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윤 NASA 태양계 앰배서더, 4일 중앙과학관서 강연···미래 꿈나무 180여명 참가 성황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도전의식 가질 것 주문

"지난 4월 한미 우주협력회의를 통해 미국 국무부는 한국 달탐사, 국제우주정거장(ISS), 미래 화성 탐사 등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러분도 꿈을 꾸고, 노력한다면 인류 역사상 첫 화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국립중앙과학관 창의나래관의 강당. 화성을 표현하고 싶어 붉은 옷까지 챙겨 입은 한 과학기술자가 학생, 학부모 등에게 둘러쌓여 싸인을 해주고, 사진촬영까지 하고 있다. 여느 한류 스타의 인기 못지 않다.

화제의 주인공은 NASA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폴 윤 엘카미노대 수학과 교수.

5월 말 방한해 국내 주요 과학관 등을 돌며 순회 강연을 하고 있는 그는 이날 약 180여명의 강연 참석자에게 NASA의 주요 미션과 함께 최근 추진하고 있는 시료 귀환임무, 유인탐사 임무 등의 동향과 우주 탐사가 미래 후손들에게 시사하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착륙선과 로버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폴 윤 교수.<사진=박성민 기자>
착륙선과 로버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폴 윤 교수.<사진=박성민 기자>
◆ 실험 통해 탐사선 착륙 과정 원리 등 체득

"달걀을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 로버(Curiosity Rover)라고 생각해 보세요. 각자 창의적으로 달걀을 페이퍼 타올로 감싸고, 컵을 테이프를 이용해 풍선에 붙여 안전하게 착륙에 성공시키면 됩니다. 이 실험처럼 풍선이 터지면서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Pathfinder)와 같은 탐사선이 무사히 착륙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 이해하신 분들 손 들어 보세요."(착륙 과정 설명 中)

"여러분은 NASA 과학자가 어떻게 사고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 돌이 화성에서 왔다고 가정했을 경우, 시료의 둥근면이 어떻게 해서 발생했을까요?"(시료 설명 中)

강연이 시작되자 맨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컵 속에 페이퍼타올을 넣고 조심스럽게 달걀을 넣는다. 또 다른 학생은 풍선을 쉼없이 불어 넣는다. 한 학생은 풍선을 2개까지 한 번에 불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실험에 참석한 학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탐사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던졌다. 무사히 착륙하자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진다. 달걀이 깨지지 않은 것을 보자 기쁨은 최고조에 이른다. 실험에 참가한 임정은 학생은 좌석으로 돌아가면서 함께 만든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도 나눴다.

폴 교수는 계란을 근거리에서 떨어뜨리면서 "계란이 근거리에서 떨어지면 바로 깨지는 것처럼 착륙은 쉽지 않고, 이 과정에서 데미지를 받을 수 있다"면서 "풍선 등이 터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탐사선이 무사히 착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자 폴 교수는 우주탄생의 기원부터 은하계, 화성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이 사진은 우리 은하계입니다. 이 행성 중 화성은 어디 있을까요?"라고 질문하자 학생들이 저마다 화성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화성에 대해 설명하던 중 폴 교수는 다시 한 번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번 숨쉬어 보실래요? 여러분은 방금 74% 질소와 20%의 산소를 마셨어요. 화성은 95%가 이산화탄소인데 NASA는 인간에게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로의 대기 변환기술도 고려하고 있죠."

NASA의 장기적인 화성 탐사 계획으로는 ▲지구처럼 생명체 있는 행성 발견 ▲화성 내 기후변화와 지질학적 변화 분석 통한 지구문제 해결 ▲인간탐사 준비 등이다.

폴 교수는 "화성에 가기 위해서는 수송, 과학적 연구, 화성인 교육, 경제적 가치, 인간 탐사 준비 등이 진행돼야 한다"면서 "최근 동면기술, 3D 프린터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으며, 화성에서의 고립 상황을 가정한 'HI-SEAS' 미션 등의 추진과 식물 재배 성공 등 탐사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폴 교수는 역대 화성 탐사선 착륙 지역도 보여주면서 대중들에게 NASA 과학자들이 앞으로 어디에 착륙할지 예측해 보라고 미래 꿈나무들에게 호기심을 선물했다.

폴 교수는 "지난해부터 인간 착륙지 선정지를 찾기 시작했으며, 각종 과학적 근거를 활용해 적합한 후보군을 찾고 있다"면서 "지구에서 발생하는 자연적 현상들을 근거로 해서 논리적 추론을 통해 과학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후, 기념 사진도 찰~칵.<사진=박성민 기자>
강연이 끝난 후, 기념 사진도 찰~칵.<사진=박성민 기자>
◆ 왜 화성을 가야하는가?···"꿈 있다면 여러분이 주인공 될 것"

"문제의 해결은 창의력에서 나옵니다. 일부 과학자가 내는 것이 아니라 수만 명의 어린이가 내는 아이디어에서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폴 교수는 "그동안 만난 우주인들은 성격이 밝고, 아이처럼 순수하고, 화성에 가겠다는 열정이 넘친다"면서 "중요한 것은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창의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 교수는 1만년 전 맘모스를 두려워했던 선조들과 현재 과학기술을 300년 전 고안했던 과학자들을 사례로 들면서 우주시대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생명체 99%가 소멸했다. 인류도 예외는 될 수 없다.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후손들이 우주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 세대에는 화성에 가기 어렵겠지만 여러분들이 노력한다면 후손들을 위한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고 청중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참가자가 "TV에서 인간이 돌아오지 않는 조건으로 민간 기업이 화성에 보내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데 실행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폴 교수는 "최소한 화성에 대해 관심을 유발시켰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보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생존 가능한 부대시설이 없어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기념사진 촬영이 끝나자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몰려 들어 폴 교수를 감쌌다. 그는 학생들의 사진촬영과 사인요청에도 응했다. 학생들의 질문에도 하나하나 답하면서 진로상담까지 이어졌다. 그 가운데서 한 여고생들이 폴윤 교수를 그린 그림을 수줍게 선물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표지은·최정원 충남여고 학생은 "지구과학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딱딱하지 않은 강연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특히, 화성이 생명체 거주지역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앞으로 좋아하는 과목인 화학과 생물학을 열심히 배워 화성을 인류의 것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참석한 조민성 둔천초 학생은 "학교에서 안내를 해줘서 참석하게 됐는데 직접 실험까지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화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으며, 관련된 책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NASA 태양계 앰배서더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는 일반인을 위한 강연 프로그램으로 제트추진연구소(JPL)이 추진하는 태양계 탐사임무와 새로운 발견사실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일일히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폴 윤 교수.<사진=박성민 기자>
일일히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폴 윤 교수.<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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