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글로벌 바이오기업④]신라젠 "전 세계 20여 개국서 임상 3상···국가적 공헌 목표"
혁신적 항암제 '펙사벡' 글로벌 임상3상 추진


신라젠 연구실 전경 <사진제공=신라젠>
신라젠 연구실 전경 <사진제공=신라젠>
 

[편집자 주] 3세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열리고 있다.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로 대표되는 3세대 바이오의약품은 난치성 질환이나 치료효과가 미미했던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최근 '바이오 미래전략'의 핵심사업으로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을 추진하며 전 세계적으로 태동기를 맞고 있는 해당 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사업에 참여하는 줄기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개발 바이오기업을 찾아 연구 목표와 개발 역량, 기술의 우수성 등을 살펴보고 성공을 위한 힘찬 움직임을 중계한다. ①제넥신, ②메디포스트, ③코오롱생명과학, ④신라젠 등의 순.

우리 몸의 세포들 중 기능을 다하거나 손상된 것들은 사멸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몸 안에 자리 잡아 비정상적으로 증식 활동을 이어가는 세포덩어리가 있다. 이들은 주변의 정상세포를 파괴하고, 몸 안의 에너지를 독식하며, 혈액을 타고 다른 장기로 이동해 증식을 지속, 결국 생명체를 잠식해 버린다.

이러한 비정상 세포로 인한 질환을 통칭해서 '암'이라 하는데, 높아지는 발병률에 비해 확실하고 부작용 적은 치료법의 개발은 더뎌 아직까지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암의 무한증식하는 성질과 비슷한 특성 가진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연구가 급진전을 보이며, 학계 및 제약업계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까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1998년 캐나다 캘거리대학(University of Calgary) 연구팀이 바이러스가 정상세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감염시켜 사멸시키고 억제할 수 있다는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밝혀낸 이후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에는 바이러스의 우수한 항암 효과와 작용기전에 관한 논문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유전자치료제 관련해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질환은 암이다. 2014년 6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유전자치료제 임상시험 중 암 질환 관련 치료제 개발이 약 64%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항암 유전자치료제는 환자 수요가 크고 아직까지 시판된 제품이 없어 개발에 성공할 경우 시장 선점의 가능성이 높아 치열한 연구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국내에서는 신라젠(대표 문은상)이 개발 중인 간암 전신치료제 '펙사벡(JX-594)'이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의 매체와 학술지에 비중 있게 소개되며 항암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 면역 치료제 시장을 이끌어갈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펙사벡은 임상시험에서 진행성 간암 환자 대상으로 다수의 부분관해(PR) 및 완전관해(CR)를 확인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글로벌(다국가)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현재 미국 환자 3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10명의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으며, 2018년까지 전 세계 21개국 140여개 병원에서 600명의 진행성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한다. 국내에서도 4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임상3상 개시 허가를 받아 하반기부터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13개 병원에서 환자 등록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제 막 창립 10주년이 지난 벤처회사에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는 도전에 나선 것. 이는 국내바이오산업계 전체에도 의미가 있는 새로운 역사다. 

이번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 연구과제의 총괄책임을 맡은 지성권 부사장을 만나 신라젠의 기술력과 향후 계획, 포부 등을 들어봤다. 지성권 부사장은 부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출신으로 부산대 기술지주회사(주)의 초대 대표이사를 역임한 기술경영 전문가다. 현재 신라젠에서 연구개발 및 사업화 전략을 책임지고 있다.

◆ 펙사벡, 암세포만 선택해 바이러스 증식…종양용해 및 종양혈관 폐쇄 효과

지성권 부사장은 부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출신으로 부산대 기술지주회사(주)의 초대 대표이사를 역임한 기술경영 전문가다 <사진=정윤하 기자>
지성권 부사장은 부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출신으로 부산대 기술지주회사(주)의 초대 대표이사를 역임한 기술경영 전문가다 <사진=정윤하 기자>
"펙사벡 개발을 시작했을 때는 혈관투여나 경구투여 등으로 간암을 치료하는 전신치료제가 없었습니다. 현재는 소라페닙(상품명 : 넥사바)이라는 제품이 출시되었는데 약 3개월 정도 생명연장의 효과가 있는 반면 손발이 부르트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어 환자들이 오래 복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펙사벡은 말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2상에서 평균 14.1개월이란 높은 생존율을 확인했습니다. 부작용이라고 볼 만 한 건 해열제로 통제 가능한 수준의 발열 반응만 있어 간암치료제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성권 부사장은 "수차례의 임상시험을 통해 다양한 암에서의 치료 효과를 확인했지만 간암 분야가 가장 시장경쟁력이 뛰어났다"며 "경쟁약물이 매우 적기 때문에 상품 출시 후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40~50대 남성의 사망원인 1위는 수년째 간암이다. 간은 절반 이상이 질병에 걸려도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되었을 때는 간 기능이 많이 저하된 상태다. 그만큼 무서운 질병으로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진단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발견 이후에 치료가 쉽지 않은 질병이다.

때문에 천연두 백신으로 사용했던 백시니아 바이러스(Vaccinia Virus)의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우수한 임상시험결과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등 저명 학술지에 발표되자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

지성권 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펙사벡의 작용기전은 크게 3가지다. 먼저 펙사벡은 정상세포에서는 바이러스가 증식되지 않고 TK(Thymidine Kinase 티미딘 키나제 : DNA합성과정에 필요한 효소)를 다량 함유한 암세포에서만 바이러스가 활발히 증식, 종양을 사멸시킨다.

또 펙사벡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감염시켜 직접적으로 용해시킨 후에 감춰져있던 항원이 드러나면,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는 인자(GM-CSFGranulocyte macrophage colony-stimulating factor : 자가유래 과립세포-대식세포 집락자극인자)들이 T세포의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킨다. 암이 근본적으로 치료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증식된 암세포들에 가려 항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이러한 '지연된 면역반응'은 암의 치료를 가능케 한다.

마지막으로 펙사벡은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폐쇄, 증식 및 전이를 막는다.

지성권 부사장은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오랜 연구 및 임상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바이러스이고, 대형 바이러스 중의 하나로 다수의 전이유전자를 삽입할 수 있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며 "항암바이러스의 기술적 우수성은 바이러스를 암에 잘 전달하고, 충분히 암세포들을 장악한 후 선천적 면역반응을 가동시키는 것인데 펙사벡은 이러한 부분에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국책과제에서는 세부과제를 통해 신장암, 췌장암, 유방암 등에 다른 고형암에 대한 병용치료요법의 작용기전을 규명해 펙사벡의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또한 바이러스 실시간 영상 추적, 효과적인 약물 전달 시스템 개발, 종양 특이적 바이오마커 연구 등도 함께 진행된다"고 말했다.

◆ "전 세계 20여 개국서 임상3상…글로벌임상 노하우로 국가적 공헌 목표" 

"신약개발 단계별 연구개발비 대비 기대수익을 평균적으로 환산해보면, 후보물질 발굴 후 라이선싱아웃은 약 1배, 전임상 후 약 3배, 임상 1·2상은 약 30~50배 정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임상3상까지 진행하면 최소 100배 이상이죠.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제약강국이 되려면 약물후보물질 개발부터 임상3상까지 수직적으로 통합된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신라젠은 올해 1월 뉴질랜드에서 첫 환자 등록을 시작으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에 돌입했다. 전 세계 21개국 6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경과 및 예후 추적기간까지 포함하면 3년에서 4년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제품출시 및 판매에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지만 토종 바이오 벤처 회사가 국내 대형 제약기업에서도 쉽게 시도하지 않는 글로벌 임상3상을 직접 진행한다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다. 

이를 위해 신라젠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하고, 라이선스아웃을 통해 글로벌 임상3상과 제품출시까지 끝까지 함께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성권 부사장은 "펙사벡의 경우 한국은 녹십자, 유럽은 프랑스 트랜스젠(Transgene), 중국은 홍콩 리스팜(Lee's Pharmaceuticals)에 판권이 판매되었기 때문에 임상 진행 및 마케팅 등에 있어 이들이 함께하고 있다"며 "미국 및 일본의 유수 제약사들도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아 향후 해당 국가에서 적극적이고 역량 있는 파트너사를 늘려감으로써 상품화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펙사벡 중국 판권을 갖고 있는 홍콩 리스팜 관계자들과의 기념촬영. 이들은 임상에 함께 투자하고, 중국 내 제품출시에 협조한다 <사진제공=신라젠>
펙사벡 중국 판권을 갖고 있는 홍콩 리스팜 관계자들과의 기념촬영. 이들은 임상에 함께 투자하고, 중국 내 제품출시에 협조한다 <사진제공=신라젠>
이어 지성권 부사장은 "글로벌 임상3상을 하는 노하우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내재화 되면 국가적으로도 큰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바이오강국이 되는데 일조함으로써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라젠에 투자해 준 투자자들에게 기대수익률을 주는 것, 그리고 기존의 좋은 직장들을 떠나 함께 하겠다며 벤처회사로 온 직원들의 미래를 안정되게 해주는 것, 또 약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 등 모든 사람들을 위해 신라젠은 반드시 성공하겠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지성권 부사장이 바이오산업과 신약개발에 대한 개인적인 소신을 밝혔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이 열이 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전 직원이 회의 중에 박수를 칩니다. 열이 난다는 건 면역반응이 시작됐고, 치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거든요. 임상을 진행하면서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이 바뀌는 모습을 알게 됐고, '약을 개발한다'는 의미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펙사벡이 제품화까지 성공해서 많은 암 환자들을 치료하게 된다면, 경제적 성과 외에도 의의가 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좋은 신약개발 지원정책을 펼쳐 초기 약물개발부터 글로벌 임상까지 모든 단계에서 우수한 바이오벤처기업들이 만들어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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