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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단상]트럼프 발언과 한국 과학 자율성

"한반도 전쟁 그들 문제" 事大통한 안보 아웃소싱 시대 종언
과학자, 안보 첨병 자각 필요...자율성 확보 첩경
차기 미 대통령 권력을 노린 공화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위세가 절정에서 한 풀 꺾이는 인상이다. 그는 잇단 파격을 선보이며 정치 무관심 그룹을 관심 그룹으로 만들고 세력을 급신장시켰다.

마치 태풍이 주변의 수증기와 열기를 에너지로 만들며 덩치를 키우듯이. 트럼프의 에너지원이 된 것은 자신들의 삶도 고단하니 세계 경찰 노릇 그만하자는 미국의 바닥 민심. 돌풍이 태풍으로, 태풍이 메가톤급으로 급성장하는 가운데 주변에서 경계감도 발동되고 응급조치도 취해지며 파괴력은 한풀 꺾이는 듯하다. 그럼에도 아직도 한 방을 갖고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인종 문제와 낙태 등 미 정가에서 금기시하는 부분에 파격을 보인 것까지는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이었다. 그렇지만 한반도 전쟁을 언급하며 미국의 일이 아니고 한국과 일본의 일이라고 발언한 데 이르러서는 불똥이 강 건너로 건너왔다. 그의 발언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점검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마치 알파고가 우리의 미래 산업은 안녕하냐고 메가톤급 질문을 던졌듯이, 과연 우리의 안전을 외국에 위탁해도 좋은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트럼프가 맞다. 세계 무역 15위권의 대국,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일한 20-50클럽 가입국가 등 우리는 해방 이후 지난 70년간의 발자취에 대해 위업이라고 자랑스러워 한다. 그런데 세계 무역 대국과 20-50클럽 가입국가들 면면을 보면 우리와 하나 차이가 있는 것이 있다. 국방을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 심지어 영세 중립국이라는 스위스마저도 국방에 관한 국민 한 명 한 명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다는 의식을 갖고 있고 개별 무장과 함께 국가 차원의 무장을 한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어떠한가? 북핵 위기나 연평도 포격, 천안함 피격 등의 안보 위기 시의 대응을 보면 현주소가 드러난다. 사태가 발생하면 늘 하는 것이 사태 파악이다. 당연히 대응이 늦다. 거기에 이어지는 것이 동맹국인 미군과의 합동 작전이다. 그 내용을 보면 우리가 더욱 초라해진다. 미 본토에서 날아온 스텔스 폭격기나 핵 잠수함, 항공모함 등 미군의 전력을 갖고 북한이 여차하면 응징할 수 있다고 으름장 놓고, 시간 지나면 국방 비리 발표가 나오고 국민은 잊어버리는 게 하나의 패턴이다.

한 마디로 국방에 관한한 자주국방의 의지도 크지 않고 여건도 미흡하다. 일부에서는 국방비 아껴서 경제 활성화나 복지비, 연구개발비로 쓰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것이 아니냐는 논리(?)도 전개한다. 우리의 의식 속에 국방은 어느덧 남의 몫으로 자리 잡아 있는 듯한 느낌도 주는 대목이다. 외침을 어느 나라보다 많이 받았고, 대규모 전쟁으로 1백만이 넘는 사람이 피해를 당한 것이 400년 이내에만 3, 4번에 해당하는 나라임에도 국방에 대해서는 정말 둔감하다.

정상 국가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모두가 환각 상태에라도 빠진 듯이 자기방어 조치가 없는 것은 왜일까?

우리의 현재 DNA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조선과 대한민국의 공통적 국가 전략 가운데 하나는 '사대'(事大)라는 것이다. 조선에서는 개국 이래 명나라가 사대의 대상이었다. 명나라가 망한 다음에도 망국의 황제를 제사 지낼 정도였다.

그러다가 대원군과 고종 시기 서양 세력의 대두가 시작되며 청나라가 종주국으로 본격적 행세를 시작한다. 조선의 집권 세력은 국내 문제를 외국 군대의 힘으로 해결하려 했고, 청나라도 응한다. 1882년의 임오군란이 그 출발점이었다. 이후 청나라 군대 및 일본군 주둔, 1894년 청일전쟁, 1905년 러일전쟁 등을 거쳐 결국 식민지로 전락한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세에 의해 겨우 나라를 찾은 다음에도 사대의 DNA는 작동한다. 일부 갈등도 있었지만, 남한의 오늘은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 경우도 소련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사대는 국방과 외교를 이른바 형님 나라에 맡기는 것이다. 당장은 싸 보이지만 시기를 놓고 결산을 해보면 결코 싸지 않다. 오히려 비싸다.

명나라에 대한 사대에서 일어난 전쟁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다. 명나라 사대로 북방의 안보는 해결됐는지 모르나 남쪽에 대한 방비는 없었기에 임란이 일어났다. 이어 명나라 기운이 쇠하는 가운데 관성 때문에 새로운 패자에 대한 대비를 못해 병자호란이 일어난다.

중국에 대한 사대는 그 이후로 이어져 조선 말기에 서세동점의 큰 흐름을 못보고 일본에 대한 대비가 없다가 식민지로 전락한다. 임진왜란 때 사망자가 200만, 병자호란 때 포로만 50~60만, 식민지 시대 징용과 위안부 등 숱한 인명 피해가 있었다. 해방 이후도 자주국방이 안되며 6.25가 일어났다. 400년 사이에 이 땅에서만 500만 정도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정확하게 이 숫자를 알고 싶어도 제대로 된 통계가 없는 게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결국, 국방을 아웃소싱하던 타성이 망국으로 이르게 했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남의 종의 되게 했다. 사대가 싼 것이 아니고, 자주국방이 비싼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국방과 외교를 외국에 맡기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조공 등이 대표적이다. 진상품을 바치고, 청나라 시기에는 한국 처녀를 매년 수십 명씩 공출해 보냈다는 주장도 있다. 거기에 내정 간섭도 심하다. 청나라의 원세개는 20대 초 임오군란으로 조선에 와 청일전쟁으로 물러나기까지 10여 년을 조선에서 절대권력을 휘둘렀다. 우리의 운명이 20대 청년의 손에 좌지우지된 것이다. 남자들은 충견으로, 여자들은 노리개로 이용된다.

내정에 있어서도 사대는 혼란의 진원지가 된다. 국방과 외교가 해결되니 밖으로는 신경을 안써도 되고 오로지 내부에서 권력만 쥐면 된다. 종주국의 영향을 크게 받아 그에 따라 권력이 춤춘다. 과거 명나라, 청나라, 일본에 끈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권력을 쥐었고 해방 이후에도 미국의 영향력이 국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이야 산업화와 민주화로 우리의 잠재력이 커지며 그에 비례해 자율성이 크게 나아져 과거와 같은 노골적인 개입이나 내부의 추종도 적어졌지만 말이다.

사대를 하면 내부 권력 투쟁이 정치의 모든 것이다. 공존보다는 독점이 선호된다. 지금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의 싸움이다. 3년 전에는 친이와 친박의 싸움이었다. 2년 뒤에는 또 다른 세력의 싸움이 될 것이다. 국정 운영의 철학을 갖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쥔 사람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권력을 더 오래 누릴 것인가를 놓고 싸운다. 조선에서의 당쟁도 마찬가지였다. 훈구파와 사림파가, 남인과 서인이, 노론과 소론이 계속 파를 나누며 권력 투쟁을 했다. 국가와 백성은 뒷전이 된다.

이에 비해 자주국방을 하면 배타적 독점력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적 권력이 요구된다. 더 큰 외부의 적이 있으므로 내부의 다른 적은 노선상의 차이를 가질 뿐이지 전략적 이해는 같다. 연방파, 국내파, 친미파, 친일파, 친중파 등은 주권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방법론이 다른 것이고 한 번 더 깊이 보면 일종의 역할 분담이다. 하지만 사대에서는 권력을 쥐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이는 세력 다툼이 된다.

사대를 하면 전략이 없다. 자파의 권력 쟁취와 보전만이 목적이지 국가 전체의 생존은 안중에 없다. 국민도 외부의 위협이 생기면 나만 살면 된다는 본능에 따라 피하기 급급하지 대항해 싸우려는 의지는 박약하다.

자주국방을 위한 사명감과 긴장감 등이 없다 보니 절박감이 없다. 심지어 군인들도 자체 신무기 개발 보다는 검증된 외국 제품을 사다 쓸 것을 바란다. 신무기 개발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무기는 자신들의 생명이 위협한다고 본다. 이에 비해 외국 제품은 이미 성능이 입증된 만큼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준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자들도 무기 개발은 비싸고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외국 양산품을 사다 쓰는 게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는 논리를 편다. 국방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횡행하니 중간에 군납 비리가 생기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왜 선진국들은 비쌈에도 지속적으로 신무기를 개발할까? 군인들은 외국 무기를 사오라고 반발하지 않을까? 신무기 개발에는 자신들의 국토나 가상 적국의 상황에 맞춘 연구가 가능하다. 자신들만의 무기를 개발하고 이것이 세계 유일이 되면서 외국에도 수출 길도 열 수 있다. 무기 개발 과정에서 테스트 파일롯 등은 같은 비행사 중에서도 최고로 대우받고,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이들은 우주인이나 혹은 전역 후 민간 회사에서도 컨설턴트 등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선진국이 신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양산품이 아닌 최첨단 제품이 국방력을 지속적으로 보강해주며 그 과정에서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며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등 파생 효과도 크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에게 많은 경각심을 준다. 조선은 어찌 보면 사대가 생존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책이었다. 아사자(餓死者)가 많고 전란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지 못해 방치해 두는 등 물적 토대가 빈약해 제대로 국방을 할 수 없었기에 확실하게 형님을 하나 정해 그 밑에서 평화를 구걸하는 것도 하나의 생존법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 1인당 국민 소득 3만 달러에 가까운 나라에게 사대는 위험한 전략이다. 트럼프 발언처럼, 사대하는 나라가 언제 자신들의 사정을 이유로 관계를 청산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조선과는 비교가 안되는 물리력과 자원을 갖고 있다. 이제는 지킬 것도 동시에 잃을 것도 많다. 이제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은 우리 힘으로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주국방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특히 과학자들은 국가 안보를 위한 연구개발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하고, 기여해야 한다.

이미 이스라엘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자위를 위해 최적에 무기를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수출을 하며 경제적 이득도 얻고 있다. 일본도 막강한 산업력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를 보유하고,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거기에 법적인 정비도 함께 해내고 있으며, 외교도 미국과는 물론이고, 인도, 아시아, 유럽 등과도 생존선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만이 오로지 미국 바라기만 하고 있고 여기에 일부가 새로운 사대 대상으로서의 중국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제는 발상이 달라져야 한다. 친미파, 친중파, 친일파가 상호 배타적인 세력이 아니라 국가 안보란 큰 이해 속에 역할분담을 하는 동지들이고 우리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는 각오 속에 새로운 무기 개발과 국가의 힘을 키우기 위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연구 기계가 아니라 가치 판단을 하면서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움직여야 한다.
 
안보 등은 정치인만의 영역이 아니다. 과학자에게도 엄중히 요구되는 연구 대상이다. AI 등 4차 산업혁명이나 국방 등 과학기술이 국정의 중심이 되는 시기에 있어 과학자들에 요구되는 것은 지식인으로서의 과학자이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인식과 과학자로서의 올바른 역할 설정, 실행이 있으면 과학자들이 그토록 바라는 연구의 자율성도 확보될 것이다. 자율성은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과학자의 진정성이 일반인에게 공감되고, 그 성과가 나올 때 과학자들의 자율성은 확보될 것이다.

트럼프 발언은 잘 활용하면 한국 과학자들이 연구 자율성을 확보할 기회이다. 국방을 더 이상 외국에 아웃소싱하는 시대는 지났고, 강국에 의존하면 된다는 사고는 시대착오이다. 과학자들도 이제는 국제 정세에 관심갖고, 국가의 생존에 대해 지식인의 일원으로 고민해야 한다. 국방은 우리 몫이라고 주체적으로 생각할 때 세상에 없는 연구에 도전할 수 있다. 세상에 없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보를 우리 손으로 해결한다는 사명감은 우리만의 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혼자가 아닌 함께 전략을 논의하며 더욱 시스템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자연히 자율성도 높아진다 할 수 있다. 트럼프 발언을 계기로 사대에서 탈피해 자주국방을 이루고, 그 과정에서 과학자들도 연구 자율성을 확보하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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