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과학자들이 전하는 애국의 의미···"특별하지 않아, 역할에 최선"

"과학은 조국을 갖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 자기 조국에 명예를 바칠 수 있는 과업에 전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구하는 사람의 성실하고 올바른 사고와 자세, 행동을 주축으로 하는 연구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故 최형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 회고록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에 남긴 말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살아있는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과학의 발전에 국가를 중심에 뒀다.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연구현장에 있는 과학자와 과학계 인사에게 '애국이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과학자 대부분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에 애국의 의미를 담았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인 정용환 박사는 "과학자가 생각하는 애국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맡은 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연구에 열중하고 훌륭한 연구 성과를 창출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며 "국가 경쟁력 제고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이것이 애국"이라고 밝혔다.

박상도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KCRC:Korea CCS R&D Center) 센터장은 "과학자들에게 애국이란 연구성과 외에 무엇이 있겠습니까"라며 "국가관이 제대로된 과학자라면 생계형 위주의 만족 보다는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연구성과로 답하는 길만이 가장 애국하는 것이고 옳바른 삶을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적 성과로 애국하는 과학자들이 더욱 많아지고 힘을 받을 때 진정 과학기술 융성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차장도 "과학자는 미래를 여는 나라의 등불이다. 어떤 어려움과 박해(정말 이해가 안되는 정책)에도 꿋꿋이 맡은 사명을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애국이고 보국"이라고 강조했다.
 
김해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역시 "본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과학기술의 국격을 높이는 일"이 애국이라 단언했다.

가속기 연구 전문가 유병용 KIST 책임연구원은 "크게 보면 국익을 위해 훌륭한 연구를 통해 나라의 이름을 알리고 그로 인해 수익이나 나라의 힘을 키울 수도 있겠지만, 애국이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수행 하는 것이 제일 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일상적인 또는 과학기술자들이 임하고 있는 일들을 충실히 수행하고 주변과 같이 어울려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면 그게 바로 애국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로 최선을 다하면서 기본을 지켜나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권석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추구하는 과학이 사회에 작더라도 기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희철 KAIST 교수는 교육자로 미래 인재 양성을 통한 국가 기여를 애국으로 여겼다.
그는 "미래기술은 기존에 있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며 결국 인간이 끌고 가는 것"이라며 "좋은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학생들이 연구를 하고 싶게 도와줄 것이다. 훌륭한 제자를 키울 수 있는 것 자체가 복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의 숙명과 같은 연구 성과. 노벨상을 바라보자는 의견도 다수다. 
전 한국천문과학연구원 원장 박필호 박사는 "인류에 기여하는 세계 최초의 획기적인 연구 성과로 대한민국의 이름을 빛내는 것. 바로 노벨상 수상이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박용기 한국화학연구원 융합연구단장은 "최소의 연구비로 자신이 아닌 사회가 만족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는 것"이라 피력했다.
 
박용기 UST 처장도 "과학자 대부분은 세금으로 연구를 하기 때문에 늘 내가 하는 연구가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용되기를 원한다"며 "기초과학을 통해 국가 위상 제고에서부터 신기술개발을 통한 차세대 먹거리 창출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겠지만 궁극적으로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애국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지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는 "과학자는 대개 지적 호기심을 좇아 인류의 복지와 번영을 염두에 두고 일하지만 본인의 연구가 국가의 위상 및 국익 제고, 국민의 행복에 도움이 될 때 가장 뿌듯하게 느낀다"고 이야기 했다.
 
후대를 위한 선각자적 노력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종수 KIST 박사는 "지금은 과학을 공부하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한 준비로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공부를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다"며 "젊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구현하는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교육 인프라가 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표 포스텍 교수도 "과학을 통해 작게는 자랑스러운 할아버지가, 크게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우리에게 새로운 깊이를 더 해주는 것이 애국이라 생각한다"며 "선진국을 보면서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뿌리와 깊이를 가지고 있음과 세계사에서 피와 땀으로 이뤄낸 수많은 진보와 가치에서 우리는 완전 무임승차하고 있음을 알면서 내심 좌절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과정은 수도사와 같은 고통 정진으로만 이뤄질 수 있겠지만 달콤한 성공을 드라마처럼 공동체 많은 사람과 감성적으로 깊이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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