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승주 박사 "대학·연구기관·대기업·벤처 고루 갖춘 지역"
아시아 허브 지난해 20개 프로젝트 중 3개 글로벌 파이프라인 포함돼

이승주 박사. 사노피 한국 R&D 사무소 리더 역할을 하며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사진=사노피 제공>
이승주 박사. 사노피 한국 R&D 사무소 리더 역할을 하며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사진=사노피 제공>
"사노피가 한국 R&D센터를 대덕연구단지 안에, KAIST 옆에 마련한 것은 바이오 생태계 조성에 가장 적합한 곳을 찾으며 내린 결정입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신약 커뮤니티를 만들어 각자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고 맥주 한 잔 나누며 토론이 가능한 곳이죠. 같은 비전을 가진 분들의 밀도가 높은 곳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사노피 한국 R&D 연구소의 리더인 이승주 박사는 사노피의 대덕 입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햇살 좋은 봄날 KAIST 정문을 지나 대전시 유성구청 방향으로 500m정도 걸으니 건물 2층 창문에 크지 않은(얼핏보면 지나칠정도) 붉은색 글씨로 사노피(SANOFI)라고 적힌 간판이 보인다.

내부에 들어서니 널찍한 공간에 회의실이 눈에 들어온다. 투명창으로 된 회의실 벽은 이동이 가능한 가변형이다. 바닥은 따뜻하기까지 하다. 소소한 커뮤니티 활동과 내부 회의 공간 등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유연하게 사용하려는 이 박사의 아이디어란다.

사노피는 미국과 프랑스, 독일, 아시아 등 4개 지역에 R&D허브를 두고 있다. 'R&D 2.0' 슬로건 아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R&D에 방점을 두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 허브는 상해와 일본, 한국에 각각 R&D 사무소를 설치하고 간암, B형 간염 등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 연구에 집중한다.

한국 R&D 사무소는 2010년 3월 서울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다음해 KAIST 인근으로 사무소를 옮기게 된다. 성공한 외국의 벤처 생태계 대부분이 주요 대학 인근에 형성돼 왔기 때문이다.  

이승주 박사는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언제든 마음 맞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덕에 거주한 경험도 있지만 이곳은 연구기관, 대학, 대기업, 벤처 등이 고루 갖춰진 최적지다. 걸어서 KAIST에 가고 쉽게 식사 약속을 제안 할 수 있어 돈독한 네트워크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4개의 허브 중 아시아의 규모가 가장 작지만 발표되는 논문이나 벤처 성장 속도를 보면 아시아 허브가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 혁신 신약개발은 어려운 일, 오픈 이노베이션 통한 협력이 최선

지난해 11월 사노피 R&D 사무소에서 열린 혁신신약살롱 모임. 김찬혁 KAIST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사노피 제공>
지난해 11월 사노피 R&D 사무소에서 열린 혁신신약살롱 모임. 김찬혁 KAIST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사노피 제공>
"질환별로 제약사 간 경쟁은 있지만 신약개발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과학자나 의료인의 초심은 각종 질환을 앓는 환자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더 성공률을 높일까 하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이승주 박사는 혁신 신약개발의 주요 요소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조했다.

그가 서울에서 대전으로 한국 R&D 사무소를 옮기고 가장 먼저 한 일도 오픈 이노베이션 환경 구축을 위한 커뮤니티 조성이다. 이승주 박사와 몇몇 마음 맞는 신약개발 연구자들이 모이면서 살롱 모임이 만들어졌다. 대덕의 자생적 신약개발 모임으로 알려진 '혁신신약살롱' 의 시작점이다.

이 박사는 "처음에는 사노피 대전R&D 사무소 공간을 제공하고 해외 학회나 포럼에 다녀온 회원이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혁신신약개발의 흐름을 알수 있도록 했다"면서 "살롱 모임이 가볍게 맥주한잔을 나누는 자리까지 이어지며 같은 비전을 가진 회원 간의 네트워크도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각 개발하고 있는 물질을 모아 스크리닝하고 결과를 스터디하기도 한다"면서 "또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연구를 지속할 것인지, 그만 둘 것인지도 함께 논의하며 연구의 선택과 집중에 서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임 초기에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마인드가 크지 않아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의 필요성과 인식이 확산되며 2012년부터 시작된 혁신신약살롱 모임은 참여 인원이 늘었다. 지금은 대덕의 대표 바이오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

◆ 사노피, 지난해 아시아 허브서 20개 과제 연구 진행  …3개 글로벌 파이프라인 포함

"앞으로 사노피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국 내에 신규 프로젝트가 많이 만들어지고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 한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며 전자산업과 반도체 산업처럼 바이오에서도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고요."

사노피가 한국에 거는 기대는 높다. 사노피는 한국 R&D 사무소에 7명의 연구 등 인력을 두도록 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논문과 연구성과를 실시간 발굴해 더 많은 신규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기 위함이다. 가시적인 성과는 이미 나오고 있다.

이 박사는 "한국에 R&D 인력을 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의 바이오분야 기술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말 아시아 전체에서 20개의 과제를 진행해 3개의 과제가 글로벌 파이프라인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과제에 대덕의 벤처들도 역할을 했다. 올해는 한·중·일 세 국가가 협력해 공동 프로젝트로 간암 치료제  개발에 들어 갈 것이다. 당연히 한국 벤처들도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의 바이오벤처 생태계 조성으로 사노피와 동반 성장 기대

이승주 박사가 신약 관련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오른쪽으로 보이는 투명창은 접이식으로 모임이 있는 날은 이를 접어 넓은 회의실로 사용가능하다.<사진=사노피 제공>
이승주 박사가 신약 관련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오른쪽으로 보이는 투명창은 접이식으로 모임이 있는 날은 이를 접어 넓은 회의실로 사용가능하다.<사진=사노피 제공>
이 박사에 의하면 사노피의 최종 목표는 바이오 벤처와의 동반 성장이다. 이런 목표 하에 사노피는 연구개발과 라이선스 이전에 50대 50의 균형을 유지하며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실적 하락을 겪는 상황에서도 사노피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도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한 결과다.

이 박사는 "지금 출시되는 신제품의 결과는 10~20년전에 투자해 만들어 낸 결과다. 신약은 절대 단기에 성과를 낼수 없고 오래 걸리는 만큼 회사에서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지금 우리의 역할은 앞으로 15~20년 뒤에 제공할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개발 중인 신약의 효율을 위한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환자에게 꼭 필요한 신약을 개발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정보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면서 "또 중개 연구와 4대 허브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환자들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 박사는 한국의 바이오 벤처 활성화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한국은 기초연구 규모에 비해 바이오 벤처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진단하며 "신약개발은 기초연구자, 정부, 투자자(VC)의 역할과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바이오 벤처 활성화를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오 스타트업이 언제든 몸만가서 실험 할수 있는 인큐베이터도 필요한데 한국은 열악한 편"이라고 지적하며 "뛰어난 성과는 VC의 투자를 받고 또 다시 성과로 이어지며 바이오 벤처 생태계가 구축되고 선순환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박사는 "새로 뜨는 신약 플랫폼은 벤처들이 주도한다. 때문에 바이오벤처 생태계 조성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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