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 초청 강연···'예술가 창의성과 과학자 스토리텔링이 만나다' 주제
채 씨 "인생의 매순간 도전과 혁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할리우드 영화 배우에서 극작가로 최근엔 TED Fellow로 활동하고 있는 채경주 씨가 대덕을 찾아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사진=박은희 기자>
할리우드 영화 배우에서 극작가로 최근엔 TED Fellow로 활동하고 있는 채경주 씨가 대덕을 찾아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사진=박은희 기자>
할리우드 영화배우, 극작가, TED Fellow까지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인 배우 에스더 채(한국명 채경주)가 4년 만에 방한해 대덕을 찾았다.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는 지난 1일 UST 본부 대강당에서 '예술가의 창의성과 과학자의 스토리텔링이 만나다'를 주제로 채경주 씨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도우미로 활동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대전과의 인연을 소개한 채 씨는 "빵떡모자 쓰고 번역 도우미를 했었는데 대전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다. 아버지도 우송대에서 강연을 하셨다. 대전과의 인연이 깊다"며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그와의 대화에서 첫 질문은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
그는 "어릴 때 우주비행사도 되고 싶고, UN에서 일을 하고 싶었고, 춤도 추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배우의 길을 가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회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만 했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 오레곤 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았다. 고려대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 드라마 스쿨에서 예술학 석사(MFA)를, 미시간대에서 문학 석사를 받았다.
 
그는 "대학 때 교환 학생 프로그램으로 호주에 갔는데, 처음으로 연극 트레이닝을 받았다. 호주에서 교수님이 미국에 가면 정식으로 연기를 공부하고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셔서 미시간 대학교로 갔다"며 "하지만 막상 가서 보니 실기는 없고 이론만 배웠다.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연기 실습을 하고 싶어 다시 예일대로 갔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아시아계 여성이 넘어야 할 벽은 높았다. 그는 "한국에서는 한국 사람이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무대에 서는 것을 봤다. 근데 미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동양인의 생김새가 이슈가 되는 것을 몰랐다.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2학년이 됐는데도 캐스팅이 안됐다.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연극을 추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학교를 졸업하면 무대에 자유롭게 설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사회는 학교보다 차별이 더 심했다"고 밝혔다.
 
미국 주류 영화와 연극계에서 아시아계 여성에게 주인공 역할을 내주지 않는 벽을 실감했다는 그는 "뉴욕에서 연극배우로 시작은 했지만 연속적으로 무대에 설 기회는 보이지 않아서 LA로 가기로 결정하고 비행기를 탔는데, 그날이 9·11 사고가 난 날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던 끔찍했던 경험과 당시 함께 있던 사람들을 보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에서는 미국 영화와 연극 무대에 서기 위해 동양인과 여성이라는 편견과 싸워야 했던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사진=박은희 기자>
이날 대화에서는 미국 영화와 연극 무대에 서기 위해 동양인과 여성이라는 편견과 싸워야 했던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사진=박은희 기자>
이후 뉴욕이 아닌 LA에서 성공을 꿈 꾼 그는 직접 구상하고 각본을 쓴 후 주연까지 맡아 1인 4역을 소화한 일인극 '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가고(So The Arrow Flies)'를 무대에 올렸다.
 
'아시아계'. '여성'의 편견을 과감히 깬 이 작품은 2005년 초연된 이래 LA와 뉴욕 등 전 북미지역과 한국 등에서 공연하며 큰 반향을 얻었다. 또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미국 TV시리즈 'ER' 등에서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등 캠벨 수프 광고 등에도 나오며 큰 인기를 누리게 됐다.
 
"연극과 TV 시리즈는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연극은 상대 배우와 함께 호흡하며 움직이고 관객과 에너지를 나누지만 TV는 그렇지 않았다. 연극은 배우의 무대고 TV는 기술적인 기교가 많은 다른 장르라 볼 수 있다."
 
연극 무대에서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그는 최근 TED Fellow로도 활동하며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는 "친구를 통해 테드를 알게 됐고 그간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테드 펠로우에 선정이 됐다. 테드는 연극무대, TV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테드에서는 나의 이야기가 청중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함께 뜻을 같이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도전'을 일삼고 있는 그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던져진 도전의 팁(Tip)에 대해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고 다시 미국으로 갔다. 매번 낯설고 힘들었다. 말을 좋게 해 혁신이고 도전이지 사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무언가에 부딪혔을 때 방법을 찾기도 하고 일이 안 풀릴 때는 융복합적인 생각을 했다. 나를 깨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공연 무대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채씨의 활약상을 듣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사진=박은희 기자>
브라운관과 스크린, 공연 무대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채씨의 활약상을 듣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