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읽다 上편]"중국의 이해·협력 중요"
글: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중국이 다시 우리의 관심 대상이 됐다. 1992년 수교 이후로는 경제 관계가 주로 논의되다가 북핵과 사드 이후로는 정치 문제가 급부상했다. 가깝게는 1950년 6.25 이후 좀 멀리 잡으면 1894년 청일전쟁 이후 정치 관련 중국 담론의 복귀이다. 앞으로 어떻게 논의가 전개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1636년 병자호란 이후 청일전쟁에 이르는 250여년간 중국은 우리의 종주국으로서 군림했다. 특히 자신들의 국제적 지위가 흔들릴 때 우심했다. 우리 또한 주체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사대(事大)하며 의존해온 것도 사실이다. 일본과 함께 우리의 생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 중국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지난봄 중국을 다녀왔다. 사막에 나무 심기 행사의 일환으로 내몽골 사막 지역을 가 보았고, 이어 북경으로 돌아와 국가 박물관과 항일전쟁 기념관 등을 둘러보았다. 일정을 곽상수 생명연 박사가 함께했다.

중국을 읽다 上·下 편으로 나눠 방문기를 싣는다. 上편은 동아시아 사막화 방지 위한 생명공학 기술, 下편은 과학으로 만든 근대화 혁명.(화보 중심)[편집자 주]

바람의 딸로 알려진 한비야 (전 월드비전 긴급구호팀 팀장)는 최근 그의 저서에서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우문현답)라고 하면서 현장을 강조하였다.

우문현답은 우리 모두에게 적용돼야 한다. 필자는 사막화 방지를 위한 생명공학기술을 개발하면서 현장을 이해하기 위해 사막화지역을 자주 찾는다.

올해는 4월 22일부터 29일까지 몽고에서 개최된 환경과 농업에 관한 학술행사 초청강연 참석과 미래숲(권병현대표·前주중한국대사)이 중국 내몽고자치구 쿠부치사막에 열린 조림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미래숲은 2002년부터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현지 다라터치 지방정부와 협력을 맺고 한·중녹색봉사단을 결성하여 쿠부치사막 2700ha에 나무를 심어 왔다. 이 글을 통해 사막화의 원인과 대응전략을 소개하고, 이번 몽고와 중국방문 느낌을 공유하고자 한다.
    
봄의 불청객 황사는 이젠 계절에 관계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황사발생의 3가지 조건인 사막의 모래와 저기압, 편서풍만 갖추면 언제든지 황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황사를 막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황사 발생의 주된 원인인 사막은 더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만 매년 제주도 면적의 약 1.5배 땅이 사막화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국토의 약 30%가 사막이고 몽골의 경우는 국토의 90%가 사막화에 직면하고 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서 원인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사막화는 가난한 현지인에 의한 과다한 방목, 산림훼손, 부적절한 토양과 물관리가 약 90%를 차지하여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약 9000만 명이 사막화지역, 즉 생산성이 낮은 지역에 살고 있다.

이들도 대도시 사람과 같이 잘 살고 싶고 자녀들을 위한 여윳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돈이 되는 가축을 키우는데 사료가 부족하다보니 과도한 방목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초목이 초토화된다. 가축방목 뿐 아니라 석탄을 살 돈이 없는 현지인들은 겨울철 추위를 이기기 위해 땔감으로 나무를 훼손하고 있다.

건조한 지역에서는 물과 토양관리가 중요한데 현지인들은 생태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우리나라가 보릿고개가 있었던 50년대 60년대 사정이 그러했고 현재 북한의 사정이 사막화 그 자체이다.

사막화방지를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막화의 원인이 현지인들의 가난이라면 가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해 당사자인 현지인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예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전개한 '새마을운동'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사막화방지를 위해 농임업생명공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연구자들과 협력연구를 수행하는 입장으로서, 척박한 건조지역에 잘 자라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식물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막화방지를 위한 산업식물(고구마, 알팔파, 포플러) 재배 모식도.<그림=곽상수 박사 제공>
사막화방지를 위한 산업식물(고구마, 알팔파, 포플러) 재배 모식도.<그림=곽상수 박사 제공>
구체적으로 고구마, 알팔파, 포플러를 제시한다. 이들 식물은 다른 식물에 비해 비교적 물이 부족한 건조지역에 수량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 고구마는 식량 뿐 만 아니라 사료, 전분, 바이오에탄올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산업작물로서, 중국농업과학원 고구마연구소, 미래숲과 협력하여 쿠부치사막 부근 모래땅에 시범재배하여 고구마가 잘 자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콩과 사료작물 알팔파는 사료작물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양질의 사료로서 방목을 줄일 수 있으며, 뿌리가 길어 건조지역 토양피복에 유리하며 고구마와 윤작이 가능하다. 포플러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의 역할과 바이오매스 자원으로 중요하다. 사막화지역은 산촌이 아니라 농촌이라는 점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해서는 임목전문가 뿐만 아니라 농업전문가의 참여가 절실하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내몽고 쿠부치사막(타라터치 잔딴자오지역)에 많은 나무를 심은 업적을 평가받아 UN사막화방지협약 녹색대사 활동하고 있는 권병현 미래숲 대표와 일본 사막녹화의 전설적인 인물인 토야마 세이에이(遠山正瑛·1906~2004) 박사도 사막화 방지를 위해서는 나무를 심는 일과 함께 현지인들의 수입을 대폭 증대시키는 소득작물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직을 은퇴하고 사막 녹화에 열정을 태운 토야마 박사는 돗토리대 건조지연구센터 교수(과수학 전공)로 근무하고 65세에 정년퇴직했다. 84세가 되던 1991년에 '일본 사막녹화실천협회'를 설립하고 민간인이 참여하는 녹색협력대를 발족하고 97세로 운명하기 전까지 내몽고 쿠부치사막(타라터치 은끄베이지역)에 상주하면서 약 150회에 걸쳐 녹색협력대원 8000명과 함께 약 350만 그루의 포플러를 심어 사막생태원을 조성했다.

은끄베이지역은 AAAA급 풍경구로 지정되어 있다. 박사는 역사적으로 중국에 도움을 받은 일본이 대동아전쟁 등으로 중국에 고통을 준 것에 반성하고 동북아시아 환경공동운명체라는 점에서 중국사막에 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사막 녹화를 위해 열정을 보여준 권병현대사와 토야마박사의 노익장의 끝없는 도전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필자는 한중수교(1992년 8월) 직전인 6월 중국과학기술부 초청의 제1차 과학기술중국조사단에 참여하면서 중국과 협력의 중요성을 느끼고 그 때부터 중국과 지속적인 협력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08년 8월 서울 한중정상회담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과학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의해 설립된 '한중사막화방지생명공학공동연구센터'의 한국측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환경, 식량, 에너지 및 보건관점에서 한 배에 타고 있는 공동운명체이다. 중국 사막화지역은 황사의 발원지이며 땅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식량, 바이오에너지 등 각종 바이오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간주될 수 있다.

작년 12월 12일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우리 정부가 약속한 2030년 발생되는 온실가스의 37%를 줄인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그 감축분 가운데 11.3%는 해외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사막화 방지에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면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존 뿐 만아니라 인류의 난제인 식량, 바이오에너지 및 각종 산업소재와 탄소배출권도 확보할 수 있는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할 수 있어 우리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몽고는 한반도의 약 7배의 넓은 땅에 약 35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몽고반점 등의 이유로 우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몽고는 기후변화, 과다한 방목, 지하자원개발 등으로 국토의 90%가 사막화에 직면하고 있고 대부분의 식량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2007년 몽고정부 발표에 의하면 강과 하천, 호수의 20~30%가 사막화로 인하여 사라졌다고 한다. 이번에 방문한 다르한(Darkhan)은 울란바토르에서 서북쪽 190km 거리에 위치하는 저지대로 공업·농업중심 도시이다. 울란바토르에서 다르한에 이르는 주변은 아직도 잔설이 곳곳에 남아 있고 산에는 나무가 거의 없고 엄청나게 방목하는 양, 소, 말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르한에 가까워지자 도로주변은 사막화 초기증세가 심각하였다. 현지 전문가들도 얼마 전에만 해도 이런 현상은 없었다면서 걱정을 하였다. 환경과 농업에 관한 학술행사에서 필자가 소개한 '글로벌 조건 불리지역에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고구마 생명공학연구'는 참석자들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다르한 소재 '식물과학 및 농업연구소'(Plant Science and Agricultural Research Institute) 관계자들은 심도 있는 협력연구를 제안하였다.
 
몽고에서 내몽고 식수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울란바토르에서 내몽고자치구 수도 후화허트까지는 약 24시간이 소요되는 기차를 이용하였다. 이 구간은 끝없는 사막과 사막화지역으로 단순한 모래풍경은 정말 재미가 없었지만 동아시아 사막화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는 좋은 기회였다.

두 나라 국경도시에 있는 기차역 안에서 출국수속과 입국수속을 받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특히 중국 국경도시에서 열차바퀴를 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국제 표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험하였다. 한국과 중국·유럽 철도는 표준궤(1435㎜)이고 러시아·몽고 철도는 광궤(1천520㎜)로 레일의 폭이 다르다.

필자의 연구현장 중의 하나인 쿠부치사막 미래숲 조림행사에 여러 차례 참여하면서 중국의 발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방문단이 체류한 다라터치(达拉特旗)는 내몽고자치구 서남부, 황하중류의 남안, 어얼둬스(鄂尔多斯市) 북단에 위치하며 중국 7대 사막 쿠부치사막의 동쪽에 있다.

조림행사에 참여하면서 다라터치 고등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 학교의 곳곳을 살펴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우리에게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학업에 대한 강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역사교육에 많은 비중을 두면서 체육, 미술에도 열심히 배우는 분위기가 우리와 사뭇 대조적이었다. 특히 식당에서 음식절약에 대한 포스터 '농부의 피와 땀으로 만든 음식물'은 가슴에 와 닿았으며 음식을 통하여 예절을 강조하는 살아 있는 교육을 하고 있었다.

'농부의 피와 땀으로 만든 음식물'이라는 음식물절약 포스터(다라터치 7중학교 구내식당).<사진=곽상수 박사 제공>
'농부의 피와 땀으로 만든 음식물'이라는 음식물절약 포스터(다라터치 7중학교 구내식당).<사진=곽상수 박사 제공>
북경 칭화대 전자공학과 건물에서 개최된 제19차 한중 대학생 엘리트포럼 및 한중일 청년 환경포럼에 참석하면서 미래를 위해 한중일 청년들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다. 또한북경체류기간동안 문화컨텐츠산업전시센터, 국가박물관, 전쟁박물관, 삼일중공업(주) 등을 방문하면서 중국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사회전반에 큰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체감하였다.

특히 과학기술기반의 국가발전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느꼈다. 곳곳에 사회주의 핵심가치관 (富强, 民主, 文明, 和階, 自由, 平等, 公正, 法治, 愛國, 敬業, 誠信, 友善)을 강조하는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국가발전을 위한 국민 모두의 노력, 특히 과학자의 노력이 중요함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중국방문이었다.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을 홍보하는 도로표시판.<사진=곽상수 박사 제공>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을 홍보하는 도로표시판.<사진=곽상수 박사 제공>
중국과 협력을 통한 상생발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의 과학기술 협력도 정책적으로 일관성 있고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중국은 우리에게 싫고 좋고를 떠나서 같이 가야하는 공동운명체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중국어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어는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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