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글로벌 바이오기업②]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으로 일본시장 개척
오원일 연구개발본부장, "치열한 경쟁 서막 오르고 있다…꼭 세계시장 선점할 것"

메디포스트 연구원이 카티스템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메디포스트 제공>
메디포스트 연구원이 카티스템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메디포스트 제공>
 

[편집자 주] 3세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열리고 있다.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로 대표되는 3세대 바이오의약품은 난치성 질환이나 치료효과가 미미했던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최근 '바이오 미래전략'의 핵심사업으로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을 추진하며 전 세계적으로 태동기를 맞고 있는 해당 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사업에 참여하는 줄기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개발 바이오기업을 찾아 연구 목표와 개발 역량, 기술의 우수성 등을 살펴보고 성공을 위한 힘찬 움직임을 중계한다. ①제넥신, ②메디포스트, ③코오롱생명과학, ④신라젠 등의 순.

국내에 '벤처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지만 바이오분야에서는 2000년대 중반에 상장한 기업들을 1세대로 본다. 당시 외환위기 이후 IT벤처붐마저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태였으나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기술력과 장기간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분야에서의 창업은 그때야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메디포스트 건물 전경 <사진=메디포스트 제공>
메디포스트 건물 전경 <사진=메디포스트 제공>
2000년 6월, 삼성서울병원 의사 출신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설립, 2005년 상장한 메디포스트(대표 양윤선)는 척박한 바이오벤처 생태계에서 성공적으로 발전한 1세대의 대표주자이자 성공모델이다. 메디포스트는 출산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젊은 세대들에게 '국내 점유율 1위 제대혈은행'으로 익숙하고, 무릎이 안 좋은 고령층 사이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CARTISTEM)'의 제조사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벤처회사들 중 드물게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만큼 메디포스트는 판교 테크노밸리의 즐비한 IT기업 사옥들 사이에 당당히 고층건물을 짓고 후발기업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업계에서는 무엇보다 메디포스트가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용화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것을 가장 큰 공과(功課)로 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시판 중인 총 5종의 줄기세포 치료제 중 4종이 우리나라 회사의 개발품인데 그 중 메디포스트가 11년의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끝에 출시한 카티스템은 세계 최초로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즉 타인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제조한 상품성 높은 제품이다. 퇴행성 또는 반복적 외상에 의한 무릎 연골 결손 시 카티스템을 주입하면 연골을 재생시켜 준다. 카티스템은 2012년 5월 출시 이후 판매량이 매년 평균 45%씩 성장, 올해 3월 기준 누적투여량이 3500 바이알(vial:주사용 유리용기 단위)을 넘었다. 3000여명의 환자들이 임상을 포함해 10년 넘게 부작용 없이 탁월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성과다.

메디포스트의 제대혈은행 <사진=메디포스트 제공>
메디포스트의 제대혈은행 <사진=메디포스트 제공>
지난해 정부는 바이오 미래전략의 핵심사업인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에 4개 참여기업을 선정했는데, 그 중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에선 유일하게 메디포스트가 선정된 데는 풍부한 임상성과가 큰 몫을 했다. 글로벌 라이선싱아웃(Licensing-out)을 목표로 하는 유전자치료제 분야와 달리 메디포스트는 일본에서 카티스템의 품목허가(조건부)를 받아 직접 출시하는 것이 목표인데 성공 여부에 따라 동종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이번 과제의 총괄책임자인 오원일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을 만나 사업과 관련한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의사 출신인 오 본부장은 카티스템 개발의 주역이자 메디포스트 R&D의 핵심역할을 맡고 있다.

◆ "일본은 글로벌 확대진입 교두보…2025년 1억 달러 수출효과 기대"

오원일 본부장 <사진=정윤하 기자>
오원일 본부장 <사진=정윤하 기자>
"지금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는 굉장히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출시되어 있는 제품의 숫자는 적지만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실시된 임상연구가 마무리 되며 2~3년 내에 백 여 개의 제품이 봇물처럼 출시될 것입니다. 지금 잠깐의 틈을 이용해 빠른 시간 내에 해외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오원일 본부장은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던 일본도 지난 2013년 재생의료법을 입안하고 조기 조건부 품목허가 등 신속허가 제도를 마련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메디포스트는 카티스템의 일본 진출에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포스트는 2001년 제대혈 보관 신뢰성 논란, 2005년 황우석 박사 사건 등 외부환경적 위기를 여러 번 극복했다. 식약처의 품목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시술 행위코드 마련 등 제도적인 기준도 묵묵히 맞춰나갔다. '최초'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고생 끝에 카티스템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인 메디포스트는 줄곧 해외 진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해외 주요국에 조성물 및 줄기세포 활성 물질 특허 등록은 완료됐고, 제품도 벌써 5개국에 진출이 진행 중이다. 미국에선 2011년 FDA에 임상 허가를 받아 이미 임상 1, 2상을 모두 완료하고 환자 예후를 추적조사하고 있으며, 홍콩에서는 무임상 조건부 판매허가를 받았다. 호주와 인도에는 라이선싱아웃 계약을 맺었고, 중국에는 현지 제약법인과 JVC(Joint Venture Capital:합작투자회사)를 설립했다.

해외진출에서 이미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메디포스트에게, 또 국내 제약회사들에게 일본진출은 남다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독자적인 신약제품 출시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초기개발에 들였던 노력과 투자 등을 생각하면 국내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제품출시가 좋지만, 라이언싱아웃이 현실적이죠. 임상3상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에서 만든 의약품이 선진시장에 정착한 것이 없는데, 일본시장에 진출했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원일 본부장에 따르면, 일본시장은 미국과 유럽 등을 포함한 글로벌 대표 의약품 시장에서 약 20%의 규모로 45세 이상의 잠재적 골관절염(Symptomatic OA) 환자수가 약 980만 명으로 파악된다. 일본시장 진출은 단순히 개척의 의의보다 경제적 이득이 훨씬 더 크다.

오 본부장은 "일본시장 진출에 성공하면 2025년까지 1억 달러의 수출효과가 기대된다"며 "또 일본과 호주의 품목허가를 참조로 하는 신흥시장과 국가를 대상으로 직수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카티스템이 이미 한국에서 허가 받아 시판을 통해 3000명이 넘는 환자들이 부작용 없이 치료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 등 해외에 진출할 때 이러한 사례가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현재 메디포스트는 우리나라 식약처에 해당하는 일본 식약청(PMDA)과 상담하며 현지 임상 진행 및 허가 취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1차년도 안에 임상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 차세대줄기세포치료제 기술 적용 '스멉셀' 파이프라인 개발…"상업화 앞당길 것"

메디포스트는 이번에 2가지 세부과제로 사업을 진행한다. 카티스템의 일본 품목허가가 첫째고, 다른 하나는 '스멉셀(SMUP-Cell)' 플랫폼 구축이다. 스멉셀은 고효능 줄기세포를 선별, 특성 유지 배양법을 적용해 효율적으로 대량생산을 하는 플랫폼을 지칭하는 것으로 기존 줄기세포치료제의 상업화 제한요소로 꼽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술이다.

"줄기세포를 상업화하는데 가장 큰 제약은 높은 생산원가입니다. 이유는 줄기세포를 현재 수작업으로 배양하고 있기 때문이죠. 수작업 배양은 대량생산이 어렵고 공정 표준화에 한계가 있습니다. 또 살아있는 세포다 보니 유효기간도 짧고 운송과 보관 조건이 까다로워 글로벌시장 진입 시 반드시 현지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생산전문기업)를 필요로 하는데, CMO를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비용도 상승합니다."

메디포스트는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줄기세포 분리 및 배양기술을 갖고 있으며 일부 기술은 특허도 보유 중이다. 유통환경이 좋은 국내에서는 현재처럼 치료제를 생산하는데 큰 제약은 없으나 줄기세포치료제로 글로벌의약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산플랫폼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스멉셀.

오 본부장은 "줄기세포를 분리할 때 아주 작은 크기에 우수한 성능을 가진 그룹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해당 줄기세포를 원심분리법으로 선별한 후 이들이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배양법과 자동배양 시스템을 통해 높은 품질의 냉동재형 줄기세포치료제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일련의 생산공정에 맞게 장비를 구축(setup)하는데 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이번 과제에서는 스멉셀 기술을 난치성 질환 파이프라인에 적용해 검증하고 특성을 규명하는 과정도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 전경. 줄기세포 분리 및 배양에 대해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다. <사진=메디포스트 제공>
연구소 전경. 줄기세포 분리 및 배양에 대해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다. <사진=메디포스트 제공>
메디포스트는 서울아산병원 및 중앙대학교병원과 ▲주사형 퇴행성 관절염치료제 ▲당뇨병성신증치료제 ▲탈모치료제 등 3개 파이프라인의 치료기전 규명과 중개연구를 진행하며, 울산대학교와 스멉셀의 후생유전체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오원일 본부장은 줄기세포치료제 분야에서 정부의 R&D지원을 강조했다. 오 본부장은 "기업이 독자적인 자금 여력만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며 "초기 개발에 있어 정부의 R&D지원이 이루어지면 외국제약회사에 더 이득이 되는 글로벌 라이선싱아웃 대신 실제 의약품 수출을 통해 국내 경제에 보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재생의료법처럼 국내에서도 기존의 치료법으로 효과를 볼 수 없는 난치성질환에 대한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조기 조건부 허가 등 보다 유연한 허가제도가 도입되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메디포스트는 차세대 줄기세포 기술 개발과 이를 활용한 신약 연구로 국가 경쟁력 확보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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