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부터 전자파 차단 위한 필터 등 설비 제조 판매
표준연 홈닥터 사업 통해 기술애로 해결···미국 프랑스 등 의존 부품 국산화

#1. 가정에서 사용하는 냉장고, TV, 컴퓨터 등 다수의 전자제품들은 작동 과정에서 일정량의 전기적 잡음을 발생시킨다. 일정량 이상의 전자파에 노출되면 기기 오작동뿐만 아니라 VDT 증후군 등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전자파 영향 사례) 

 #2. 최전방에서 통신 이동용 쉘터에 근무하는 A 상병은 여름이 제일 두렵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찌는 듯한 더위에 방치돼 오랜 시간 근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방산용 에어컨 제어기가 도입되면서 한결 나아졌다.(방산용 에어컨 활용 사례)

테러나 북한의 침공으로 핵폭탄이나 EMP탄이 폭발할 경우, 국가 주요 시설과 통신·전자 장치 등에 문제가 생기거나 내부부품이 파손될 우려가 있다.

특히 전차·전투기, 헬기 등 군의 핵심 무기와 지하벙커·피난소 등의 안전시설(Shelter)까지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방위사업 전반에서 이에 대비해 EMI/EMC 필터에 의한 전자파를 차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파 대비는 기존의 EMI(전자파 장해, Electro Magnetic Interference) 개념과 EMS(전자파 내성, Electro Magnetic Susceptibility) 개념이 결합돼 EMC(전자파적합성, Electro Magnetic Compatibility)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창원에 소재한 아이스펙(대표 한순갑)은 지난 2003년 설립 이후 전자파 저감을 위한 기술 컨설팅과 관련 기술·장치·부품 개발 등의 통합 해결책을 제공한다.

EMI·EMC 통합 솔루션 제공업체 '아이스펙'. 신기술(NEP) 인증 획득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EMI·EMC 통합 솔루션 제공업체 '아이스펙'. 신기술(NEP) 인증 획득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 아이스펙, 컨설팅부터 필터·제어기 개발·제조까지 수행

아이스펙은 군용·원전용,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등 분야의 EMC 컨설팅을 수행하며,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EMI/EMC 필터와 전자파 대책 기술을 적용한 방산용 제어기개발과 제조를 수행하고 있다. 

군용으로는 주로 차세대 전차·장갑차·무인기 개발 등에 활용되는데 개발 단계부터 양산까지 EMC에 대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차량 제어계통에 전기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자파 대책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자동차 분야에서도 컨설팅이 주로 수행되며, 최근 주요 인사의 경호 차량에도 EMP 폭탄에 대비한 기술의 접목이 필요하다.

아이스펙은 이러한 분야의 컨설팅을 기반으로 EMI/EMC 필터를 연구개발해 현재까지 약 500여종을 개발했으며, 이 중 200여종을 양산하고 있다. 

EMP 필터의 제품은 특성상 세계적으로도 제조업체가 미국·프랑스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기존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이스펙이 EMP 필터 및 소요부품 까지도 국산화하면서 국부유출을 방지하는 특수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아이스펙은 전자파 발생원에 대해 단계별 전자파 저감 기술을 적용해 방산용 에어컨 제어기·고출력 펌프용 인버터·로봇용 구동장치 및 각종 전원 공급장치 등을 개발·제조하고 있다.

전자파 발생원에 대해 단계별 전자파 저감 기술을 적용한 제어기.<사진=강민구 기자>
전자파 발생원에 대해 단계별 전자파 저감 기술을 적용한 제어기.<사진=강민구 기자>
◆ 표준연 연구진과 '300암페어급 필터' 개발···민수·방산용으로 활용

아이스펙은 지난 2012년 홈닥터 사업을 통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장비와 기술 지원을 받았다. 원성호 표준연 선임은 지난 2012년부터 4년 동안 기술을 지도해 왔다.

한순갑 대표는 “EMI 국내 초창기 원성호 선임에게 전자파 측정기술인 EMI 강좌교육을 받은 것이 인연이 됐다”면서 “이후 EMP 필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홈닥터 사업에 지원했다”고 표준연과의 첫 인연을 회고했다.

홈닥터 사업을 수행하면서 아이스펙 연구진은 이메일을 활용해 연락하거나 작업현장 등에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기술적 애로사항을 해결했다. 이러한 활동 결과, EMP 필터의 차폐효과 등 성능 향상과 EMP 필터 시제품 개발·대용량 필터 양산체제 구축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한 대표는 사업 수행 과정 중에 기억에 남는 사례로 전자파 차폐율 때문에 납품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을 꼽았다. 금요일 오후, 당시 납품을 앞두고 며칠 동안 난항을 겪자 한 대표는 원성호 연구원에게 긴급하게 연락했다. 원 연구원은 계측기를 갖고 출장지인 서울에서 창원으로 곧바로 이동해 토요일 새벽까지 연구진들과 측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한 대표는 “당시 납품이 임박해 미룰 수 없던 상황이었는데 주말을 불사하고 한걸음에 와서 문제를 해결한 원성호 연구원의 열정과 문제해결 능력을 본 직원들의 감동과 존경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아이스펙은 홈닥터를 실시하면서 이주광 표준연 박사팀과 함께 중소기업청 과제를 통해 300암페어급 EMP 필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전자파 측정기술을 선도하는 표준연의 기술자문과 아이스펙의 현장 경험·기술이 접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것이다. 개발된 장치는 국방시설에도 납품하고 일부는 관공서용으로도 판매됐다.

아이스펙 연구진은 표준연 연구진과 동행해 독자적으로는 견학이 불가능한 세계 1위 프랑스 회사의 제조 현장을 체험하면서 기술적 노하우 확보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표준연 연구진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아이스펙은 지난 2013년 당시 인원 30명, 매출액 35억 원에서 올해는 인원 53명, 매출액 70억 원으로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이스펙이 개발한 주요 HEMP(고고도 전자기펄스) 필터 장치. 표준연 연구진과 개발한 300암페아급 필터는 국방용으로 납품되었으며, 일부 민수용으로도 활용됐다.<사진=강민구 기자>
아이스펙이 개발한 주요 HEMP(고고도 전자기펄스) 필터 장치. 표준연 연구진과 개발한 300암페아급 필터는 국방용으로 납품되었으며, 일부 민수용으로도 활용됐다.<사진=강민구 기자>
◆ 전자장치 사용 증대로 활용분야 무궁무진···지속적 연구개발로 '국내외 시장 선도'

전자장치 사용이 증가되면서 하이브리드·전기차, 로봇, 무인기, 첨단 유도무기 등이 고전력화·고집적화되는 현 추세에서 전자파 대책 분야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한 대표는 “방산 분야를 포함한 현재의 산업사회도 집적화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전자파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전자파 규격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필터 등 제품의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펙의 고정형 설비 전원용 HEMP 필터는 지난해 8월 신제품인증(NeP)이라는 국가인증마크를 획득하면서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았으며, 조달우수제품 등록까지 마쳤다. 

최근에는 미국·프랑스 컨소시엄이 1200암페어 이상의 대 용량급을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 대표는 표준연과의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외국 수출도 타진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500~1000암페어 EMP 등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EMP 분야의 최고 연구기관 중 하나인 표준연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면서 “앞으로도 표준연 연구진과 교류하면서 국내외 EMP 시장을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자파 시험과 분석 등이 가능한 EMC 실험실.<사진=강민구 기자>
전자파 시험과 분석 등이 가능한 EMC 실험실.<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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