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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실패 없는 혁신 없다" 실패 리스크에 관대해져야

글: 김은선 KISTI 중소기업혁신본부 책임연구원
중소기업은 국가산업의 허리와 같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성장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 혁신'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을 위한 김은선 박사의  기고 시리즈를 연재한다. 순서는 1.세렌디피티, 우연성의 기술기회를 극대화하자. 2.벤치마킹의 함정,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 3."실패해야 성공한다" 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정부가 담보해야 4.사회적 자본과 4차 산업혁명 5.한국형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 6.기술사업화, 무빙타겟을 고려한 평가지표의 발굴이 시급하다. 7.혁신의 의미, 革新인가, 赫新인가? 등의 순이다.[편집자 주]

실패 없는 성공은 불가능하다. 기업혁신의 역사는 실패에 대한 도전의 역사이며, 실패의 경험이 '자산'으로 기업내 공유되고 확산될 때에만 성공의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연구개발의 '성실실패'에 대한 개념적 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사업화 전주기에 걸친 긴 여정에서의 실패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는 미흡한 형편이다.

기업가들에게 가장 두려운 단어 가운데 하나는 '실패'다. 그러나 실패는 개인과 기업에게 있어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기업은 아홉번 실패해도 한번 성공하면 성공한 기업으로 기억된다.', '기업이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했다고 할 수 없다.', '기업가는 실패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말아야 한다. 그것은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경험하면서(기술을 벗어난)환경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 성공사례로 언급되는 중소기업들의 CEO들이 인터뷰(2013) 도중 밝힌 실패에 대한 견해인데, 실패에 대한 기업가들의 접근이 일반적인 정의와 얼마나 체감도가 큰지 보여준다. 실패를 포용하고 이를 혁신과정의 일부로 여기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의 성공을 경험한 기업에게는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정부지원 사업의 성과가 미진한 사례로 거론된 프로젝트를 몇 년 후 추적 분석했을 때, 결과가 달리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한경아이넷은 당초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고려했던 바람장 측정과 관련한 모델링 기술의 사업화는 이루지 못했으나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지원 사업 연계, 기술이전 및 협력과 관련한 많은 부분을 학습하게 된다.

이후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활용을 모색하는 한편, 내부 역량강화를 통해 SI기업에서 IoT기반 시스템 모니터링 솔루션을 개발,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경험의 근육을 키우고 있는 기업들은 성공을 향한 여정을 걷고 있는 것으로 공급자 기준의 성공이나 실패의 잣대로 평가가 어렵다.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실패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가가 성공의 열쇠라는 것이다. 실패를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결과로 간주하는 기업들은 위험을 회피하게 되고 차트나 도표로 설명될 수 있는 틀에 박힌 생각을 벗어나지 못한다.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장기적으로 조직을 무기력감(inertia)에 젖게 하여 락인 실패(lock-in failure)로 이끌게 된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게 되면서 조직내의 지식이 고착화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방해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접근방식으로는 혁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실패보다는 기회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기업들에게 실패는 인사이트를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이 되고 혁신에 이르기 위한 디딤판이 된다. 바바 쉬브(Baba Shiv)는 위험을 회피하는 기업들을 위험을 감수하기 위한 기업으로 전이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시도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모든 시제품이 최고 혹은 마지막 솔루션이 될 수 없으며, 이를 통해 실패가 최적의 솔루션을 찾기 위한 생산과정의 일부임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의도적으로 조직을 절박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2의 성장동력을 찾는 CEO들은 그들의 절박감을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외부기관과의 협력을 모색한다. 기업은 혁신과정에 외부기관을 참여시킴으로써,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변화가 가져오는 기업의 비전을 공유하여 빠른 기간 내에 지식의 수준을 이끌어 올릴 수 있게 된다.

즉 외부기관과의 공동연구나 컨설팅은 기업의 현재 역량과 목표로 하는 역량간의 갭을 채울 뿐만 아니라 기업 구성원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지침이 된다. 혁신이 기업만의 특성이 반영된 기나긴 여정이라고 할 때, 적은 비용으로 실패를 기회의 창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외부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역량강화는 정책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앞선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인과 정책 관계자들 사이에는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단기적이고 편협한 시각으로 기나긴 혁신과정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실패를 기업의 실패로 낙인 찍을 것인가? 아니면 혁신으로 가는 여정의 일부로 볼 것인가? 후자의 경우 혁신이 필연적으로 위험을 수반하므로 제품 생산을 위한 프로토타이핑의 과정처럼 실패의 경험에 대해 관대하고 유연한 태도를 갖게 된다.

다행이 과거 몇 년간 성실한 실패에 대한 논의가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어 과거와 같이 실패를 경험한 기업들을 가능성이 열린 관대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용어인 성실실패를 어떻게 정의하고, 실패와 구분하며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나, 정책, 정부, 기업간의 시각차이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실패를 경험했고, 이를 통해 무언가 배웠다면 실패는 결코 나쁜 것도 감추어야 할 사안도 아니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 실패를 통한 값진 경험이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에 한걸음 다가서는데 기반이 될 것이다.
 
◆김은선 박사는?

김은선 박사는 중소기업 기술혁신 전문가다. KISTI 중소기업혁신본부 사업기회분석실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대·중소기업의 기업컨설팅을 수행해왔다.

김 박사는 2009년 과학산업화 팀장, 2010년 기술사업화정보 실장을 연임했었다. 아울러 당시 3000여명 남짓하던 과학기술정보협의회를 1만 2000명 수준으로 활성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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