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장비 개발, 미래 위해 누군가 꼭 해야 할 일"

[연구장비 국산화]기초지원연 연구장비개발사업단 지난해 2월 발족
무냉매 핵자기공명(NMR) 장비·물질 및 원소분석 국산화 매진
조영훈 연구장비개발사업단 단장이 연구장비 국산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조영훈 연구장비개발사업단 단장이 연구장비 국산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장비 원천기술 개발은 논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중요도도 낮게 보는 분야인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구장비개발은 국가의 연구개발 기반을 마련하는 일로 당장은 힘들어도 누군가 꼭 해야하는 일입니다."

조영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장비개발사업단장의 목소리에서 책임감과 고민의 무게가 그대로 전해진다.

정부는 지난해 연구장비 개발을 전담할 '연구장비개발사업단(이하 장비사업단)'을 처음으로 발족했다. 과학기술입국 50년만의 일이다.

연구장비개발 전담 조직이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7월 연구장비개발부, 2012년 6월 첨단장비개발사업단이 조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조직의 주요 임무는 장비 수리와 가공장비 개발로 연구장비 원천기술 개발이나 기반구축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번 장비사업단의 핵심 미션은 연구혁신을 위한 인프라구축과 운영, 과학연구장비 개발이다. 또 연구장비 핵심원천기술 개발과 국산장비의 성능을 평가해 국산화를 지원하며 연구장비개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조 단장은 "기초지원연에서는 정책적으로 연구사업을 위한 장비를 도입하는데 외산장비가 대부분이다. 이에 장비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모아지며 연구장비개발 전담 조직이 발족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사업단 구성원 대부분 다른 분야를 연구하다 장비개발 필요성에 공감하는 연구자들이다. 장비개발은 논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해 어려움이 많지만 장비국산화와 기반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사업단은 광분석장비개발팀, 스핀공학물리연구팀, 질량분석장비개발팀, 장비개발지원팀 등 4개팀으로 조직 구성을 마치고 무냉매 핵자기공명(NMR) 장비, 누구나 쉽게 물질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보급형 투과전저현미경(TEM), 원소분석을 위한 이온 클러스터 빔 비행시간 이차이온 질량분석기(TOF-SIMS) 국산 장비 개발물등 세가지 아이템의 연구장비 개발에 매진 중이다.

조 단장은 무냉매 NMR 장비에 기대를 걸며 설명했다. 기존 NMR 장비는 극저온 냉각을 위해 헬륨을 사용, 장비가격이 높다. 또 장비 크기도 건물 3층과 맞먹는 규모다. 스핀공학물리연구팀이 개발중인 무냉매 NMR 장비는 헬륨 대신 고온초전체를 이용, 기존 장비의 삼분의 일 크기가 될 전망이다. 가격은 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게 조 단장의 예상이다.

이어 조 단장은 분석과 측정장비 개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연구에 필요한 우수한 증착장비는 있지만, 이런 장비들을 이용하여 생산한 제품이 잘 만들어졌는지 두께, 양 등의 성능을 측정하는 장비는 70%(NTIS자료 http://nfec.ntis.go.kr/main/stat/made) 외국산을 사용한다(측정 장비만 고려한다면 그 비율은 더 올라갈 것)"고 지적했다.

국산장비 활용 활성화와 인식 개선에도 적극 나선다. 장비사업단의 지원으로 국내 장비기업 '아스타'에서 로봇기술이 접목된 질량분석기 '팅커벨' 개발을 완료했지만 판매는 저조한 상태다.

조 단장은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현장에서 외면하고 있다. 국산장비와 외산장비의 성능을 비교 분석해 국산 장비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산장비 활용을 제안할 것"이라면서 "질량 분석기 등 국내 기업이 개발한 장비 중 성능이 우수한 장비도 있는데 국산이라는 인식으로 판로가 좋지 않다.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장비개발은 기업과 연구자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개발된 장비가 기업에서 상품화 되기에는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또 연구자와 기업간 생각차이도 있고 기업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때문에 연구장비 국산화를 위해서는 정책이 수반되고 이에 따른 펀딩도 이뤄지며 롱텀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산 연구장비 개발 필요성에 공감하며 장비사업단을 위한 별도의 평가법을 도입한 상태다. 장비사업단은 현장 실사를 통해 평가가 이뤄질 전망. 또 전체 로드맵 대비 진행과정을 평가하고 요소 기술을 이용한 논문, 특허에 높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

조 단장은 "장비 개발은 기존 연구와는 동떨어진 분야지만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성과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면서 "지금 당장은 사실 힘들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3, 4년 후 기반이 잘 만들어지고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연구장비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비사업단은 조 단장을 중심축으로 책임급, 선임급 등 연구원을 비롯해 정규직 34명과 비정규직 32명 등 66명의 인력이 장비 개발과 장비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30년 연구장비개발연구소로 독립, 각분야 연구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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