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8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서 75톤급 액체엔진 연소시험
지난 5월 30초에 이은 성과···140초 연소 가능성 제시

8일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발사체 75톤급 액체엔진이 75초 연소시험에 성공했다.<사진=항우연 제공>
8일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발사체 75톤급 액체엔진이 75초 연소시험에 성공했다.<사진=항우연 제공>
"연소 압력 60BAR, 터보펌프 9910RPM 정상범위 출력. 75톤급 엔진 75초 연소 성공!"

희뿌연 연기가 끝없이 뿜어져 나온다. 천둥같은 굉음이 이어지며 붉은 불꽃이 번쩍인다. 전라남도 고흥군 외나로도 해안가 일대. 선선한 바닷바람과 잔잔한 파도가 넘실대는 가운데 외나로도를 뒤덮을 정도의 거대한 연기가 하늘 높이 솟구치며 굉음은 75초 동안 지속됐다. 

이윽고 나로우주센터 관제탑에 "75톤급 엔진 75초 연소 성공"이라는 무전이 울려 퍼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자들을 비롯해 관계자, 출입 기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한편에서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연구자도 보인다. 

한국형발사체(KSLV-II)에 장착될 75톤급 액체 엔진이 75초 연소시험에 성공했다. 8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대덕특구 출입기자단 20여명이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현장을 찾았다.

75톤급 액체엔진이 초당 225kg의 연료를 태우며 75톤 추력을 만들어내고 있다.<사진=항우연 제공>
75톤급 액체엔진이 초당 225kg의 연료를 태우며 75톤 추력을 만들어내고 있다.<사진=항우연 제공>
한반도 최남단 섬 끝 마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 엔진지상연소시험설비에는 장착된 75톤급 액체엔진이 웅장한 자태로 연소시험을 기다리고 있다. 

75톤급 액체엔진은 점화 후 '1초'가 가장 중요하다. 엔진 연료인 등유와 액체산소가 공급될 수 있는 5개의 주요 밸브와 수십개의 서브 밸브가 1초 만에 순차적으로 열려야 한다. 

헬륨과 질소로 구성된 고압의 공기압력으로 모든 밸브가 순차적으로 개방되면 초당 225kg의 연료가 주입된다. 이후 엔진은 2~3초 만에 최고 출력을 만들어낸다.

1초 동안 하나의 밸브라도 순차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폭발사고로 이어진다. 액체엔진 점화 후 1초가 연소시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정도다.

한국형발사체 액체엔진 개발은 터보펌프·가스발생기·연소기 등 각 구성품의 제작·시험 과정을 밟는다. 검증을 마친 각 구성품은 조립장으로 이송돼 조립된다.

75톤급·7톤급 엔진이 조립되면 엔진성능시험을 통해 인증 단계를 거쳐야 최종 액체엔진이 만들어진다. 75톤급 액체엔진 75초 연소시험은 엔진성능시험 과정인 셈이다.

한국형발사체는 3단 로켓으로, 1단에는 75톤급 엔진 4개, 2단은 75톤급 엔진 1개, 마지막 3단에는 7톤급 엔진 하나를 장착하게 된다. 발사체가 지상에서 쏘아 올려진 후 1단 분리까지 128초 동안 추력을 내야 한다. 2단 엔진은 143초, 3단 엔진은 501초의 추력을 낼 수 있는 연소가 필요하다.   

항우연이 독자기술로 개발한 75톤급 액체엔진은 'G1 액체엔진'이라고 불린다. 지상시험용도(Ground) 1호기로 개발됐다는 의미다.

75톤급 G1 액체엔진은 올해 3월 조립이 완료됐다. 오는 8월까지 연소시험에 돌입할 예정으로 현재 누적 연소 시험횟수는 9회다. 지난 5월 30초 연소시험에 성공한 이후 75초 연소시험이 연이어 성공한 것이다. 2호기로 만들어지는 75톤급 G2 액체엔진은 오는 9월 조립 완료 예정이며 12월까지 연소시험을 앞두고 있다. 

김진한 항우연 발사체엔진개발단 단장은 "올해 75톤급 G2 액체엔진 시험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G3, G4 액체엔진 시험 예정"이라며 "최종 75톤급 액체엔진이 개발되기까지 총39기의 액체 엔진이 만들어지며 220회 성능시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9부 능선 넘긴 한국형발사체"

한국형발사체 엔진을 시험할 수 있는 시험설비 10개 중 9개가 구축 완료됐다. 

나로우주센터를 비롯한 항우연에는 연소기 연소 시험설비,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설비, 3단 엔진 연소 시험설비, 엔진 지상 연소 시험설비 등 9개의 시험설비가 구축됐다.

한국형발사체 1단·2단·3단을 모두 조립한 최종 발사체를 시험할 수 있는 '단 추진기관 시험설비'는 올해 가을 완공 예정이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은 2021년까지 총 3단계로 나눠 국가우주개발 계획을 위한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1단계는 2010년 3월부터 시작됐으며 지난해 7월 종료됐다. 1단계 개발에서 액체엔진 시스템 설계, 예비 설계 검토, 액체추진 시험설비 구축, 7톤급 액체엔진 총조립, 지상 연소시험 등을 마쳤다.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 개발과 우주발사체 기술이 확보된 상태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2단계는 2018년 3월까지 진행된다. 2단계에서 발사체·엔진 상세설계, 75톤급 지상용 엔진·시험발사체 개발, 2단형 시험 발사체 시험발사 등이 목표다.

마지막 3단계는 2021년 3월까지다. 3단형 발사체 시스템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3단형 발사체 비행모델 제작과 2회 시험발사를 목표로 한다.

김진한 단장은 "75톤급 액체엔진 시험은 초기 시험단계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인 만큼 실패의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연소시험을 바탕으로 설계·공정 등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해 다음 연소시험에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광래 원장은 "목표 연소시간 140초에 비하면 75초 성공은 절반 수준이므로 자축하기엔 이르다"며 "발사체 개발이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점차 성숙한 기술을 만들어갈 것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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