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아카데미⑤]日과학자들 대표기관 'SCJ'···정부에게 조언·대안 제시
"세계 당면 과제, 과기한림원과 해결방안 찾고 싶어"

[편집자 주]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 중 하나가 국경을 뛰어넘는 '오픈사이언스(Open Science)'입니다. 또 우리가 염원하고 있는 노벨상을 위해선 뛰어난 연구성과에 더해 해외 석학들과의 교류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덕넷은 국내 대표 석학단체 중의 하나로서 해외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해외 학술기구들의 운영 현황과 비전, 교류 활동 등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한국의 국제교류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고자 합니다.

일본학술회의 전경 <출처=위키피디아>
일본학술회의 전경 <출처=위키피디아>
"일본은 ICT의 힘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초스마트 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내걸고 인공지능(AI)의 기반 기술 강화를 과제로 채택했다. 세계에서 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같은 아시아 지역의 국가로서 한국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
(오오니시 타카시(大西 隆)일본학술회의 회장)

일본 동경에 위치한 일본학술회의(Science Council of Japan, SCJ)는 과학이 국가의 모토라는 확신 아래 행정, 산업, 국민생활에 과학을 깊게 뿌리내리기 위해 1949년 설립됐다.

일본의 인문사회과학, 생명과학, 물리·공학 전 분야의 84만 명의 과학자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제휴회원 2000여명 중 현역에서 활동하는 210명의 회원을 선발해 임기제로 활동한다. 현재 오오니시 타카시(大西 隆) 회장을 중심으로 3명의 부회장 등이 22기 회원으로 활동 중에 있다. 210명의 회원은 연 2회(4월, 10월) 총회를 개최하며, 매월 간사회를 개최해 일본학술회의를 운영한다.

일본에는 120년 전통의 일본학사원 등 다른 과학기술분야의 학술 기관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일본학술회의는 현역 과학자가 모인 전문가집단으로 정부나 사회에 제언을 실시하기 위한 심의 기관으로 활동한다.

예로 일본학사원은 학술적 현저한 공적을 올린 명예로운 과학자를 우대하기 위한 기관이며, 정부의 종합과학기술혁신회의는 과학기술정책 사령탑으로 하향식으로 정책 형성을 직접 담당한다. 반면 일본학술회의는 정부에서 독립된 입장이기 때문에 넓은 과학자의 지견을 바텀업(bottom-up)하는 등 정부나 사회에 조언을 제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국제적인 활동 ▲과학자 간 네트워크 구축 ▲과학의 역할에 대한 여론 계발 등 과학에 관한 연구와 능률화 실현 과학관련 중요사항을 심의하고 실현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정부도 일본학술회의의 연구내용을 적극 받아들인다. 종합과학기술이노베이션 회의에 일본학술회의 회장이 참가해 의견을 말하는 등 일본 학술회의의 제언이 정부 정책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서로 제휴하고 있다.

실제로 오오니시 회장은 2013년과 2015년 과학기술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현안을 바탕으로 공동선언문을 일본 아베신조 총리에게 직접 전달한 바 있다.

최근 일본학술회의는 오는 5월 말 일본에서 개최되는 G7정상회의에서 발표하기 위한 공동선언문 작성과 채택을 위해 각국의 과학기술계 지혜를 결집시키는 완벽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지난 2월 G7 참가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한림원 대표 40여명을 초청해 G7정상회의 발표 공동선언문 채택을 위한 'G-Science Academies Meeting(G-사이언스 학술회의)'를 개최한 것.

해당 회의에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표단도 참석해 범세계적 과학계 현안에 대한 상황분석과 공동선언문 작성에 일조했다. 뇌 과학과 정신건강, 재난위험감소, 공공을 위한 과학자의 성장을 주제한 현안을 담은 이 선언문은 G7정상회의에서 최종 공개된다.

◆ "SCJ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과학계 현안 의견, 총리 전달"
[인터뷰]오오니시 타카시(大西 隆)일본학술회의 회장

오오니시 타카시 일본학술회의 회장.<사진=SCJ>
오오니시 타카시 일본학술회의 회장.<사진=SCJ>
Q. SCJ의 설립 목적과 배경, 주요 사업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 달라.

A. SCJ는 일본의 과학자의 대표 기관으로서 과학의 향상 발달을 도모하는 행정, 산업 및 국민생활에 과학을 깊게 뿌리내리는 것을 목적으로 1949년 설립됐다. 일본의 약 84만 명의 과학자 대표 기관으로, 인문, 사회과학계, 생명과학계, 물리·공학 계열의 각 분야에 걸친 210명의 회원과 약 2,000명의 제휴 회원으로 조직되어 폭넓고 종합적인 지식을 통해 다양한 사회의 중요 과제에 임하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 정부 사회에 대한 제언 활동, 각국 아카데미로 교류 등의 국제적 활동, 과학의 역할에 대한 보급·계발, 과학자 간 네트워크 구축을 하고 있다.

Q. SCJ는 대규모 연구계획과 연계한 대형연구시설 구축 로드맵을 수립해 생명과학, 에너지 환경 지구과학, 물질 분석과학, 생물과학 공학, 우주공간과학, 정보인프라, 인문사회과학 등 7대 연구 분야 43개 구축계획을 종합화했다. SCJ는 정책에 대한 조언이 아니라 실제 과학기술 정책 수립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가?

A. SCJ는 정부에서 독립한 입장에 서서 끝까지 학술적 견해를 정부에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부의 과학 기술 정책 마련을 직접 담당하지는 않는다.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가지고 많은 과학자의 의견을 집약해 만든 대형연구프로젝트 내용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책정했는데, 문부과학성에서 학술 연구 대형 프로젝트의 추진에 관한 기본 구상인 '로드맵'을 책정할 때 우리의 연구내용을 참고하고 있다.

Q. 오는 5월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전달 및 발표할 공동선언문 작성과 채택을 위해 지난 2월 세계 각국을 초청해 G-사이언스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각국의 지혜를 결집하고 좋은 제안서를 만드는 완벽한 준비와 리더십이 한국대표들에게 깊은 감명을 남겼다. 그러한 노하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A. 그렇게 말해주니 영광이다. 2005년에 시작된 G-사이언스 학술회의의 활동은 이번이 11번째이며 일본이 주최하는 것은 2번째이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G사이언스 학술회의 활동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 회합을 개최, 공동 성명을 만들 수 있었다. 이는 참여한 아카데미의 협력과 조언이 있어서 가능했다. 참여해준 많은 아카데미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Q. 공동선언문에 두뇌, 재난, 과학자 육성 등의 주제가 선정되었고, 실행방안 내용도 모두 잘 구성돼있다. 공동선언문이 실효성과 영향력을 가지기 위한 방안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A. SCJ는 과학기술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현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동선언문을 직접 아베신조 총리에게 직접 제출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아카데미도 각국 정상에게 공동선언문이 전달되기를 바랬고,  같은 시간에 공동선언문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G7과학기술장관 회의가 개최되기 전 공동성명을 위해 각국의 과학기술인들이 모여 의견을 모은 것은 이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G7과학기술장관 회의에는 과학기술 정책 담당 고위관계자가 참석한다. 각국 정상이 모인가운데 공동성명이 각국 정상들에게 제출됨으로써 실효성과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Q. SCJ는 지난해 7월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경시가 대학교육 전체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과학자 대표기관이 인문사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인문사회 분야와의 융합을 위한 활동도 진행하는가?

A. 우리는 생명과학분야, 이학, 공학분야 이외에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포함한 다방면에 걸친 전문 영역의 과학자들이 활동 중이다. 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참조기준을 작성하고 공표한바 있으며, 인구 감소 사회와 국가 재정의 재건 필요성 등 인문사회과학분야에 대해 일본학술회의의 전문가와 협력하고 검토하고 있다.

Q. 한국과학기술계는 최근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치러져 인공 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의 과학 기술계의 화제는 무엇인가?

A. 일본은 올해 1월 정부가 책정한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ICT의 힘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초스마트 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내걸고 인공 지능(AI)의 기반 기술 강화를 과제로 채택했다. 또 IoT, 로봇, 재생 의료, 뇌 과학과 같은 인간의 생활뿐만 아니라 인간의 자세 그 자체에도 큰 영향을 주는 새로운 과학 기술의 진전이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 게놈 편집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수정의 윤리적인 과제가 문제가 되고 있다. 게놈 편집 기술은 기초 연구 분야가 아니고는 안 되는 기술이지만 명확한 규칙이 없어서 일본학술회의에서도 논의를 시작했다. 앞으로 게놈 편집 기술에 관한 연구 지침의 책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Q. 지난 2001년 이후 일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국가가 됐다. 수상배경으로 일본의 장기적 투자와 해외 네트워크 등을 주로 꼽는다. SCJ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그동안의 연구 환경의 정비와 인재 육성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의 연구 개발 투자가 주춤해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일본의 과학 연구가 계속 성과를 이어가고 나가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나 위험이 큰 연구 등 다양한 기초 연구의 싹을 틔워주는 것, 독창적이고 다양한 신진 연구자 육성, 해외로 나가는 연구자에게의 지원과 외국인 연구자의 수용에 힘을 넣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글로벌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장기 불황과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과학 기술 투자와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올해 1월 일본정부가 책정한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도 기술되어 있지만 사회·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 국제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에서 경쟁, 협조하고 모든 주체가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업·대학·공적 연구 기관에 편중되어 있는 인재, 기술, 자금을 조직을 넘어 순환시키는 오픈 이노베이션 강화, 대학의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운영을 위한 자금 개혁 등이 필요하다.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 이노베이션을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며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경제·사회적 영향을 중시한 연구 개발 도전을 촉구하는 대응도 필요하다.

Q. 일본과 한국 과학기술 협력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에서의 선진국으로서 새로운 과학 기술과 이노베이션을 통한 사회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에너지와 환경 문제 등 여러 과제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학술회의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MoU을 체결하고 있지만 여러 과제에 대한 학술의 관점에서 적절한 조언을 하고자, 서로 가진 식견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G사이언스 학술회의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참가하게 생각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Q.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아시아 과학 한림원 연합회(AASSA)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 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지도력 향상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고 싶다.

A.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사무국을 맡은 AASSA의 활동이 최근 무척 활발해지고 있어서 일본학술회의 입장에서 배울 것이 많다. 또 한국은 OECD등 여러 국제기구와도 연계해 활동하는 등 국제적 위상도 높다. 한국은 이미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과학기술분야 등 세계에서 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같은 아시아 지역의 국가로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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