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 13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성과 많지만 숙제 더 많다'
"독창성에 초점 두고 과학계 각성해 스스로 문제해결해야"

과총은 13일 코엑스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총은 13일 코엑스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한국 과학의 지난 날은 많은 성취가 있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 속빈 강정이고 내실이 없다."

"과학계가 관료와 정치에 호소하고 기대는 것을 거두고 본인들 노력으로 자율성을 쟁취하도록 각성해야 한다."

과학자들 스스로의 입에서 과학계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강구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13일 코엑스에서 열린 과학계 잔치날이라 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부섭) 창립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나온 말이다. 그동안 관료들 눈치 보느라 비공개 자리에서 소닥거리기만 하던 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더 이상 눌러둘수 없을 정도로 과학계 모순이 커졌다는 것이고, 더이상 현실을 외면할 경우 과학계 설자리가 없다는 위기감의 표출로도 받아들여진다.

과총 창립 50주년 기념 심포지움에서 진행된 패널토론의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과총 창립 50주년 기념 심포지움에서 진행된 패널토론의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과학기술정책 50년의 진단과 미래 도전이란 주제의 심포지움에서 문길주 UST 총장과 문일 연구재단 본부장, 박영아 KISTEP 원장 등은 한 목소리로 한국 과학은 메르스와 미세먼지, 녹조, 정전 등의 사회문제에서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경제난으로 국민소득이 출렁일 때도 국민들은 변함없이 과학기술 투자를 늘려 주었으나 성과가 나기보다는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된 원인의 하나는 과학기술 관리 시스템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효율성과 성과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감사가 강화되고 자율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결방안으로는 과학계에 대한 자율성 제고와 연구자 증원이 제안됐다. 각종 감사와 평가로 과학계 자율성이 극도로 위축돼 연구 보다는 절차에 치중되며 성과가 안나온다며 연구비를 줄여도 좋으니 자율성을 높여 줄 것을 주문했다.

연구원 증원도 제기됐다. 연구비는 늘었지만 연구원은 제자리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ETRI가 2000명에 불과하나 미국 로스 알라모스 연구원은 1만1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총 연구자는 2만명 가량인데 우리보다 인구가 50% 많은 프랑스는 7만명으로 우리의 3.5배이고, 독일은 인구가 1천만이 많을 따름이나 8만명으로 4배라며 연구원 증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출연연 발전 방향으로는 미지영역의 미래 기술에 도전하고 국가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제안됐다. 미국이 지난 반세기동안 인류 달 착륙, 화성 탐사, 게놈 프로젝트 등 미지의 영역에 도전할 때 우리는 G7 사업과 프론티어 사업 등 따라하기 연구를 했다며 이제는 우리도 세계와 경쟁하며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거론됐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용식 문화일보 논설주간은 과학계의 각성과 자립을 요구했다. 이 주간은 과학계는 어느 집단보다 점잖은데 세상은 점잖은 집단에 자원을 주지는 않는다며 연대를 통해 목소리를 낼 것을 조언했다. 

그는 또 "과학계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남탓하고 관료나 정치에 호소해 해결하려 하는데 우리나라 관료와 정치의 수준이 그다지 높이 않기 때문에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낮은 만큼 과학자 집단 스스로가 관료와 정치를 견인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현재 시스템은 관료나 정치인이 하라고 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말라는 체제로 이런 시스템에서는 미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는게 현실이란 것을 과학자들이 직시해야 한다"며 "남에게 기대지 말고 과학자들 스스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미래부 차관은 축사에서 "연구성과 양에서 질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 신명나는 연구환경 조성, 국민의 삶과 질에 기여하는 과학기술, 과학기술 + ICT를 통한 세계적 스타트업 육성을 노력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지난 반세기 과학기술이 우리 삶을 바꿔놓은 것 처럼 백년대계를 위해 과학기술계가 앞으로도 선두해 나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부섭 회장은 더 나은 연구환경을 위해 민간재원을 통한 과학기술 기금조성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과학기술신탁특별법 등을 만드는데 과총이 노력 중으로 과기인의 소명이 무엇인지 매 순간 고민하며 다가올 50년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 "나는 애국자, 국가 보탬되는 연구 할 것"

기념식에는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과 우수논문시상식 등이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기념식에는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과 우수논문시상식 등이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기념식에는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과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최고과기인상에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수상했다.
 
권 회장은 철강신제품 14건 개발과 36건의 신 제조기술개발, 제품 품질 예측모델 11건 개발 등을 직접 수행해 국내외 철강산업분야 최고기술력 확보한 공로와 고객 맞춤형 철강이용 토탈 솔루션 기술개발로 국내 연관산업 발전에 기여, 프리미엄 제품 및 고유 혁신기술 개발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 교수는 크기가 균일한 나노입자를 손쉽게 대량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세계최초로 개발하고 발견된 합성과정의 메커니즘에 관한 기초연구를 함께 수행해 나노입자 합성분야의 발전을 국제적으로 선도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또 그는 값비싼 백금이 아닌 금속산하물 성분의 나노소재를 전기화학반응의 고효율 촉매로 개발하고 이차전지와 연료전지 등에 응용해 국제저명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현 교수는 "좋은 동료들을 많이 만났고, 제자들 덕분에 이 같은 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나는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국비를 통해 유학을 다녀왔고, 대학에 와서도 국가의 지원을 받아 나노입자 분야에 20년간 몰두하며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이 받아왔는데 국가를 위해 많은 분들에 보탬이 되는 좋은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235편에 대한 '2016 제26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시상식' 대표로 4명의 과학기술인이 상을 수상했으며, 이성규 오하이오 대학교 석좌교수의 기조강연, 노벨화학자 수상자인 아다 요나스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소장과 아론 치카노버 테크니온 공대 교수, 찰스 리 잭슨랩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등이 패널로 참여한 토론회 등이 열렸다.
 
한편, 과총 50주년 기념식은 14일까지 열린다. 14일에는 'Science and Innovation' 등 최신 과학기술 이슈를 주제로 6개 분과의 세계과학기술인대회 심포지엄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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