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20일 본원서 세계 측정의 날 기념 심포지엄 개최···300여명 참석
측정 과학기술 유공자 대상 시상식도 진행···미래부 장관상 등 수여  

세계측정의 날 기념식이 지난 20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술지원동에서 열렸다.<사진=박은희 기자>
세계측정의 날 기념식이 지난 20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술지원동에서 열렸다.<사진=박은희 기자>
"제4차 산업혁명은 인류역사 최대의 혁명입니다. 향후 20년 동안 지난 200년 보다 더 격심한 변화를 맞게 될 것입니다. AI가 무장한 디지털 제국주의는 10년 안에 우리나라를 뒤덮을 것입니다. 산업혁명은 거대한 위험이자 기회입니다. 위대한 성찰과 담대한 도전이 필요합니다."

세계 측정의 날을 맞아 지난 20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마련된 심포지엄에서는 급변하는 미래에 대비한 표준측정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세계 측정의 날(WMD)은 국제도량형 총회(DGPM)에서 정한 날로 1875년 5월 20일 국제 미터협약이 체결된 날에서 유래됐다. 표준연은 측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관련 국제기구 및 국가측정표준기관과 함께 매년 기념식과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데 올해는 '역동적인 세계와 측정'에 무게를 뒀다. 

또 기념식에서는 측정과학 유공자들을 대상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상 표창식이 진행됐다. 

심포지엄에서는 '몰려오는 제4차 산업혁명'(하원규 ETRI 책임연구원), '양자정보·양자측정 및 미래의 측정학'(최상경 표준연 책임연구원), '의료영상 측정 및 정량화와 스마트 헬스'(김희중 연세대 교수)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이 펼쳐졌다. 

박현민 부원장은 "세계 측정의 날은 세계가 공통된 단위의 기준을 갖게 된 의미 있는 날"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국내외 측정관계자들이 모여 서로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고 측정표준의 중요성을 상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I 미래 대비 정책 마련돼야"···표준측정 중요성 부각  

첫 발제자로 나선 하원규 ETRI 초빙연구원은 '밀려오는 제4차 산업혁명 그리고 우리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전략 프레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박사는 "만물인터넷과 인공지능(AI)가 융합되면서 4차 산업혁명을 불러오고 있다. 이는 총체적인 생활양식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제도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 박사는 4년여 전만 해도 AI는 전문가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단언했다. 그는 "AI가 한없이 강력해 지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의 수백 배의 영향을 줄 것"이라며 "4차 혁명은 인류역사 최대의 혁명으로 향후 20년 동안 지난 200년 보다 격심한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개념을 '생각하는 디지털 만물혁명'으로 정의했다. 기존의 IT 시스템이 '인간이 구축한 시스템'을 토대로 구현됐다면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한 인공지능은 스스로 생각하며 시스템을 완성해 간다는 것. 

이런 상황에 따라 선진국들은 국가과제로 대비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독일은 인더스터리 4.0 궁극의 제조업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민관 협력으로 제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 

미국은 스마트 클라우드 모델을 제시.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클라우드에 정보를 넣고 있다. 일본도 로봇 혁명 신전략으로 일본형 산업혁명 모델을 디자인하기 위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정책과 제도는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하 박사. 그는 "지난해 'K-ICT 초연결지능망 발전전략'을 발표했지만 2020년까지 유효한 단기 계획에 불과하다. 2020년을 넘어 2030년 이후도 제시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4차 혁명은 거대한 위험이자 기회이다. AI가 무장한 디지털 제국주의는 10년 안에 우리나라를 뒤덮을 것이다. 위대한 성찰과 담대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원규 ETRI 초빙연구원이 '밀려오는 제4차 산업혁명 그리고 우리의 선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하원규 ETRI 초빙연구원이 '밀려오는 제4차 산업혁명 그리고 우리의 선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최상경 표준연 박사는 '양자정보, 양자측정, 미래의 측정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양자물리학의 개념부터 설명한 최 박사는 "과학자 슈뢰딩거가 제시한 가상 실험은 독약 살포 장치와 고양이가 들어 있는 상자를 가정한다. 독약이 언제 퍼져서 고양이가 죽을지 모른다. 현실에서 고양이의 생사 확률은 50%지만 양자물리에서는 확률 개념은 다르다. 상자 속 고양이는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 있는 것도 아닌 중첩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세대 측정은 양자물리를 기반으로 하며, 양자측정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60년 제11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국제단위계'라는 명칭과 그 약칭 'SI'를 채택 결정했다. 이 단위계의 명칭은 각 나라의 언어에 따라 다르지만 그 약칭 SI는 세계 공통이 있다"며 "현재 SI 기본단위는 미터(m), 킬로그램(kg), 초(s), 암페어(A), 켈빈(K), 몰(mol), 칸델라(cd) 등 7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행 SI 기본단위들이 갖는 문제점들이 있다. 이에 5년 전부터 재정의 논의가 나왔고, 자연 상수를 기반으로 한 SI 재정의 제안됐다"며 "이에 표준연은 물리법칙 및 표준 체계 일치성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의 측정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자연 상수를 기반으로 한 측정 단위와 함께 일부는 양자측정을 기반으로 측정체계가 마련될 것"이라며 "양자정보 개념 도입은 아직 먼 미래가 될지 모르지만 한계가 어디인지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자정보와 측정이 미래 사회의 빅데이터 검색, 신약 및 신소재 설계, 인공지능 등에 활용 될 수 있다"며 "양자네트워크 등의 발달로 디지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중 연세대 교수는 디지털 의료 정보시대에 따른 의료정보 데이터 표준환, 전문인력, 법, 제도 등이 빠른 시일 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영상 측정 및 정량화와 스마트 헬스'를 주제로 발표한 김 교수는 "어떻게 컴퓨터가 의료를 하느냐고 반박하던 의료계가 최근엔 의사 알파고 연구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며 "다국적 기업들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액션을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가 밝히는 국내 보건의료의 현실은 ICT 역량이나 EMR 정보화 수준은 높은 반면 표준화, 전문인력, 법, 제도 등은 미흡하다. 

그는 "우리나라가 IT 강점을 잘 활용했다. 지난 10년 동안 IT와 의료 접목을 시도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새로운 시도도 많았기에 대형병원부터 보건소까지 의료 생태계가 디지털로 바뀌었다"며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AI에 대한 대비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AI 시대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표준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는 것. 그는 "의료와 관련한 빅데이터가 쏟아져 나온다. 이를 신산업 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밑바닥은 표준에 있다. 눈에 보이는 표준은 물론 보이지 않는 표준까지도 맞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 기기의 제조사,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에 따라 값이 다르다. 빅데이터가 넘쳐나도 정량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는 의료영상 정량화에 취약하다"며 "예산도 전문가도 없다. 정책마저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제화는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우리도 빠른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최상경 표준연 박사가 양자정보와 측정이 미래 사회에 중요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최상경 표준연 박사가 양자정보와 측정이 미래 사회에 중요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김희중 연세대 교수는 디지털 의료 정보시대에 따른 의료정보 데이터 표준화, 전문인력, 법 등의 필요성을 피력했다.<사진=박은희 기자>
김희중 연세대 교수는 디지털 의료 정보시대에 따른 의료정보 데이터 표준화, 전문인력, 법 등의 필요성을 피력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세계 측정의 날을 맞아 수상한 측정과학기술 유공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세계 측정의 날을 맞아 수상한 측정과학기술 유공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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