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용 교수팀, 빌리루빈 기반 항염증 나노의약품 개발
난치성 염증질환 치료 실마리 제시

빌리루빈이라 불리는 생리활성물질 기반 100나노미터 크기 나노입자로 이뤄진 약품 개발이 성공함에 따라 만성·급성 난치성 염증질환 치료의 가능성이 제시됐다. 

KAIST(총장 강성모)는 전상용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신체 내부의 항산화물질을 이용한 새로운 항염증 나노의약품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많은 나노소재들이 질병 진단과 치료용 나노의약품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약품들은 인공소재로 이뤄져 생분해성이나 생체적합성이 낮다. 이러한 약품들이 신체에 장기간 남을 경우 잠재적인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임상적용이 되는 예는 소수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인간 신체에 존재하는 황산화·면역조절 물질인 빌리루빈을 이용했다.

빌리루빈은 노란색 담즙 색소로서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황달의 원인이 돼 필요 없는 물질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빌리루빈의 혈중 농도가 다소 높으면 심혈관 질환이나 암 발병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빌리루빈은 여러 활성산소들을 제거하고 염증과 관련된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등의 기능을 해 세포와 조직을 보호한다는 사실이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그러나 물에 거의 녹지 않는 특성 때문에 빌리루빈이 실제 치료에 적용하지 못했다.

전 교수 연구팀은 물에 거의 녹지 않는 특성 때문에 실제 치료에 적용되지 못했던 빌리루빈에 초 친수성 고분자인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을 결합한 ‘페길화된 빌리루빈’을 합성해 약 100나노미터 직경을 갖는 빌리루빈 나노입자로 재탄생시켰다.

개발된 입자는 항산화와 항염증 효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체에 축적되지 않고 배설돼 빌리루빈의 장점만 갖는 나노의약품이 됐다.

연구팀은 실험쥐를 활용한 대장염 실험에서 부작용이 발생되지 않고 높은 수준의 항염증 효과가 달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빌리루빈 나노입자가 대장염 모델 외에도 허혈성 간질환, 천식, 췌장소도세포 이식 동물 모델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여 향후 범용 항염증 나노의약품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교수는 “향후 국내외 연구진들과 전임상 및 임상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며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염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나노의약품을 개발해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글로벌연구실과 KAIST 시스템헬스케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분야 저명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지난 4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고용량의 빌리루빈 나노의약품을 정맥주사했을 때 부작용이 없음을 나타내는 결과.<사진=KAIST 제공>
고용량의 빌리루빈 나노의약품을 정맥주사했을 때 부작용이 없음을 나타내는 결과.<사진=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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