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건국 기본부터 인식···"성숙·책임있는 민주시민 길러야"

국부와의 대화 공연 모습. 미국 민속촌격인 콜로니얼 윌리암스버그내 프로그램의 하나로 국부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나와 일반인과 대화한다.<사진=이석봉 기자>
국부와의 대화 공연 모습. 미국 민속촌격인 콜로니얼 윌리암스버그내 프로그램의 하나로 국부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나와 일반인과 대화한다.<사진=이석봉 기자>
국부와의 대화. 거기에 대비되는 또 하나의 대화. 신분상으로는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는 존재인 노예와의 대화.

자신들의 민주주의 전통을 계속 일깨우고, 과거의 아픈 상처를 보듬는 노력들이다. 다름 아닌 미국판 민속촌이라 할 수 있는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에서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국부와의 대화에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분장을 한 배우가 나와 독립전쟁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관객들과 일문일답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독립 전쟁시의 주요 전투와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국부의 입을 통해 들려주며 미국 건국 정신의 토대를 되새기게 한다. 특히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당시의 상황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물론이고 현재의 미국 정치 및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된다.

노예와의 대화는 여자 흑인 노예의 가족사를 전해준다. 남편은 자유 흑인이나 본인은 노예로서 가족들이 하나가 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당시 노예들의 가혹한 노동 조건과 함께 노예제로 가족이 흩어져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부와의 대화와 마찬가지로 노예로 분장한 배우가 관람객들과 문답을 하며 당시의 상황을 전달하고, 자신의 가정사도 들려준다. 백인 관람객 가운데 나이든 사람이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국부와의 대화나 노예와의 대화 모두 1시간의 공연이 끝난 다음에 따로 기념 촬영을 하고, 추가 질의·응답을 하는데 모두가 진지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국부란 존재가 있어서 건국 정신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고, 노예란 과거의 상처를 이제는 극복하고 흑인 배우나 백인 관람객 모두 깊이 서로 포옹하고, 사진도 찍는 모습에서 미국이 가진 건강함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민속촌이라 역사박물관 등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건국의 기초자라 볼 수 있는 해밀턴과 제퍼슨을 다룬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1년 치 표가 다 예매되고, 80달러짜리 표가 1000달러에 매매될 정도로.
(참고자료: http://news.donga.com/3/all/20160305/76829042/1)

노예와의 대화가 끝나고 출연자와 관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노예제란 미국의 아픈 부분을 극복해 담담하게 풀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사진=이석봉 기자>
노예와의 대화가 끝나고 출연자와 관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노예제란 미국의 아픈 부분을 극복해 담담하게 풀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사진=이석봉 기자>
올 연말의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앞서고 있는 공화당과 힐러리로 대표되는 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계속 거론되는 것은 미국의 건국 정신이다.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에서도 보여지지만 미국 사회 전반이 미국이 갖고 있는 기본 가치에 대해서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

미 의사당에서는 미국의 헌법과 기본 정신을 강조하는 상징물과 자료들로 가득하다. 미국 건국의 기본 정신이라고 이들이 말하는 것은 '모든 미국인은 자유롭고 평등하다'(all Americans are free and equal)는 것이다. 영국으로부터의 식민지 생활에 부당함을 느끼며 자유와 평등의 소중함을 안 이들은 이를 목숨과도 바꿀 가치로 여기고 사회 곳곳에 그 상징성을 심어 놓았다.

미 국회 의사당 앞에 있는 가필드 대통령 동상. 노력으로 얼마든지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적 인물이다. 법률가로서 법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고 이것이 번영으로도 연결된다는 법치주의가 동상에서 강조되고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미 국회 의사당 앞에 있는 가필드 대통령 동상. 노력으로 얼마든지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적 인물이다. 법률가로서 법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고 이것이 번영으로도 연결된다는 법치주의가 동상에서 강조되고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미 의사당 전면에는 두 개의 동상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제임스 가필드 제20대 대통령의 동상. 하원의원으로 20년 정도를 보내고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어릴 때 가난하게 살아 운하 노동자로도 일한 바 있고 그런 가운데 학업을 계속해 대학교수도 되고, 남북전쟁 기간에서는 군인으로 전쟁에도 참전했다.

이후 국회의원이 되어 미국의 가치를 보존하고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기억된다. 대통령으로는 취임 4개월 만에 암살로 유명을 달리해 가장 짧게 재임한 대통령이다. 그가 많은 대통령 가운데 국회에 동상이 세워진 이유는 가난하게 태어났으나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미국의 건국 정신에 의해 성공한 사람이란 상징성 때문으로 설명된다.

그의 동상에는 군인과 법률가, 학자란 세 개의 경력이 조각돼 있다. 그 가운데 법과 정의, 번영이란 부분에서는 의사당에서의 입법과 법 앞의 평등, 엄격한 법 적용을 통해 국가의 정의가 구현되고,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부여되며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미국 역사 박물관에서는 기획전으로 자유의 댓가가 전시되고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미국 역사 박물관에서는 기획전으로 자유의 댓가가 전시되고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스미소니안 미국 역사박물관에서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자유의 댓가-부제 전쟁터에서의 미국인'(The Price of Freedom-Americans at War). 미국이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벌인 독립전쟁에서부터 베트남전까지의 기록물이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군복에서부터 2차 세계 대전 때의 군용차량, 베트남전에서의 헬기 등등이 실물로 전시되고 각종 기록물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특히 지난 200여년에 걸쳐 미국의 군인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피를 흘렸다며 프랑스 영국 벨기에 튀니지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묘역을 보여준다.

앨링턴 국립묘지 옆 해병대 기념물에서도 미국인들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의지는 감지된다. 태평양 전투에서 이오지마 섬에 성조기를 세우는 것을 형상화한 조각물 밑에는 1775년 10월 독립전쟁 이래 자신들의 목숨을 국가에 바친 사람들을 기념하며 탑을 세운다고 적혀 있고.

그 이후 해병대가 참가한 전투가 검은색 바탕의 돌에 금색 글씨로 새겨 져 있다. 글씨가 쓰인 부분이 전체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5분의 4는 여백이다.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전쟁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혀진다.

앨링턴 국립묘지에는 유명인들의 무덤이 많다. 꺼지지 않는 불로 유명한 케네디 대통령 일가 묘역이 있고, 왕복 우주선 엔데버호 폭발로 숨진 사람들 묘비도 있다. 그런 가운데 가장 엄숙하고 상징적인 것은 무명용사 탑. 경비병이 상시 배치돼 있으며 그들의 교대식에서는 엄숙함이 전달된다. 이들이 중시하는 것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숨진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영웅으로 대하는 것을 알게 된다.

워싱턴 메모리얼 파크에도 건국의 정신은 각종 상징적 기념물로 살아 숨쉰다. 남북 전쟁으로 오늘날 미국의 토대를 세운 링컨 기념관에서 뾰족한 워싱턴 모뉴망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 왼쪽에는 베트남전, 오른쪽에는 한국전 기념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베트남전에는 주별로 사망자 이름이 새겨 져 있고, 이 명단을 참전군인 동상이 바라보는 구성으로 돼 있다. 한국전에는 19명의 병사가 우비를 입고 사주경계를 하면서 나아가는 모습이 형상화돼 있다.

전진하는 방향의 오른편에는 검은색 화강암을 거울처럼 만들어 19명의 병사가 비친다. 둘을 합치면 38이란 숫자가 나오는데 이는 개전에서 휴전까지의 38개월과 남북 분단의 출발선인 38선을 상징한다.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기념물에 쓰여 있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어귀.<사진=이석봉 기자>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기념물에 쓰여 있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어귀.<사진=이석봉 기자>

선두의 앞에는 추모의 연못이 조성돼 있고 그 주변에는 은색으로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란 문구가 새겨 져 있다.

기념 조형물 유지를 위해 퇴역군인들로 구성된 한국전 추모 재단이 만들어졌는데, 2년마다 화강암을 청소해야 하나 그 자금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삼성은 100만 달러를 2015년 기부한 바 있다.

워싱턴 DC의 중심역인 유니온 역에는 부조가 하나 있다. 이 철도를 만들고 운영하다가 숨진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위싱턴 DC 유니온 역에 있는 부조물. 철도와 관련해 희생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 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여겨진다.<사진=이석봉 기자>
위싱턴 DC 유니온 역에 있는 부조물. 철도와 관련해 희생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 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여겨진다.<사진=이석봉 기자>

미국은 건국 정신을 끊임없이 되새긴다. 동시에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기꺼이 응하고, 이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공동체가 추앙하고 지속적으로 상기한다. 그러기에 다민족, 다인종으로 구성돼 있지만, 미국은 하나의 정체성을 갖고 유지되는 것이다. 트럼프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으나 일시적 돌출 행위로 끝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법조인 출신으로 민주시민 교육에 여생을 바치고 있는 김인섭씨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국가의 영혼과 목표에 해당하는 건국의 역사와 이념, 헌법적 정체성에 기반한 법치주의,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 및 권한과 책임에 대해 끊임없이 가르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건국의 기본부터 제대로 인식하고, 성숙하고 책임있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