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장맛비_이제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비가 자주 오니 일단 무더위는 잠시 주춤하여 좋기는 한데 집중호우로 홍수 경보가 내려지기도 하여 비 피해를 걱정하게 되었다. 정말 세상일은 이렇게 늘 양면성을 지니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Pentax K-1, 50 mm with HD Pentax D FA 24-70mm F2.8 ED SDM WR, f/3.5, 1/15 s, ISO200
장맛비_이제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비가 자주 오니 일단 무더위는 잠시 주춤하여 좋기는 한데 집중호우로 홍수 경보가 내려지기도 하여 비 피해를 걱정하게 되었다. 정말 세상일은 이렇게 늘 양면성을 지니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Pentax K-1, 50 mm with HD Pentax D FA 24-70mm F2.8 ED SDM WR, f/3.5, 1/15 s, ISO200
이제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비가 자주 오니 일단 무더위는 잠시 주춤하여 좋기는 한데 집중호우로 홍수 경보가 내려지기도 하여 비 피해를 걱정하게 되었다. 정말 세상일은 이렇게 늘 양면성을 지니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빗물이 그린 수채화_평소에 익숙하던 도시의 모습도 비 속에서 바라보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갑천과 엑스포 다리 부근의 도시 풍경도 마치 비가 그려낸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Pentax K-1, 53 mm with HD Pentax D FA 24-70mm F2.8 ED SDM WR, f/11, 1/60 s, ISO400
빗물이 그린 수채화_평소에 익숙하던 도시의 모습도 비 속에서 바라보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갑천과 엑스포 다리 부근의 도시 풍경도 마치 비가 그려낸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Pentax K-1, 53 mm with HD Pentax D FA 24-70mm F2.8 ED SDM WR, f/11, 1/60 s, ISO400
지난 몇년간은 비가 별로 없는 소위 마른 장마가 이어졌던 것 같은데, 집중 호우만 아니라면 장마에는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낭만을 느낄 수도 있어 좋다. 평소에 익숙하던 도시의 모습도 비 속에서 바라보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갑천과 엑스포 다리 부근의 도시 풍경도 마치 비가 그려낸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장마 하면 오래 전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비가 오는 날이면 늘 전쟁을 치루었던 좀 힘든 추억이라 할 수 있겠다. 방수가 거의 안 된 천으로 만든 책가방을 들고 바람이 불면 언제라도 뒤집어 지고 쉽게 망가지는 대나무 살과 얇은 비닐로 만든 우산에 의지하여 집을 나서면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사이 이미 신발과 바지는 다 젖어 버렸다.

운전기사와 억센 여자 차장의 합작으로 겨우 문을 닫은 만원 버스는 습기와 퀴퀴한 냄새가 가득했고, 잘못하면 언제라도 내 손에서 빠져나가 사람들 사이의 어느 공간을 헤맬지 모르는 책가방과 우산을 한 손으로 움켜 쥐고 버티는 일은 늘 만만치가 않았다.

학교에서 가까운 정류장에서 어렵게 만원 버스를 탈출하여 학교까지 걸어가는 사이 책가방도 다 젖어 학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책들을 꺼내 말리는 일을 해야했다. 물을 먹은 책들은 말려도 구불거리고 두꺼워져 볼품이 없어지게 되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었다.

거기에 한 수 더 떠 패킹이 거의 안 되었던 양은 도시락에서 흘러나온 반찬 국물이 빗물과 동참하여 책들을 사정없이 못 쓰게 만들기도 했다. 지금 젊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어느 것 하나 공감할 수 없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로 들릴 것만 같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얼마 전 읽은 비에 얽힌 실화 하나가 생각났다. 오랜 전 폭풍우가 심하게 치던 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호텔에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가 방을 구하기 위해 들어왔다. 그러나 젊은 호텔 직원은 그 호텔에 빈 방이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 학회가 있어 필라델피아의 모든 호텔에 빈 방이 없다고 알려주었다.

곤경에 처한 노부부를 보면서 호텔 직원은 자신의 개인 방을 내주겠 노라고 제안하였다. 젊은 사람이 불편할 것을 걱정하여 거절하는 노부부에게 "지금 밖에 나가면 빈 호텔 방도 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택시 마저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며 자신은 젊었으니 걱정 말고 자신의 방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그 방에 묵은 후 다음 날 아침 호텔을 떠나면서 노부부는 젊은 직원에게 넉넉한 보상을 하려 하였다. 그러나 직원은 "보상을 바라고 친절을 베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객실이 아닌 방에 대해 객실료를 받을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하였다.

노신사는 그의 친절과 투철한 직업의식에 감동하였으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만일 내가 세계에서 최고의 호텔을 짓게 되면 함께 일하겠는가?" 라고 물었다. 직원은 그냥 인사치레로 생각하고 그리 하겠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3년 뒤 젊은 직원은 노부부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게 되었다. 뉴욕까지의 왕복 비행기표와 함께 신축 호텔의 개업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이었다. 호텔에 도착한 그에게 노신사는 "이 호텔은 당신이 경영할 호텔입니다."라고 말하며 그에게 그 호텔의 경영권을 맡겼다. 그 호텔은 그 당시 최고의 호텔이었던 '왈도프-아스토리아 호텔'(Waldof-Astoria Hotel) 이었다.

노신사는 바로 이 호텔의 창업자인 윌리암 왈도프 아스터였으며, 젊은 호텔 직원은 후에 호텔 왕이 된 조지 찰스 볼트(George C. Boldt)였다. 그는 그 호텔의 초대 경영자가 되었으며, 1916년 65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윌리암 아스터가 그에게 보여준 신뢰와 호텔 경영에 충실하였다고 한다. 이제라도 비가 오는 날 누군가에게 무조건 친절을 베풀어야 할 것만 같은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빗 속의 참나리_장맛비 속에서도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여름 꽃들이 피어난다. 화단에는 커다란 키의 참나리꽃이 장맛비를 시원하게 맞으며 여름을 만끽하고 있다. Pentax K-1, 115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00 s, ISO100
빗 속의 참나리_장맛비 속에서도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여름 꽃들이 피어난다. 화단에는 커다란 키의 참나리꽃이 장맛비를 시원하게 맞으며 여름을 만끽하고 있다. Pentax K-1, 115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00 s, ISO100
장맛비 속에서도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여름 꽃들이 피어난다. 화단에는 커다란 키의 참나리꽃이 장맛비를 시원하게 맞으며 여름을 만끽하고 있고, 줄기를 따라 화려하게 피어나는 붉은 능소화나 구불구불 자라난 나뭇가지 끝에 붉은 색, 분홍 색, 흰 색 등의 꽃을 마치 팝콘을 튀기 듯 피워내는 배롱나무꽃도 장마철에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이다. 도종환 시인의 시 때문에 조금은 애절하고 슬픈 꽃의 느낌을 갖게 되었지만, 꽃말이 '열렬한 사랑'인 접시꽃도 장마 속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꽃 중의 하나이다.

능소화_줄기를 따라 화려하게 피어나는 붉은 능소화도 장마철에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Pentax K-1, 14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800 s, ISO100
능소화_줄기를 따라 화려하게 피어나는 붉은 능소화도 장마철에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Pentax K-1, 14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800 s, ISO100
또한 연못에는 수련과 연꽃이 한창이다. 흙탕물 속에서도 세속에 물들지 않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잎과 뿌리와 열매 등을 아낌없이 내어 주는 연꽃을 보면서 사람들은 구도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분홍빛 연꽃_연못에는 수련과 연꽃이 한창이다. 흙탕물 속에서도 세속에 물들지 않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잎과 뿌리와 열매 등을 아낌없이 내어 주는 연꽃을 보면서 사람들은 구도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Pentax K-1, 15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250 s, ISO100
분홍빛 연꽃_연못에는 수련과 연꽃이 한창이다. 흙탕물 속에서도 세속에 물들지 않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잎과 뿌리와 열매 등을 아낌없이 내어 주는 연꽃을 보면서 사람들은 구도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Pentax K-1, 15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250 s, ISO100
빗방울이 맺힌 연꽃이나 수련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빗방울이 연못 속으로 떨어지기 전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의 아름다운 휴게소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 삶의 여정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휴게소들이 어딘가에 마련되어 있을 것 같다. 장맛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음악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마음 따뜻한 이야기나 가슴에 와 닿는 시 한 편을 읽을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 아니겠는가?

빗방울이 머물다 가는 곳_빗방울이 맺힌 연꽃이나 수련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빗방울이 연못 속으로 떨어지기 전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의 아름다운 휴게소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 삶의 여정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휴게소들이 어딘가에 마련되어 있을 것 같다. Pentax K-1, 20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000 s, ISO100
빗방울이 머물다 가는 곳_빗방울이 맺힌 연꽃이나 수련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빗방울이 연못 속으로 떨어지기 전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의 아름다운 휴게소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 삶의 여정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휴게소들이 어딘가에 마련되어 있을 것 같다. Pentax K-1, 20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000 s, ISO100

비 내리는 여름날의 반영_장맛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음악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마음 따뜻한 이야기나 가슴에 와 닿는 시 한 편을 읽을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 아니겠는가? Pentax K-1, 1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5.6, 1/500 s, ISO100
비 내리는 여름날의 반영_장맛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음악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마음 따뜻한 이야기나 가슴에 와 닿는 시 한 편을 읽을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 아니겠는가? Pentax K-1, 1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5.6, 1/500 s, ISO100
장마/홍수희
 
내리는 저 비
쉽게 그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고통 없이는 당신을 기억할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이제 나는 압니다
버틸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
가슴에 궂은 비 내리는 날은
함께 그 궂은 비에 젖어주는 일,
내 마음에 흐르는 냇물 하나 두었더니
궂은 비 그리로 흘러 바다로 갑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