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제갈종건 화학연 본부장 "미래 화학 산업의 핵심 ‘바이오화학 기술’"
화학연,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 개소로 상용화 성큼

제갈종건 박사가 바이오매스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효소 당화 장비.<사진=길애경 기자>
제갈종건 박사가 바이오매스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효소 당화 장비.<사진=길애경 기자>
석유산업의 절대적 위기시대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홍수, 가뭄, 이상고온 현상 등의 원인으로 석유화학이 주범이라는 인식이 커지며 각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화학산업, 바이오화학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195개 당사국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섭씨 1.5도까지 제한하기로 구속력 있는 합의를 마쳤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37%를 줄이겠다는 감축목표를 제출한 상태로 바이오화학 기술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바이오화학은 석유가 아닌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인류에게 필요한 화학제품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즉 나무와 풀, 미세조류 등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바이오매스 재료에 바이오기술을 적용해 인류에게 필요한 바이오화학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류가 화학제품을 마음껏 사용하면서도 석유화학 산업으로 발생하는 이상기후와 환경오염 없이 좋은 환경에서 삶을 살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화학연구원 융합화학연구본부(본부장 제갈종건)의 바이오화학연구센터에서는 바이오매스와 바이오화학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이하 실용화센터)를 국내 최대 화학산업 단지가 밀집된 울산에 개소하였으며 바이오화학 산업의 실용화를 앞당기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대전과 울산을 오가며 우리나라 바이오화학 분야 기술개발과 실용화의 총괄을 맡고 있는 제갈종건 본부장을 만나 바이오화학의 개념부터 활용, 국내 연구개발과 실용화의 현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바이오화학 기술, 바이오와 화학의 융합연구로 시작

제갈종건 박사는 바이오화학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사진=길애경 기자>
제갈종건 박사는 바이오화학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사진=길애경 기자>
"바이오화학은 나무와 풀 등 광합성을 통해 생합성되는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매스에 바이오기술을 접목해 인류가 필요로 하는 소재를 제조하는 것이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발생하지 않으며 고갈 될 염려가 없는 바이오매스를 원재료로 이용하는 것으로 지속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제갈종건 본부장은 바이오화학 기술에 대해 이같이 정의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제갈 본부장이 바이오 화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액정 고분자 전공 후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환경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분리막을 공부하게 되고 이를 활용해 수처리 멤브레인을 10년정도 하면서 다른 분야에 접목해보자는데 생각이 닿는다.

제갈 본부장은 "그동안 공부한 내용들을 보니 바이오에 접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전체를 보는 안목이 생겼다"고 그간의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바이오에 관심을 가지면서 바이오 화학 관련 총서까지 정리한다. 2004년부터 바이오화학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2007년에는 연구를 본격화 한다.

그가 연구를 시작한지 10년이 되면서 국내외 바이오화학 기술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화학연의 바이오화학연구센터는 바이오매스 전처리부터 미생물전환, 바이오 정밀화학기술, 바이오플라스틱 제조와 가공기술 등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바이오화학제품까지 개발 가능한 연구시스템을 갖추고 우리나라 바이오화학 산업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를 구축, 바이오화학 산업의 원료가 되는 바이오 슈가를 대량생산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관련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제갈 본부장은 "석유화학이 경쟁력 있는 것은 원유를 버리는 부분 없이 다 뽑아 쓰기 때문"이라면서 “바이오화학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바이오매스의 활용도 이와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바이오매스의 주 구성 요소인 셀룰로즈, 헤미셀룰로즈, 리그닌을 빠짐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함께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바이오화학 기술은 바이오매스로부터 필요한 부분들만 뽑아내고 나머지 부분은 버리는 식의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면 펄프제지 공정에서 엄청난 양의 리그닌이 부산물로 생산되지만 이들은 모두 황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사용하는데 매우 제한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제갈종건 본부장에 의하면 리그닌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매스 전처리 방법이 중요하다. 바이오화학연구센터에서는 바이오매스로부터 글루코스를 생산할 때 부산물로 발생되는 헤미셀룰로즈와 리그닌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 개발로 바이오화학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됐다.

그는 "바이오매스로부터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바이오기술과 화학기술을 함께 사용해야한다"면서 "예를 들면 바이오 슈가 제조를 위한 바이오매스 전처리와 당화 과정에서 전처리 과정은 열수를 이용한 화학기술이며 당화과정은 효소를 이용하는 바이오기술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제갈 본부장은 "이렇듯 바이오화학기술은 바이오기술과 화학기술이 융합하여 형성되는 기술이다. 앞으로 셀룰로즈 뿐만 아니라 리그닌과 헤미셀룰로즈를 모두 사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면 바이오매스 원가의 6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간동안 어려움도 살짝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연구자와 정부 관계자 등 바이오화학기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어려움이 컸다"면서 "바이오화학연구센터가 구축된지 10년 됐는데 이제야 서로 아는 단계가 됐다. 이번 실용화센터도 그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앞으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유일의 바이오화학 실용화 거점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

"우리 센터의 특장점은 국내 유일의 기관이라는 것이다. 바이오화학 전체 연구와 생산이 가능한 장비가 구축돼 있다. 특히 원스톱 교육으로 인력양성까지 가능하다."

제갈종건 본부장에 의하면 실용화센터의 역할은 기업이 필요한 제품 개발과 연구기관의 연구성과 상용화 지원 두 트랙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실용화센터는 국비 200억원과 울산시비 167억원이 포함된 367억원의 예산을 기반으로 2010년부터 5년 5개월에 걸쳐 완성됐다. 본부동 1개, 시험생산동 1개, 폐수처리장 1개의 시설과 분석장비 20종, 파일럿 장비 16종 등 바이오화학 실용화를 위한 장비 전체를 갖췄다.

보유장비의 면면을 보면 바이오매스 전처리를 위한 장비부터 액체와 고체 분리 정제시스템, 글루코스와 리그닌 분리가 가능한 분리막 기술장비까지 두루 갖췄다. 또 미생물 전환 분야 발효 장비와 유전자 조작과 균주배양 장비까지 확보했다.

이외에도 촉매 반응기와 플라스틱 제조를 위한 용융반응기도 확보, 기존보다 큰 효과를 내며 이미 국내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생산된 바이오플라스틱을 다양한 종류의 실과 필름 등으로 가공할 수 있는 장비도 갖춘 상태다.

제갈 본부장은 "실용화센터에 구축된 장비를 이용하면 나무를 잘라 바이오 슈가를 만들고 발효 과정을 거쳐 가공해 플라스틱까지 나오게 하는 전 공정을 다 할 수 있다. 대학생,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바이오화학에 대한 교육 전반과 인력양성도 가능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용화센터 장비는 기업의 제품 개발과 각 연구소에서 개발한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할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이 가능하다"면서 "바이오화학산업 컨설팅부터 콘트롤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술선진국들의 바이오화학기술, 우리는?

제갈종건 박사가 바이오매스 원재료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제갈종건 박사가 바이오매스 원재료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바이오화학의 주요기술은 바이오슈가 제조기술, 미생물 발효 기술, 촉매기술, 고분자 중합기술 등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바이오화학 기술 선도국으로는 일찍부터 기술개발에 나선 미국과 유럽연합이 꼽힌다.

미국은 이미 20년전부터 연구를 시작해 바이오화학 기술 종주국으로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은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며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바이오화학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의 바이오화학 분야 기술은 선진국의 80%정도 수준이다. 늦은 출발이지만 연구에 집중하며 각 분야에서 기술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그 중 바이오 슈가 기술은 선진국의 90%수준까지 따라잡았다. 제갈 본부장은 "바이오 슈가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제조되는 발효당(fermentable sugar)으로 석유화학에서 원유가 기본이듯 바이오 슈가는 바이오화학기술의 기본 원료물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용화센터에서는 2017년부터 파일럿 공간에 1일 200kg 바이오매스 처리 시설을 구축하고 2018년부터 바이오 슈가를 대량생산할 계획"이라며 "생산된 바이오 슈가는 국내 발효업체와 관련 기관에 제공되며 비식용 바이오매스 기반 바이오 슈가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생물 발효와 촉매 기술에 대해서도 짚었다. 제갈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미생물 전환기술은 외국의 80%정도"라면서 "더 어려운 것은 촉매기술인데 이 부분은 바이오와 화학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진행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상황이 안돼 속도가 더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제갈 본부장은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 중 일부에서는 바이오와 화학회사가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스핀오프 할 수 있는 벤처를 설립하면 바이오화학산업 육성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2010년 현재 바이오화학 시장 규모는 세계화학산업의 10%수준인 1300억 달러다. 2025년에는 세계화학산업의 22%(483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0년까지는 현재 플라스틱 시장의 10%이상이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때문에 기업들이 화학연의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 개소에 거는 기대도 높다.

화학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는 국내 정밀화학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바이오정밀화학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아래 올해부터 화장품 생산에 필요한 천연계면활성제 제조할 수 있는 바이오기술개발에 들어갔다.

또 경량화를 핵심으로 기술개발 중인 미래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 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부터 자동차융합 화학소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제갈 본부장은 "울산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들이 바이오플라스틱 제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기존 석유기반 회사에서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드는 회사로 전환하면 울산을 비롯한 국내 화학 산업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면서 "실용화센터에서도 바이오화학 산업 육성과 세계 5위권의 바이오화학 강국 진입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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