팎이다.

바흐 사무총장은 "외국인회원에게는 몇몇 연구주제에 대한 조언을 얻거나 교류를 위한 초청 등을 하고 있다"며 "3년마다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데 연구업적만이 고려대상이어서 지역안배는 없고 현재는 몇몇 나라에만 편중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프랑스한림원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며 "최근 KAST와 밀접하게 교류하고 있고 한국에 훌륭한 과학기술인들이 많은 만큼 멀지 않아 한국에서도 외국인회원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바흐 사무총장에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자 "아카데미는 훌륭한 회원을 선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프랑스한림원의 경우 회원선출에 있어 따로 원서나 추천서를 받지 않고, 지명위원회(nomination community)에서 과학에 큰 공헌을 한 후보를 발굴, 선출해서 당사자에게 통보한다"며 "과학자에게는 논문의 양보다 해당 분야에서 대한 연구의 공헌도가 가장 중요하므로 한림원의 훌륭한 회원들과 함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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