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명확한 측정기준과 지능화 처리기준 접목한 ‘안전한 스마트 시티’ 꿈꿔

안전을 위협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지난달 대전에서 빌라 건물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10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으며, 지난해에는 서해대교 교량 장력을 이기지 못한 케이블 91가닥이 연쇄적으로 단선돼 서해 대교의 교통이 통제되어 커다란 불편을 겪은 적이 있었다.

대형 구조물, 시설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측정 기술 개발의 필요성은 시기를 불문한다. 오히려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안전은 사고가 발생한 후 수습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기 전 위험 징후를 포착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큰 존재감을 발휘하진 않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더불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연구소 불을 환하게 밝히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의 안전측정센터(센터장 권일범)다.

권일범 안전측정센터장은 "사실 표준(기준)을 만든다는 것이 어려운 과제다. 기준을 만드는 자체의 과정보다는, 국민이 어떻게 그 기준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센터의 역할을 함축했다.

◆" '표준'이 되는 시설물 안전 점검 기준 만들겠다"

권일범 안전측정센터장이 분석 데이터를 가리키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권일범 안전측정센터장이 분석 데이터를 가리키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안전측정센터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 드러날 경우가 거의 없어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우리의 안전측정 기술이 시설물에 잘 적용됐다는 의미니까요.(웃음)"

안전측정센터는 ▲안전측정 신뢰성 향상 기술 ▲첨단 안전측정 기술 ▲안전측정 응용 기술 등에 주력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물(공공시설물, 다중이용시설, 대형구조물) 안전 측정 솔루션 개발하여 실용화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안전 측정과 관련된 국가표준을 확립하고 궁극적으로 미래 지향적 안전 측정기술 보급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인다.

안전측정센터가 2012년에 개발한 고감도 초음파 센서 제작 기술은 현재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 설치되어 가동 중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원전 연료봉의 경우 가동 도중 검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전체적인 정비와 검사기간에 연료봉 다발에 대한 개별검사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초음파 센서는 전량 외국에서 비싼 값에 수입하고 있던 실정. 센터 측이 기존보다 1.5배 이상 감도를 갖는 고감도 초음파 센서 기술을 개발함에 따라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원전 연료봉 검사용 초음파 센서를 국산화하여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정밀한 안전 진단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침입자 탐지용 광섬유 센서도 안전측정센터에서 탄생한 성과. 연구원, 은행 등 정보 시설의 물리적 보안을 위해 울타리를 설치, 침입자가 발생 시 보안 요원이 대응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넓은 영역을 담당하기에는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센터는 넓은 영역에서도 침입자를 탐지할 수 있는 광섬유 센서를 개발, 기술 이전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5 cm 깊이 땅속에 심어진 광섬유를 침입자가 밟으면 그 압력에 따라 광섬유 내부를 진행하는 빛의 브릴루앙 산란(빛의 특성의 일종) 강도 변화가나타나는 현상을 적용했다. 침입자의 위치와 무게까지 구분할 수 있다. 측정 시간은 총 10초, 해당 기술 역시 화력 발전소 등의 울타리에 설치하여 운용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테라헤르츠파(T-ray) 영상 기술 개발로 주목을 받았다. 비파괴 검사는 물체를 파괴하지 않고 내부를 검사할 수 있다. 시설, 보안,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 쓰이며 T-ray는 비전도성 물체에 투과성이 높고 인체 유해성이 낮아 복합재, 반도체 소자 등의 내부결함 탐지를 위한 비파괴 검사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권 센터장은 "교량, 케이블 등 안전점검을 하는 데 있어 아직은 명확한 기준점이 없다"는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기도 했다. 이는 센터가 측정 연구를 지속해야 할 이유가 되기도 했다.

"케이블 소선의 단선을 측정하는 것도 모두 안전 점검 기준에 나와 있으나, 실질적으로 측정기술은 주로 ‘경험적’으로 이루어진 경향도 있었죠. 저희는 재료 열화로 인한 대형 케이블 내부의 소선 들의 파손을 탐지하여 케이블의 유효 단면 변화를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안전측정센터는 현재 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은 '드론'을 활용하여 비탈면의 안전성을 진단하기 위한 힘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비탈면의 무너지기 쉬운 곳은 두꺼운 콘크리트 블록을 직경 약 10 cm 정도의 큰 나사못에 해당하는 앵커로 지탱하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앵커 및 콘크리트 블록의 지탱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그 느슨해진 정도를 정확히 검사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안전측정센터가 생각해 낸 묘책이 드론을 활용해 무선으로 정보를 얻는 것. 권일범 센터장은 “이미 개발되어 있는 드론은 문제가 안 되지만, 탑재 가능할 정도의 무게, 가격이 관건이다”이며 “특히 장기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계측 기술은 10여 년 이상 거뜬히 견딜 수 있는 내구성까지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 기술 적용된 '안전한 스마트 시티' 꿈꿔"

케이블 건전성 점검 기술(좌)비탈면 안전성 점검 기술(우) 개발 중 모습<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케이블 건전성 점검 기술(좌)비탈면 안전성 점검 기술(우) 개발 중 모습<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도시가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얽혀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고가 어디서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죠."

'표준'이 되는 측정 기술이 중요한 이유다. 권 센터장은 "도시 전체를 지능화하여 국민의 안전한 생활환경 보장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에서 개발된 측정 기술들이 적용된 ‘안전한 스마트 시티’를 꿈꾼다.

안전측정센터는 그동안 확보한 측정 기술들을 안전한 사회 구축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변수 복합 측정 응용 기술 개발과 보급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다변수 복합측정을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센서 네트워크와 지능화 신호 처리'연구를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권 센터장은 "다중화된 센서들을 비파괴 검출 결과와 복합하여 안전유무를 평가하려면, 지능화 신호 처리, 즉 인공지능기술을 도입하여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출연연구원 특성상 기초원천 측정 기술 위주의 연구가 지속된 게 사실. 안전측정센터는 이제 내부만의 연구를 넘어 타 출연연과의 협업에도 힘쓰고 있다. 센터는 점점 복잡해지는 도시의 위험요소에 대응하기 위해 더 정교한 안전 측정 표준기술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시설물의 미시/거시 거동 복합 측정에 의한 지능안전 진단 기술'을 신규 사업으로 선정,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 센터장은 "안전이라는 것이 수치로 정량화하기가 힘든 부분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이 연구원 담장을 넘어 국민의 피부에 닿을 수있는 연구를 지향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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