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23일 본원 대강당서 'R&D 포럼' 개최···科技 전문가 한자리
대기압 플라즈마 이용 미세먼지 제거 기술 등 논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기홍 GIST 환경공학부 교수, 이미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임영욱 연세대 의대 교수, 장홍영 KAIST 물리학과 교수, 허일정 화학연 박사.<사진=박성민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기홍 GIST 환경공학부 교수, 이미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임영욱 연세대 의대 교수, 장홍영 KAIST 물리학과 교수, 허일정 화학연 박사.<사진=박성민 기자>
"미세먼지는 과학자가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았다. 대기압 플라즈마를 이용한 미세먼지 제거 기술을 비롯해 분광분석기술을 통한 미세먼지 발생지·독성 파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세먼지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융합과학에서 묘수를 찾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해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경유차, 화력발전소, 고등어구이 등이 미세먼지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뚜렷한 문제 해결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원인을 찾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 실마리를 제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규호)은 23일 오후 2시 원내 행정동 대회의실에서 산·학·연 과학기술 전문가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학연 R&D 포럼_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대응' 행사를 열었다.

이날 포럼은 이미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의 '미세먼지와 지구환경' 주제발제를 시작으로 ▲박기홍 GIST 환경공학부 교수의 '초미세먼지 피해저감 과학기술 연구' ▲장홍영 KAIST 물리학과 교수의 '대기압 플라즈마를 통한 미세먼지 제거기술' ▲임영욱 연세대 의대 교수의 '미세먼지와 건강영향' ▲허일정 화학연 박사의 '미세먼지에 대한 화학기술적 대응' 등의 순서로 발제가 이어졌다.

포럼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미세먼지는 과학기술 특단의 대책으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과학자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미세먼지 성분 측정소 전국 6개뿐···발생원·독성 DB 구축해야"

화학연은 23일 본원 대강당서 미세먼지 전문가 40여명을 초청, 'R&D 포럼'을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화학연은 23일 본원 대강당서 미세먼지 전문가 40여명을 초청, 'R&D 포럼'을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먼저 발제에 나선 박기홍 교수는 미세먼지 피해 저감을 위한 과학기술 연구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생성원 측정 기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에 의하면 전국 506개 미세먼지 측정소에서는 단순히 초미세먼지의 질량과 농도만을 실시간 측정하고 있다. 즉 미세먼지의 질량과 농도만 측정할 뿐이다. 어디서 발생했는지, 어떻게 생성됐는지 알 수 있는 측정소는 전국 6개 수준으로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세먼지의 종합적인 구성성분을 빠르게 진단해 신속한 발생원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며 "미세먼지의 발생원·생성원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로 원천적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세먼지의 발생원·생성원을 추적하기 위한 방법으로 화학적 원소성분을 실시간 진단할 수 있는 '레이저 유도 플라즈마 분광분석법'을 꼽았다.

레이저 유도 플라즈마 분광분석법은 레이저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플라즈마 상태로 유도한다. 이후 플라즈마 팽창에 따라 발산하는 빛을 측정함으로써 화학원소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그는 "미세먼지 구성성분을 실시간 확보하고 배출원 특성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미세먼지의 생성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구체적 측정 기술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세먼지의 발생원에 따라 유해성의 개수·농도 등이 다르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정확한 유해성 전달을 위해 독성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야 한다"며 "미세먼지의 발생원에 따라 세포독성, 유전독성, 산호독성 등의 연구로 정확한 유해성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미세먼지 발생원·생성원 측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과학기술의 융합이 필수"라며 "인공위성, 항공, 지상 등의 원격 감시자료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4차원 감시 정보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국내 예비전력 1%로 서울 규모 미세먼지 집진"

이어진 발제에서 장홍영 교수는 '대기압 플라즈마를 통한 미세먼지 조절·제거 기술'을 설명했다.

공기 중에 대기압 플라즈마를 발생시켜 전기장에 의해 움직이는 미세먼지를 집진기로 제거한다는 원리다.

국내에 연간 유입되는 미세먼지는 약 4만 톤이며, 하루에 1000톤 이상의 먼지가 유입된 기록도 있다. 장 교수에 따르면 1000Kw(일반빌딩에서 1000초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면 서울 규모의 미세먼지를 한 번에 제거할 수 있다.

그는 "50Kw 대기압 플라즈마 20개를 병렬로 연결한다면 서울 규모의 미세먼지를 성층권으로 집진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예비전력의 1% 에너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임영욱 교수가 '미세먼지와 건강영향'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임 교수는 "지난 1990년대까지 미세먼지가 인체에 유입되면 화학물질이 폐포에 달라붙어 모세혈관으로 이동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가 직접 세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같은 무게의 먼지가 인체로 유입하더라도 초미세먼지는 표면적이 넓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면서 "과거에는 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성분분석에 중점을 뒀지만, 최근에는 먼지의 크기 연구가 중점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원 관리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국내 미세먼지 증가 원인에 대한 규명이 불확실하고 정책 집행에 대한 책임 전가로 미세먼지 대책의 실효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명확한 미세먼지의 배출 원인 규명을 통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 밖에도 이미혜 교수는 '미세먼지와 지구환경'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기후변화 연구와 대기오염 연구의 피드백 활성화 등 미세먼지로 인한 당면한 문제의 연구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허일정 박사는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유발원에 대한 화학 기술적 대응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이규호 원장은 개회사에서 "미세먼지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과학기술 관점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대응하고 이슈를 풀어가자"고 말했다.

R&D 포럼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R&D 포럼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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